[청년칼럼] 외면해선 안 될 이야기 '청년자살'

@김꽃비 독립기획자 입력 2023.05.16. 14:43

소비와 유행을 선도하는 MZ, 단군 이래 최고의 스펙을 가진 세대, 할 말은 하는 당찬 90년생, 거기에 새롭게 등장하는 디지털 신인류 알파세대까지. 자본주의 시장에서 늘 입맛대로 소비되고 휘황찬란하게 호명되는 청년들. 우리를 향한 이 뜨거운 열광 아래 더 이상 외면해선 안 될 이야기가 있다. 바로 청년들의 죽음이다. 한국에서는 너무나 많은 청년들이 '고의적 자해(자살)'로 죽는다.

이미 오래전부터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들 중 가장 높은 자살률을 기록하고 있는 한국은 지금 이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청년자살률에 대한 부분은 더욱이 말이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2021년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2021년 한국의 10대~30대의 사망원인 중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한 것은 자살이다. 그중 20대의 비율은 무려 56%가 넘는다. 코로나 이전 51%(2019년 기준)였던 비율보다 더욱 높아진 수치로, 20대 사망자는 무려 2명 중 1명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10대 사망원인의 1위도 마찬가지다. 2019년 5.9%였던 비율이 지난해 7.1%로 상승했다.

'정답이 있는 삶'을 강요하는 한국사회의 과도한 경쟁 속에서 자라났지만 "사실 정답은 없었어"라는 허무한 결말을 맞이한 저성장시대 청년세대들. 청년들에게 닥친 코로나는 잔인했다. 노동시장은 위축됐고 부채는 더 커졌고 양극화는 더 심해졌다. 부모로부터 물려받는 사회적, 경제적 지위의 후광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 상대적 박탈감과 성공에 대한 압박은 청년들을 점점 더 우울하고 고립되게 만든다.

포기하고 싶은 힘든 상황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이 가장 쉬운 선택지가 돼버리는 사회적 문화는 정말 위험하다. 사랑받던 K-팝스타, 전세 사기로 전 재산을 날린 청년, 생활고에 시달린 취업준비생…. 말 한마디 나눠보지 못한 그들이지만 조금만 돌아보면 내 이야기였고 모두의 이야기다. 누군가 한 번 더 잡아줬더라면, 우리가, 이 사회가 좀 더 기댈 수 있는 존재였더라면. 신뢰할 수 없는 사회가 결국 그들을 죽음으로 내몬 것이다. 우리는 그들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 자살은 개인의 선택만이 아닌 사회적 책임이다.

TV프로그램 '유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한 나종호 예일대 정신과 교수는 '자살'을 '극단적 선택'이라는 용어로 순화해서 말하는 것에 대해, 자살이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 중 하나의 가능성'인 것처럼 보이게 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완곡한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자살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근거는 전 세계적으로 확인된 바가 없다고 한다. 오히려 스트레스와 우울을 주변 사람들에게 밝히고 공개적으로 치료를 받는 것이 예방에 필요하다. 또한 자살이 나 혼자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가 함께 고통받는 문제임을 이해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사회적 시스템을 안전하게 구축해나가야 한다. 정부에서도 지난달 14일 '제5차 자살예방 기본계획(2023~2027년)'을 발표하고 2027년까지 5년 내 자살률을 30% 낮추는 목표를 제시했다.

10대~20대가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 미디어의 역할도 중요하다. 실제로 청소년의 자살을 다룬 OTT 플랫폼의 콘텐츠의 흥행 이후 미국 청소년의 자살률이 크게 증가하는 사건이 있었다. 디지털 원주민인 10대 청소년들의 미디어 환경을 생각하면 이것은 단순히 개인의 의지와 사고의 문제가 아닌 시스템의 문제다. 유명인의 자살을 다루는 언론보도에 대한 문제점이 지적되면서 언론에서도 그동안 많은 자정작용이 있었지만 지금은 수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미디어 채널과 콘텐츠에 청년들은 물론 10대 청소년들, 아이들이 노출돼 있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공정하고 현명하게 미디어 환경이 개선될 수 있도록 논의가 더욱 필요하다.

1인 가구가 점점 늘어나고 가족, 마을 같은 전통적 공동체의 연결고리는 점점 약해지는 시대다. 사회적 안전망이 좀 더 믿음직하게 구축되는 동안 우리는 우리의 일을 할 수 있다. 가족의 역할을 대신하는 새로운 형태의 이웃으로서 주변을 좀 더 따뜻하게 살피자. 작은 친절을 베푸는 것만으로도 당신이 한 사람을 살릴 수 있을지 모른다.

그리고 그대들이여. 부디 죽지 말자. 어렵고 힘들더라도 당신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언제나 한 사람의 목숨을 살릴 수 있다. 우리 꼭! 함께! 살아나가자. 김꽃비 독립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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