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칼럼] 조용한 퇴사

@임태균 광주시 북구청년정책위원 입력 2022.12.27. 10:36

mz세대 직장인들이 회사를 떠나는 이야기를 한 적 있다. 30~40대에 경제적 독립을 위해 은퇴를 준비하는 파이어족, 노동 임금만으로는 자산가들이 쌓는 부를 따라갈 수 없다고 판단해 퇴직 후 이직이나 창업 등 새로운 일자리를 찾지 않는 반노동 운동, 아무것도 하지 않는게 가장 현명하다는 탕핑족 등을 이야기했었다.

앞선 예시와 달리 가장 최근 미국에서 유행한 조용한 퇴사(quiet quitting)는 우리나라에서도 진행 중이다. mz세대 직장인 4명 중 3명은 '조용한 퇴사'를 하고 있거나 계획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 시작된 '조용한 퇴사'와는 어느 정도 차이는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말했듯이 실제로 직장을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직장에서 주어진 일만 하겠다는 의미이다. 정해진 시간과 업무 범위 내에서만 일하고 초과근무를 거부하는 식이다. 미국 20대 엔지니어가 자신의 틱톡에 올린 영상이 화제가 되면서 확산됐다. 한국은 여기에 더해 조용히 이직할 회사를 찾아보는 것까지 추가됐다.

올해 11월 20~30대 직장인을 대상으로 조용한 퇴사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에 대해 실시한 관련 설문조사에 따르면, 현재 '조용한 퇴사' 중인가요? 라는 질문에 60%가 '지금은 아니지만 앞으로 할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결과적으로 조용한 퇴사가 유행하기 전부터 회사에 마음이 떠난 사람은 존재해 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고 말이다. 조용한 퇴사라는 말을 아는 사람 중 조용한 퇴사를 하려는 직장인은 4명 중 3명꼴인 77%에 이른다.

조용한 퇴사를 고민 중인 사람들의 66%는 3년 내 조용한 퇴사를 시작할 것이라고 한다. 1년 안에 퇴사를 할 것 같다고 답변한 사람은 41%, 3년 안에 할 것 같다는 사람은 24%, 즉 mz세대는 언제든 회사를 떠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 특히 승진 누락, 연봉 동결, 업무 배제 등 조용한 퇴사로 인한 불이익을 예상하더라도 이를 감수하고 조용한 퇴사를 하겠다고 답한 직장인은 60%에 달한다.

그렇다면 이렇게 불이익을 감수하고도 조용한 퇴사 현상이 나타나는 핵심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많은 이유로는 '성과를 인정받지 못해서'가 26%로 많았고 그 뒤를 이어 '당장 옮길 곳이 없어서', '업무 강도가 높아서' 가 있었다.

이를 보면 조용한 퇴사 결정을 철회하게 하려면 '인정'이 필요하다. 연봉은 자신이 한 일에 대한 가치를 회사가 얼마나 인정하는지에 대한 척도이지만, 꼭 금전적 보상만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동료 직원 등 주변 관계를 생각해 조용한 퇴사를 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밝힌 16% 답변자를 보면, 주위 사람들로부터의 인정도 '인정'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의 조용한 퇴사 방식은 미국과는 사뭇 다르다. 상대적으로 해고가 쉬운 미국은 '맡은 일만 하다'가 주 기조인 반면 우리나라는 이직할 회사를 먼저 찾아본다. 정해진 양만큼만 일하고 내 시간을 챙겨 고정급을 받으며 자기계발이나 금융 등 자신이 가치있게 생각하는 일에 투자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조용한 퇴사 현상이 회사 규모나 코로나19 대유행 같은 상황 조건과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회사에서의 인정, 주변 동료들로부터의 인정 등 인정을 바라는 사람들의 욕구는 이전부터 존재해왔다. 용어만 최근 생겼을 뿐이다. 현재 조용한 퇴사 중이라고 답한 사람의 절반 이상은 이미 그 이전부터 결심을 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조직 내에서 젊은 구성원이 인정을 받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mz세대의 특성을 생각한다면 그들에게 발전가능성을 주면서 그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줘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리버스 멘토링'을 추천한다. 리버스 멘토링이란 최근 국내 기업을 중심으로 주목받는 멘토와 멘티 역할을 하는 대상이 뒤집힌 형태의 멘토링 방법을 말한다. 일반적 멘토링과 달리 젊은 구성원이 멘토가 되고 조직 내 관리직원이 멘티가 된다.

mz세대는 상위 직급 리더에게 새로운 트렌드나 관점, 신기술 등을 전수할 수 있고 그들은 업무 외에 커뮤니케이션 기술, 공감력, 좋은 질문을 하는 방법, 자기 인식 등을 향상 시키는 등 리더가 될 수 있는 역량을 개발할 수 있으며 또한 수평적 조직 분위기 조성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수직적인 구조의 조직문화에서 리버스 멘토링이 처음부터 성공적으로 진행되기는 쉽지 않다. 초기에 계획을 잘 세우고 서로에게 도움이 될 멘토, 멘티를 잘 매칭해 한쪽이 일방적으로 도움을 받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멘토링을 운영해야 할 것이다. 임태균 광주시 북구청년정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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