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전공자부터 회사원까지
나이·경험 제각각 농부 목표
첨단기술 전수 등 패키지 지원
예비농업인 안정적 정착 가능
인력양성 넘어 6차산업 모색도

'기후위기시대 전남, 미래를 일군다' ⑧김제·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를 찾아
제 아무리 첨단기술이 응축된 스마트팜이어도 시골에서 농사를 짓겠다며 귀농을 결심하는 것은 쉽지 않다. 농사경험이 전무한 청년들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청년의 안정적인 농촌 정착을 위해서는 전문 보육 체계와 창업 및 주거 공간을 갖춘 집적화된 거점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추진된 것이 스마트팜 혁신밸리다. 1차로 전북 김제와 경북 상주, 2차로 고흥과 경남 밀양 등 4곳에 스마트팜 혁신밸리가 차례로 조성됐다. 특히 전북 김제와 경북 상주는 오랜 노하우와 국내 최대 규모의 단지를 바탕으로 스마트 농업 인력 양성과 기술 확산에 주력하고 있다.
◆'농사에 진심'인 청년들
전북 김제 스마트팜 혁신밸리는 녹록지 않은 길을 선택한 청년농들과 희망의 씨앗을 일구는 곳이다. 이곳 청년창업보육센터 교육생들 역시 농업에 진심이었다.
농업 분야를 전공한 20대 청년부터 자영업을 하다 진로를 바꾼 이들, IT회사 경력을 스마트팜으로 살려보겠다는 회사원까지 센터에서 만난 5기 교육생들은 나이도, 경험도 달랐지만 함께 농부의 꿈을 일구고 있다.
동갑내기인 김지현·유영선씨는 함께 제2의 인생을 설계하다 의기투합해 농부의 길로 접어들었다. 서울에서 자영업자와 회사원으로 살아가던 두 사람은 공인중개사 자격증 학원에서 만나 연을 맺었다. 두 사람은 "처음에는 카페 창업을 계획했었는데, 차별화된 카페를 위해서는 원재료가 좋아야 한다는 생각에 직접 농사를 짓자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며 "몸은 겁나 힘들지만 마음이 편해 잘 선택한 것 같다"고 웃음 지었다.
서비스업 분야에서 12년 정도 종사했다는 이인성씨는 치유농업에 관심이 크다. 레드오션 분야에서 치열하다 살다 번아웃이 왔던 자신의 경험을 농업에서 풀어내고자 한다.
이 씨는 "체험시설을 갖추기 위해서는 시설비도 부담이 되고 농업에 대한 경험도 쌓고자 교육을 받고 있다"며 "스마트팜 딸기 농장을 중심으로 치유농업을 살려보고 싶다"고 설명했다.
광주 출신인 박광수씨는 공대 출신으로 진곡산단 한국자동차연구원에서 근무하다 스마트팜으로 진로를 변경했다.
박씨는 "부모님이 오랜 기간 임대농을 하셔서 농사가 낯설지 않지만 사전에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혁신밸리에 지원하게 됐다"며 "전자제어 등 전공을 살려 스마트팜 창업에 성공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의류 판매업을 하다 가족창업을 준비 중인 송영지씨는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일을 찾다 아버지의 권유로 스마트팜 교육에 참여하게 됐다"며 "모듬쌈 같은 엽채류 농장을 창업해 가족이 함께 꾸려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손상운씨는 자신의 전공을 살린 사례다. 농업고등학교를 나와 대학에서 원예산업학을 전공한 손씨는 스마트팜이 낯설지 않다. 손씨는 "학교 실습과정에서 스마트팜을 많이 접했지만 경영이나 시설 관련 분야까지 접하기는 쉽지 않았다"며 "토마토나 오이 농사를 시작으로 수익이 안정되면 바나나 같은 기후변화 대응 작물까지 영역을 넓히고 싶다"고 말했다.
