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칼럼] 나는 엄마 노무사다

@조소영 노무사 입력 2022.11.29. 13:53

매일 아침 "엄마 오늘은 어디 가는 날이에요?"라는 네 살 딸아이의 질문으로 아침을 시작한다.

"어디가기는, 어린이집 가는 날이지!" 아이의 아침식사 준비, 등원 준비, 나의 출근 준비를 하느라 물 한 잔 못 마시고 출근하기 일쑤다. 사무실에 도착해서야 한 숨을 돌리나, 이미 진이 빠진 상태다.

정신없이 업무를 처리하다보면 오전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고, 본격적인 오후 근무를 시작하자마자 시계는 곧 아이의 하원시간을 알린다.

매일 네 시 반, 아이의 하원시간이다. 네 시 반 전까지 어떻게든 업무를 마무리 지어야 한다.

전화업무도 거의 불가능하다. 아이의 목소리는 전화 상대방이 괜스레 미안해하기 때문이다. 부랴부랴 하원을 시키고 아이의 저녁을 먹이고 씻기고 재우면 어느덧 밤이다. 남편이 육아 및 집안일을 적극 도와줌에도 불구하고 온전히 쉴 수 있는 시간은 저녁 11시 이후. 이제야 나를 위한 시간이지만 이미 몸은 지칠 대로 지쳐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하지만 이러한 하루도 감사하다. 아이가 아프기라도 하면 이런 하루 일과 조차도 불가능해진다.

대한민국 대부분의 워킹맘의 하루 일과가 나와 같지 않을까. 아니, 나는 개인 사무실을 운영하기에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는 대부분의 직장 워킹맘들은 부모님에게 아이를 맡기거나 등하원 도우미를 쓰며 훨씬 더 힘겹게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는 게 현실이다.

나와 같은 워킹맘들은 일과 육아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싶어 하지만 현실적으로 참 어렵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일과 육아 모두 완벽하지 않아 자괴감에 빠질 때도 있다. 특히 육아는 변수가 많아 내 맘대로 할 수 없는 영역이다. 그렇다면 비교적으로 통제 가능한 '일'에서 균형을 맞출 수밖에 없다. 개인사업자, 프리랜서라면 본인이 일을 컨트롤 할 수 있지만, 직장에 소속됐다면 이 조차도 어렵다. 따라서 직장에서 일과 육아가 양립할 수 있도록 적절한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워킹맘들에게 현실적으로 가장 필요한 부분이다.

일과 육아가 양립할 수 있는 직장 환경이란 무엇일까.

첫째, 유연한 근무시간 제도다. 아이가 아프면 바로 병원을 데리고 갈 수 있도록 탄력적 근로, 단축근로를 허용하고 아이의 입원 등의 갑작스러운 돌봄 이슈 발생 시에는 유급휴가 사용 및 재택 근무로의 대체 등 유연한 근무환경이다.

둘째, 육아로 인한 근무 조정에 눈치를 받지 않는 조직문화다. 일가정 양립, 워라밸이라는 용어는 몇 년 전부터 이미 나왔고 기업 및 기관도 워라밸의 일환으로 각종 모성보호 제도 도입을 통한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상사와 동료의 눈치를 보지 않고 해당 제도를 활용할 수 있는 직장이 몇이나 있을까. 제도는 갖춰졌지만, 실제로 이를 실행함에 있어 당사자가 눈치보지 않고 자유롭게 제도를 활용할 수 있는 조직문화의 조성이 간절하다.

셋째, 워킹맘들에 대한 이해다. 대부분의 워킹맘들은 육아의 어려움을 직장 내 조직원들에게 "나 육아 때문에 힘드니까 알아줘요"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육아휴직으로 인한 공백기로 인해 눈에 불을 켜고 성과를 내려는 워킹맘들도 많다. 워킹맘들이 필요로 하는 건 육아로 인해 발생하는 피치 못할 사정에 대한 직장의 이해와 배려일 뿐이다.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환경이 잘 갖춰진 직장을 '가족친화기업'이라고 한다. 가족친화적인 환경을 유연하게 잘 갖춘 회사, 워킹맘이 직장 내 모성보호 제도를 아무런 죄책감을 갖지 않고 활용할 수 있는 회사가 바로 가족 친화적인 선진적 기업이 아닐까? 5~10년 이상 육성한 유능한 여성 인재를 눈앞에서 놓칠 것인가? 워킹맘이 일과 육아를 모두 잘 할 수 있는 직장의 제도 확립, 조직문화 개선, 워킹맘에 대한 이해가 절실히 필요한 시대이다. 조소영 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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