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미술로 지역을 ‘펀(FUN)’ 하자

옛 서울역, 노들섬, 청계천··· 발길 닿는 곳 예술이 흐른다

입력 2022.11.22. 16:58 이관우 기자
공공미술로 지역을 ‘펀(FUN)’ 하자
⑥서울은 미술관
2016년부터 '관 주도' 공공미술
'시민이 주인' 참여형 프로젝트
공간·장소에 상상력·정취 담아내
삭막한 도시서 문화명소 탈바꿈
공공미술로 재탄생한 옛 서울역의 폐쇄램프 '도킹서울' 내부

공공미술로 지역을 ‘펀(FUN)’ 하자 ⑥서울은 미술관

서울은 어딜 가든 공공미술이 살아있는 전시관이다. 도시는 오색 물감으로 덧칠할 수 있는 '캔버스' 역할을 한다.

대한민국 수도이자 세계적인 도시에 걸맞게 어느 곳을 향하든 유수의 미술작품이 일상 곳곳에서 살아 숨 쉬고 있고, 이러한 배경에는 관 주도형 공공미술이 자리하고 있다.

시민이 작품의 관람객이나 수동적인 참여자였던 기존 사업 방식과는 달리 자신의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직접 작품을 구성하는 능동적 파트너이자 작가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공공미술이 추구하는 방향과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공공미술로 재탄생한 옛 서울역의 폐쇄램프 '도킹서울'

서울시는 2016년부터 '도시 전체가 미술관이 된다'는 취지로 공공미술 프로젝트 '서울은 미술관' 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다. 이 사업은 효율과 상업성 중심으로 변화된 도시를 공공미술을 통해 시민이 머물고 교감하는 문화적 장소로 변화시켜 시민에게 돌려주기 위해 시작됐다.

이 사업을 통해 서울의 도시공간에 신선한 예술적 상상력과 인간적 정취를 담고, 사라져가는 장소의 역사와 기억을 보존함으로써 시민이 주인으로서 안정감과 친밀감을 느끼는 도시를 만들겠다는 게 시의 목표다.

20년 만에 공공미술로 재탄생한 서울역 주차램프 '도킹서울'을 비롯해 한강 노들섬 선착장에서 한강을 밝히는 인공 달 '달빛노들', 청계천 랜드마크 '스프링' 등 서울 대표 공공미술 '핫플'을 직접 찾아가 봤다.

공공미술로 재탄생한 옛 서울역의 폐쇄램프 '도킹서울'

◆20년간 단절된 공간, 세상과 도킹

'도킹서울'(Docking Seoul)은 옛 서울역의 폐쇄된 주차램프(주차장을 연결하는 통로)를 공공미술로 재탄생한 공간이다. 사람과 도시가 만나는 관문인 서울역의 특성에서 이 같은 명칭에 착안했고, 2004년부터 폐쇄된 주차램프가 공공미술작품으로 시민과 만나 '새로운 우주'로 연결된다는 뜻을 담았다

이중나선형 구조로 된 이 폐쇄램프는 오랜 시간 사용을 하지 않아 흉물로 전락했지만, 지금은 '서울로 7017'과 함께 서울역의 명소로 거듭났다.

도킹서울은 타원형의 중정을 가운데 두고 서로 만나지 않는 상향·하향램프가 휘감고 있는 독특한 내부 구조를 살려 우주로 향하는 공간을 연출했다. 과거 자동찻길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약 200m 구간의 나선형 공간을 걸으면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공공미술로 재탄생한 옛 서울역의 폐쇄램프 '도킹서울'에 설치된 김주현 작가의 '생명의 그물'

'이동하는 일상'과 '푸른 태양 무대', '생명 하는 우주' 등 3가지 주제로 예술가와 과학자, 시민이 협력해 만든 공공미술 작품 7점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사람이 걷는 모습을 구현한 키네틱 아트 작품과 관람객의 움직임에 따라 3D 화면이 변하는 반응형 미디어아트 작품 '관측지점'은 우주선을 연상시키는 큰 창을 통해 가상의 시공간으로 관람객을 초대한다.