◆'청년농 요람' 김제 스마트팜 혁신밸리
스마트팜 혁신밸리 핵심 시설은 보육 온실, 임대 온실, 실증 온실, 데이터센터 등 크게 4가지로 나뉜다. 보육온실에서 청년농을 육성하고, 임대 온실을 바탕으로 창업해 경험을 쌓게 한다. 운영과정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해 제공하는 한편 실증 온실에서 산학연이 손을 맞잡고 기술 개발에 주력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김제 스마트팜 혁신밸리 역시 축구장 면적의 30배에 달하는 21.3㏊ 면적에 청년창업보육센터, 임대형 스마트팜, 스마트팜 실증단지, 빅데이터센터 등 4곳으로 분류된다.
각 시설별 전문성 강화를 위해 청년창업보육센터와 임대형 스마트팜은 전북 스마트팜팀과 김제 스마트팜팀이 각각 운영 중이다. 또 스마트팜 실증단지는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이, 빅데이터센터는 전북 농업기술원이 관리를 맡고 있다.
이 가운데 핵심 사업 중 하나인 청년농업인 육성은 스마트팜 청년창업보육센터에서 진행된다. 매년 52명의 교육생을 선발하는데, 4곳 스마트팜 혁신밸리 중 경쟁률이 가장 높다. 첫해인 2018년 6.3대1을 기록한 것으로 시작으로 ▲2019년 2.8대 1 ▲2020년 3.1대 1 ▲2021년 3.5대 1 ▲2022년 3.7대 1이었으며 특히 올해는 52명에 모집에 264명이 지원하며 5.1대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예비 청년농들이 이곳으로 몰리는 이유는 오랜 교육 노하우로 정평이 나 있어서다. 농촌진흥청과 산하기관이 전북 곳곳에 자리하며 농업기술 전문인력 양성 허브로 주목받아 왔으며, 전북도 역시 교육 담당연구사들을 오랜 기간 배치에 전문성을 기를 수 있도록 뒷받침해 왔기 때문이다.
교육은 청년보육 실습농장을 중심으로 입문교육(1~2개월), 교육형 실습교육(6개월), 경영형 실습교육(1년) 등 총 20개월 과정으로 운영된다.
입문교육은 스마트팜 이론, 창업설계, 마케팅, 작물재배, 스마트기기 운용 등 기초적인 이론을 공부한다.
교육형 실습은 전문가들의 지도 아래 육묘-관리-수확 과정을 실습농장에서 배운다. 경영형 실습은 3~5명의 교육생들로 팀을 구성해 500평의 온실에서 1년 동안 파종부터 재배, 수확, 판매까지 직접 현장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현장 전문가의 영농지도와 컨설팅도 지원된다.
교육을 수료하면 3년 동안 임대형 스마트팜에서 농지를 경영할 기회를 얻는다. 연간 임대료는 1인당 30여만원으로, 이 기간 창업을 위한 종잣돈까지 벌어서 나갈 수 있는 구조다.
윤재준 전북 스마트팜 팀장은 "전북은 오랜 교육 노하우도 강점이지만 청년농들을 위한 패키지 지원사업이 정착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농촌에 온기가 사라지지 않도록 스마트팜 혁신밸리를 중심으로 청년농 육성을 통한 인구유입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 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
전북 김제 스마트팜 혁신밸리와 함께 1차로 조성된 경북 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는 전국 4개 권역 중 가장 규모가 크고 다양한 커리큘럼을 갖추고 있다. 이 때문에 지원센터 1층 전시관부터 시설 곳곳에 국내외에서 오는 방문객들이 끊이질 않는다.
이곳 역시 교육, 임대, 실증, 데이터 등 스마트팜 혁신밸리와 동일한 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현재 6기 교육생까지 선발해 20개월 과정으로 스마트팜 영농기술을 전수하고 있다.
특히 이곳에서 생산되는 오이는 이미 브랜드화에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다.
상주시 스마트농업과 류교정 스마트기획팀장은 "농산물공판장에서 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 오이는 이제 품질을 인정받았다"며 "표준화된 시설과 재배과정으로 누가 농사를 지어도 균일한 품목이 생산돼 시장에서도 유통망이 안정적으로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는 복합단지로 거듭나기 위해 분주하다.
인근에 교육생과 창업농들을 위한 주거단지가 조성돼 있으며 인접한 문화거리에 방문객과 주민들까지 유인할 수 있는 온실형 카페, 휴양공간 등을 갖춘 복합시설을 조성할 계획이다.
