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칼럼] 주 69시간이라는 모래시계

@석성민 한국청년위원회 인재영입위원장 입력 2023.03.20. 17:43

지난해 5월, 유엔 통계국이 대한민국의 분류를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변경했다. 그러나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다는 말이 무색하게도 노동환경은 오히려 과거로 역행하려 하고 있다.

정부는 최근 주 69시간(주 7일 근무 시 80.5시간)을 허용하는 '근로시간 개편안'을 내놓았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돌연 '보완중'으로 태세를 전환했다.

OECD가 21년도 회원국들의 평균 연간 노동시간을 조사한 결과,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다는 우리나라는 5위로 노동시간 상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개발도상국들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미국, 벨기에, 프랑스, 독일, 영국, 일본 등의 여러 선진국 쪽에서는 주 4일제를 시행하고 있거나 도입을 검토 중인 와중에 주 69시간이란 터무니없는 개편안을 찬사해줄리 만무하다.

역시나 직장인들과 노동계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설령 권고안이라 하더라도 노동자의 자율적 선택권보다 사용자의 재량권을 확대시키는 것이라는 것"이 요지다.

"일할 땐 확실히 일하고, 제주도에 가서 한 달 살이 휴가를 누릴 수 있을까?"

열정페이라는 그럴싸한 미명하에 공짜 연장, 공짜 야근 같은 '공짜 노동'의 원인인 포괄임금제에 대한 강한 불신을 가지고 있는 청년들의 입장에서는 남의 나라의 이야기다. 정당한 연차휴가조차 눈치보며 써야 하는 판국에 저축 휴가가 과연 대다수의 평범한 직장인들에게 신빙성이 있는 이야기인지 진지하게 되짚어볼 일이다.

실제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8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포괄임금제는 저임금 더하기 장시간노동으로 생각한다"고 포괄임금제의 문제에 대해 인정했다.

포괄임금제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과 함께, 열심히 일한 만큼 정당한 대가를 받고, 저축 휴가를 통해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법제화로 보장한다면 과연 누가 반대할까?

또한 국가적인 위기의 저출산 고령화에 대한 문제점도 이러한 노동환경이 분명 연계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미 저출산 고령화 문제의 한계에 도달한 일본은 특단의 방침으로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 정부 목표를 2025년 50%, 2030년 85%로 상향 조정했다. 산후 일정 기간 부부가 함께 육아휴직을 사용하면 육아휴직 급여에 대해서는 사회보험료를 면제해 휴직 전 임금의 100%가 되도록 하기로 했다. 저출산 고령화 대책을 노동환경에서 찾아 개선한 셈이다.

우리나라 청년들의 비혼의 사유 중 상위는 '경제적인 이유'였고 그중 여성의 경우 결혼 후 일과 육아를 한꺼번에 할 수 없어 자연스럽게 경력단절이 된다는 점에서 결혼에 대한 생각이 긍정적이지 못하다는 의견이 많다. 기혼자들 중에서 맞벌이를 하는 가정의 경우 주 69시간이 시행되면 일과 육아를 할 수 없는 구조라며 한탄한다.

원점으로 돌아오자면, 환경은 개선되지 않고 그저 시간만 늘어난다면 상호 독박(독박 육아·독박 벌이)에 대한 부담만 가중되고 비혼 인구수는 더욱더 늘어나 머지않아 우리나라 또한 고령화 국가로 빠르게 전략될 것이다.

필자는 청년문제에서 이 이야기를 다루는 것이 아니다.

저출산 고령화라는 대책 없는 과제 속에서 과연 대한민국의 미래가 있냐라는 질문을 하고 싶다. 다양하고 세밀한 의견을 종합하지 않고, 현실과 동떨어지는 이러한 탁상행정 이슈거리는 질타받아야 마땅하다.

정부가 '개편안'에서 '보안중'으로 변침(變針)한 가운데 과연 어떠한 특단을 가지고 나올지 평범한 노동자 중 한 명으로서 예의 주시할 수밖에 없다. 석성민 한국청년위원회 인재영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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