별과 행성의 생성·소멸을 상징하는 작품 '푸른별'은 빛을 발하고, 빨려 들어갈 듯한 심연의 모습을 표현한 설치 미술 작품 '깊은 표면'도 눈에 띈다.

도킹서울은 지난달 19일부터 시민들에게 무료로 개방됐다. 월요일·공휴일 제외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운영된다.

한강 노들섬 선착장에 위치한 보름달을 형상화한 지름 12m 원형 구조의 공공미술작품 '달빛노들'.

◆노들섬에 뜬 달, 이색 풍경 선사

한강 노들섬에 방치됐던 선착장에는 현재 거대한 인공 달이 떠 있다. 보름달을 형상화한 지름 12m 원형 구조의 공공미술 작품 '달빛노들'이 그것.

지난해 정월대보름 개장한 '달빛노들'에는 전망데크와 휴식공간, 소규모 무대로 쓰일 수 있는 문화공간 등이 조성돼 있다. 이 같은 시설은 다층적인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원형의 메탈 구조에 각기 다른 크기의 구멍 4만5천개를 뚫어 햇빛이 한강 위를 비출 수 있도록 설계해 밤에는 작품 안에 설치된 조명을 통해 은은한 빛이 흘러나와 마치 달무리가 진 것 같은 절경을 만들어낸다.

달빛노들의 조명은 '삭-초승달-상현달-보름달-하현달-그믐달'로 움직이며 변화하는 시간의 흐름을 보여준다.

또 달 모양 원형구조물 안에 설치된 2층 높이의 전망데크에서는 한강과 도심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전망데크에 서면 흐르는 강물과 초록빛의 한강철교, 63빌딩 등을 아우르는 절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고 노을이 지는 시간에는 그 풍광이 절정을 이룬다.

작품 내·외부에 길게 이어진 원목데크에는 시민들이 앉아서 쉴 수 있는 계단이 연결돼 있어 수상에서 소규모 공연도 열 수 있다.

노들섬은 본래 한강 백사장으로 많은 사람의 쉼터이자 휴양지였지만, 한강 개발계획으로 백사장의 모래는 사라지고 섬이 생기게 되면서 사람들의 발길은 끊어졌었다. 이후 노들섬의 활용방안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이뤄졌고 2019년 문화복합기지로 재탄생했다.

자연과 사람이 함께 교류하며 살았던 과거의 시간과 감각을 되찾고 다양한 환경 요소들과 교류하며 장소의 소통을 주도하고 매개하는 작품이라는 게 작가의 제작 의도다.

청계천 들머리 광장에 위치한 공공미술작품 '스프링'

◆청계천 상징 '소라 스프링'

'스프링'(Spring)은 청계천 들머리 광장에 위치한 공공미술작품이다.

청계천에 다시 냇물이 흐른 지 1주년을 맞은 2006년 청계천 복원 상징 조형물로 설치됐다. 복원된 청계천의 샘솟는 모양과 서울의 발전을 상징한다. 스프링은 최근 별세한 세계적 팝아티스트 클라스 올든버그가 그의 아내 코샤 반 브루겐과 공동 제작했다.

붉은색과 푸른색이 교차하는 철판을 나선형으로 꼬아 올린 소라 형태의 외관을 지닌 이 작품에는 스테인리스 스틸과 알루미늄, 섬유 강화 플라스틱 등이 사용돼 독특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높이 20m, 무게 9t에 달하는 거대한 조형물이지만 형태적 날렵함과 빨강과 파랑의 보색 대비가 주는 강렬함이 눈을 자극한다.

설치 당시에는 작품이 지나치게 상업적이라는 국내 미술계의 비판도 있었지만, 지금은 부인할 수 없는 청계천의 랜드마크이자 만남의 장소로 손꼽힌다. 스프링은 방문객들의 동전 및 시위 물품 투척 등으로 손상돼 2017년 전면 재도색 작업을 마쳤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이관우기자 redkcow@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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