류 팀장은 "스마트팜 혁신밸리를 청년농 육성을 넘어 관광자원화할 수 있는 6차 산업까지 모색 중"이라며 "농업은 물론 다양한 콘텐츠들이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이윤주기자 lyj200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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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는 R&D··· 미래 농업기술 혁신 이끈다 네덜란드가 최고 수준의 농업 기술력을 보유할 수 있게된 데는 세계 최고 농업대학으로 꼽히는 와게닝겐대학의 역할이 크다. '기후위기시대 전남, 미래를 일군다' ⑩ 네덜란드 농식품 산업의 심장 와게닝겐대학네덜란드는 미국에 이어 세계 제2위 농산업 수출국가다. 우리나라와 비교해 인구는 3분의 1에 불과하고 국토 면적은 절반에 못 미치는 네덜란드가 세계적인 농업 강국이 된 배경에는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와 지원을 바탕으로 한 세계 최고 수준의 농업 기술력이 있다. 실제 네덜란드는 농업과 관련 95%는 과학기술, 나머지 5%만이 노동력이라고 할만큼 첨단화된 농업국가다. 이처럼 네덜란드가 최고 수준의 농업 기술력을 보유할 수 있게된 데는 와게닝겐대학(WUR·Wageningen University and Research)의 역할이 크다.◆대학·연구기관 결합한 R&D핵심네덜란드 동쪽 중앙 와게닝겐에 위치한 와게닝겐대학은 1876년 국립농업대학으로 출발한 후 1918년 종합대학으로 승격됐다. 와게닝겐에 농업대학이 설립된 이유는 네덜란드에 6개 정도의 토질이 있는데 모든 토질이 이곳에 자리하고 있어서다.와게닝겐대학에 연구기능이 강화된 것은 지난 1997년 네덜란드 농업진흥청(DLO)과 결합하면서다. 세계 최초로 농업대학과 연구기관이 결합돼 운영하는 농·임업 분야 세계 1위 대학으로 우뚝 섰다.실제 와게닝겐대학은 2005년 이후 세계 200개 대학에 포함됐으며 QS세계대학랭킹 농임업분야 세계 1위, 타임지 선정 세계 59위에 각각 선정됐다. 또 세계 주요 농업 연구기관 중 논문 인용지수도 6위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네덜란드 와게닝겐대학 푸드밸리센터 내 스타트업 지원 허브. 지금의 WUR이라는 명칭은 지난 2016년 기존 대학명에 연구소(Research)를 포함시키며 만들어진 것으로 정체성과 영역을 보다 확고히했다. 이곳은 5개의 전문 과학그룹으로 나눠, 와게닝겐대학(WU)과 전문연구소(DLO) 영역을 유기적으로 연결시키고 있다.그룹별로 살펴보면 ▲농업기술 및 식품과학-식품바이오연구소 ▲동물과학-축산·수의학 연구소 ▲환경과학-환경연구소 ▲식물과학-국제·응용식물연구소 ▲사회과학-농업경제연구소·개발혁신센터 등으로 구분돼 있다.현재 5천여명의 직원과 220여명의 교수가 재직중이다. 또 학생들은 112개국에서 온 1만3천여명으로 이 가운데 학부와 석사과정이 1만1천여명, 박사과정이 2천여명이다. 특히 유학생이 절반 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지구촌 곳곳에 25개 지사를 두고 90개국에서 458개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이곳은 2년 과정의 석사과정 프로그램이 눈길을 끈다. 첫 해는 와게닝겐을 포함한 아일랜드, 스웨덴, 프랑스 등지에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며 특히 마지막 해에는 대학의 파트너 식품사들과 프로젝트를 진행해 논문을 쓰게 된다. WUR의 핵심업무인 연구·교육·가치창출을 석사과정부터 구현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파트너십… 고부가 기술 개발WUR의 핵심은 연구와 파트너십이다.교육·훈련·기초기반 연구를 진행하는 대학, 경쟁력을 갖춘 응용연구를 주도하는 연구소, 공공 R&D와 시설 공유 및 협업활동을 하는 기업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혁신적인 창업을 이끄는 스핀오프 생태계를 갖추고 있다.'Finding Answer together(함께 답을 찾자)'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파트너와 협력해 지식을 개발하고 사회에 적극적으로 보급하는 것이 취지다. 