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시절 회상하며 후배들 위해 기증 다짐
전국·해외 마다않고 책 500만여권 기증
"생산적이고 유익한 군생활에 도움되길"
국내에 있는 군부대는 물론 해외 파병 부대를 찾아 해마다 수만 권의 책을 기증하며 문화가 숨 쉬는 병영문화를 정착하고 있는 최병헌(64) (사)국군문화진흥원 이사장.
국군 장병들이 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독서를 즐길 수 있도록 군부대 내에 일명 북카페(도서관)를 개설하고 문화 혜택이 열악한 지역을 찾아 수천 권의 책을 기증하면서 '독서계의 산타클로스'로 불리고 있다.
최 이사장은 "군 생활을 했을 당시 부대 환경이 열악했던 터라 자유시간 동안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지 않았다"며 "그나마 몇 권 있던 책은 장식용에 불과해 2년 이상 허송세월을 보내다 보니 어떻게 하면 앞으로 입영할 국군 장병들이 생산적이고 유익한 군 생활을 보낼 수 있을지 계속해서 고민하게 됐다"고 운을 뗐다. 이어 "전역 후 도서 유통업에서 오랜 기간 일하다 보니 국군 장병들의 올바른 인성 함양은 물론 꿈을 키워나가는 데 밑거름이 될 책을 기증해야 겠다고 다짐했다"고 밝혔다.
그의 선행은 지난 2000년부터 시작됐다.
공군에서 부사관으로 근무했던 것을 인연으로 공군 전체 부대별로 300~500여 권의 책을 기증했다. 그의 선한 영향력은 책 기부 의사를 밝힌 여러 출판사들의 협력으로 규모가 커졌고 국방부와 함께 전군을 대상으로 한 '합동 도서기증운동'으로 확대됐다.
이후 그는 전문적이고 안정적인 기증 활동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사단법인을 창립했다. 지난 2010년 사단법인 인가를 받고 활동을 시작해 현재 11년이 넘는 시간 동안 꾸준히 '도서 기증운동'을 펼치고 있다. 에세이, 인문, 철학, 경제경영, 자기계발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선별해 기증함으로써 부대 내에 독서 문화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고 장병들의 문화 수준이 높아질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실제로 연평도와 백령도부터 레바논 파병 부대 등 먼 거리도 마다하지 않고 한 걸음에 달려가 책을 기증했다.
이처럼 해마다 신간 등 다양한 책을 지원함으로써 문화에 갈증을 느끼고 있는 군인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그는 "장병들이 많은 책을 기증해 줘서 고맙다며 롤링페이퍼 형식의 편지로 제작한 액자를 선물로 줬다"면서 "여러 부대에서 국군문화진흥원에 책 기증 요청도 하고 있어 뿌듯한 마음이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그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군부대는 물론 문화 소외지역을 찾아 책이 주는 즐거움을 널리 전할 계획이다.
최 이사장은 "현재까지 군부대와 지자체 등에 5백만권 이상의 책을 기증했다"며 "이와 같은 지원이 계속돼 장병뿐만 아니라 군인 가족과 부대 인근 지역 주민에게까지 독서 문화가 확산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이예지기자 foresight@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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