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벚꽃 피는 순서로 대학이 문을 닫는다"라는 다소 충격적이었던 예언은 이제 지방소멸을 이야기하는 익숙한 인용문이 됐다. 내가 살거나, 살았거나, 일하고 있는 이 지역이 언젠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공포심 유발 작전은 지역 균형발전 필요성에 대한 담론을 일깨웠지만 어딘가 꺼림칙한 측면도 있다. 과연 이 과격한 소멸론이 그동안 지역에 도움이 되었을까? 면밀하게 평가해 볼 때가 왔다.
지방소멸의 주요한 근거로 사용되는 '인구소멸위험지수'는 수치가 0.5 미만일 때 인구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된다. 그런데 이 숫자는 겨우 20~39세 여성의 인구를 65세 이상 인구로 나눈 것에 불과하다. 가임기 여성 인구가 고령자의 절반이 안 될 때 이 소멸지수가 0.5 미만으로 떨어진다.
인구의 과소화로 유지돼야 할 지역의 사회시스템이 무너지는 현상은 분명 있는 일이지만 인구감소를 지역 소멸근거로 단순하게 삼는 것은 문제가 있다. 게다가 출산 가능성을 가진 여성의 수가 향후 인구유입의 계기가 된다는 정확한 지표도 없다. 가족의 형태도 삶의 모습도 다채로운 오늘날 이런 구시대적 지수를 바탕으로 한 지역소멸론에 휘둘릴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미 많은 전문가들도 인구감소≠지방소멸임을 지적하고 있다.
인프라 구축, 일자리 창출, 신혼부부 유치, 출산장려 등 지역 발전을 위한 그동안의 정책들은 대부분 인구유입에 지나치게 몰입했다. 하지만 우리 이제 좀 더 창의적으로 생각해보면 어떨까? 정주인구가 중요한 시대는 지났다. 서울에 있고 지역은 없어 아쉬운 것을 좇지 말고, 지역이라 가능한 무엇에 집중해보자. '그들은 왜 떠났는가?'가 아닌 '이들은 이곳에서 왜 살고 일하는가?'에 집중해보자는 것이다.
모든 청년을 대표할 순 없겠지만 지역에 살기를 선택한 스스로의 이유 몇 가지도 소개해본다.
첫째, 나는 내 기반과 뿌리가 있는 곳에서 살고 싶다. 유년시절의 시간과 추억이 있는 곳, 개인의 스토리가 있는 곳이다. 본인뿐 아니라 가족의 시간까지 함께 있다면 더 좋다. 그들의 세월까지 내 힘이 되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누가 이런 일을 겪었다는데 우리가 가만히 있을 순 없지!"라는 공동체의 그 오지랖이 재밌고 좋다.
둘째, 인구가 너무 밀집된 곳에서 살고 싶지 않다. 세상 사람 모두가 휘황찬란한 빌딩숲과 핫플레이스, 힙한 콘텐츠를 동경하며 살지는 않는다. 대학시절 서울에서 교류학생으로 6개월가량 지낼 때 대부분의 순간들이 좋았지만 결론적으로 정착해 살기는 힘들겠다 여긴 까닭은 지하철 때문이었다. 사람이 너무 많았고 항상 숨 가쁘게 움직여야 했다. 송정역에서 용산역까지 2시간이면 가는 시대니 트렌드와 인사이트를 위한 서울여행은 일 년에 4번이면 충분하다. 그리고 이미 지역에도 볼 게 너무 많다. 부족한 것은 시간일 뿐.
셋째, 나는 지역을 중앙의 하위로 생각하지 않는다. 많은 청년들이 서울에 정착하지 못하고 지역에 남으면 뭔가 해내지 못한 것처럼 깎아내리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지역에 '남은 것'이 아닌 '선택한 것'이다. 지역에 살아가는 사람들 스스로가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자신이 선택한 지역의 경쟁력이 보인다.
일본의 마스다 보고서에서 출발한 지방소멸론은 나고야, 후쿠오카, 삿포로 등 중핵도시를 발전시켜 도쿄 일극체제를 완화시키자는 전략에 주요한 뒷받침이 됐다. 철도가 전국 방방곡곡에 모두 깔려있는 일본에서는 이 전략이 성과도 있었지만 결국 선택과 집중을 위한 시장의 논리가 적용됐다는 비판도 크다. 지방소멸을 대비하며 일본 사례를 참조하려면 정확하게 분석하고 연구해서 따라가야 한다. 삶의 형태가 한층 더 다원화되고 기술도 발전하는 근미래에는 매년 손쉽게 새로운 지역에서 살아볼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고민 없는 답습이 아닌 창의력을 발휘할 때다. 지역은 소멸하지 않는다. 변화하고 있을 뿐이다. 김꽃비 독립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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