대학과 연구소를 중심으로 세계적인 농식품 회사들이 입주해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해 그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푸드밸리 스타트허브에서는 창업을 지원하는 방식이다.푸드밸리센터 내 전경끊임없는 R&D 성과는 전 세계 주요 농식품 기업들을 이곳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유니레버는 지난 2019년 와게닝겐대학에 농식품 연구개발시설인 HIVE를 개소했으며 네슬레, 하인즈, 몬산토, 하이네켄, 다농 등 유명 기업을 비롯해 전 세계 2천600개 업체가 참여하고 있다.최근 고부가 생산기술 도입을 위한 AI자율온실도전경연대회는 우리나라에서도 꾸준히 참가하고 있으며 식품의 안전성을 강화하고 투명성을 제공하기 위한 기술개발로 눈길을 끈다.남아프리카 포도 유통체인을 중심으로 개발중인 농식품블록체인기술 프로젝트과 돼지고기 포장용기 내 이산화탄소를 통해 신선도를 측정할 수 있는 스티커 포장 개발 등이다.CJ사무실에 진열된 자사제품들.◆기후변화 대응 작물 연구2050년 전 세계 인구가 90억명으로 늘어난 반면 물과 화석연료 고갈로 심각한 기근이 발생, 식량 위기를 겪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WUR은 지구촌 곳곳에서 추진중인 프로젝트와 연구를 통해 이를 해소하는 방안을 오랫동안 연구해왔다.광합성 향상을 통해 생산량을 늘리고 척박한 기후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품종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가뭄에도 강하고 염분이 있는 땅에서도 잘 자라는 퀴노아나 기후변화에 뛰어난 적응력을 보이는 감자의 저항성을 높이는 품종 개량 등이 대표적이다.멸종위기의 바나나 품종개량 등 위기에 놓인 작물을 보호하는 연구도 이어오고 있다.이밖에도 지푸라기 기르닌을 분해해 사료로 전환시키는 곰팡이 개발, 열대수수를 옥수수 대용 사료작물로 개발, 버섯 유전자원을 활용해 목질계 섬유소 사료화 연구 수행 등 축산경쟁력 유지를 위한 다양한 가축 사료 개발도 추진 중이다.네덜란드 와게닝겐=이윤주기자 storyboard@mdilbo.com"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있다면 도전하세요"라우라 티센 와게닝겐 스타트라이프 운영이사"농식품 분야의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있다면 WUR이 창업을 지원합니다."네덜란드 와게닝겐대학(WUR·Wageningen University and Research) 푸드밸리센터에서 만난 라우라 티센 스타트라이프 운영이사의 설명이다.WUR 스타트라이프는 농식품 분야를 전공한 학생이나 연구자들의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곳이다.티센 이사는 "푸드밸리 내 입주한 기업들을 중심으로 파트너십 전략을 추진하고 스타트업 비지니스 코칭을 담당하고 있다"며 "스타트업의 인큐베이팅은 물론 펀딩, 프로그램, 마케팅, 클라이언트와 연결까지 전 과정을 돕는다"고 말했다.그는 스타트업의 성공요인으로 '혁신'을 꼽았다.티센 이사는 "스타트라이프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창의적인 아이디어 ▲회사설립 ▲2명 이상의 직원 등을 갖춰야 한다"며 "무엇보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만 있다면 훌륭한 결과를 달성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곳에서는 2010년부터 400개 넘는 스타트업을 배출했고 320만유로(45억3천만원)의 매출을 올렸다"며 "최근에는 프로틴 대체육 등이 각광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티센 이사는 "스타트라이프는 WUR 출신은 물론 전 세계 모든 이들에게 열려 있고 한국의 대표적인 식품기업인 CJ도 이곳에 입주해 활동하고 있다"며 "농식품 업계를 이끌 참신한 아이디어를 지닌 이들이라면 언제든 찾아달라"고 당부했다. 이윤주기자 storyboard@mdilbo.com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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