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워지는 바다··· 새로운 어장지도 만들어야

입력 2023.10.30. 11:33 이윤주 기자
'기후위기시대 전남, 미래를 일군다'
⑥품종개발·어장관리로 위기 대응
고수온에 해조류 생산기간 단축
높은 보험료 까다로운 적용조건
어민들 가입 꺼려 제도개선 시급
기후변화에 강한 신품종 개발
안정적 어장환경 수산물 생산을
전남의 양식어가들은 해마다 고수온 등 기후변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완도 약산에서 어민들이 감태를 수확하고 있다. 

'기후위기시대 전남, 미래를 일군다' ⑥품종개발·어장관리로 위기 대응

완도 약산에서 30년 넘게 바다농사를 지어온 김경운씨는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한다.

물때를 비롯해 네이버와 기상청 날씨 예보 그리고 태풍 경로를 알려주는 ‘윈디 날씨’까지 4개의 앱을 넘나들며 기상상황을 실시간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는 본격적인 바다농사가 시작되는 10월 들어 마음이 더 조급해졌다. 청각 수확을 마무리하고 미역 양식을 시작해야 할 시기가 왔지만, 바다수온이 도통 내려가지 않아 미역 포자를 뿌리지 못하고 있어서다.

김씨는 “보통 수온이 19~20도가 되어야 미역 포자를 심을 수 있는데 한동안 수온이 내려가지 않아 이제야 작업을 할 수 있게 됐다”며 “최소 70일에서 100일 정도는 미역을 키워야 내다팔 수 있는데 올해는 2~3주 가량 늦어져 걱정이 크다”고 토로했다.


◆악화되는 양식 환경

김씨는 사계절 바다농사를 짓고 있다.

1월은 매생이·굴, 2~3월은 가공미역, 4월은 물다시마를 각각 채취한다. 5~6월은 완도 최고의 특산품인 건다시마 시즌이다. 장마가 있는 7월을 지나 8~9월 청각을 수확한 후 10월까지 양식장 청소를 한다. 10~11월은 이듬해 채취할 미역·다시마 시설을 하고 12월과 1월에는 시장에 판매되는 식품미역을 주로 거둬들인다.

줄곧 완도 약산에서 양식을 해 온 김씨는 최근 들어 기후변화를 실감하고 있다.

물때나 수온이 해마다 차이가 생겨 시기나 주기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음을 경험하고 있다. 특히 양식업에 치명적인 수온상승은 확연해졌다.

최근 고수온이 해마다 발생하면 태풍에까지 영향을 미쳐 미역 포자를 뿌리는 시기가 늦춰지고 있다. 여기에 이듬해 미역과 다시마 채취마감 시기가 점점 앞당겨지고 있어 미역과 다시마 양식을 할 수 있는 기간이 크게 단축됐다. 과거에는 4월까지였던 채취시기가 이제는 3월 이후에는 작업을 할 수 없게 됐다.

고수온은 또 양식생물의 상품성을 떨어뜨리는 따개비나 해파리 같은 이물질의 생육을 발달시켜 양식어가들의 환경은 날로 악화되고 있다.

김씨는 "해조류는 바닷속에서 자꾸 자극을 줘야 잘 자라는데 막상 미역 포자를 뿌려도 날씨가 좋다는 보장이 없어 생산량을 예측할 수 없다"며 "24절기도 점점 희미해지고 삼한사온(三寒四溫)도 예전같지 않아 늘 걱정이다"고 말했다.

다시마 포자 작업을 하고 있는 어민들. 

◆피해 줄이기 안간힘

우리나라 해역은 이상고수온 다발해역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름이면 고수온, 겨울이면 저수온 현상이 반복적으로 발생, 특히 양식업은 대량 폐사로 이어지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남의 경우 여수, 순천, 고흥, 보성, 장흥, 강진, 해남, 무안, 완도, 신안, 진도 등 바다를 끼고 양식업을 하고 있는 대부분이 고수온 피해 지역으로 2021년 175억원, 2022년 9억5천만원 피해를 입었다. 올해도 지난 7월28일부터 9월22일까지 50일 넘게 이어진 고수온에 전남 4개 시군, 198어가에서 842만 마리, 135억원의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고수온이 늘며 다행히 적조 피해는 감소해 2019년 5억원의 피해액이 발생한 후 지금까지 피해상황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남도는 지난 2016년 적조·고수온 등으로 380억원의 양식생물 피해가 발생하자 '기후변화 대응 전남 양식어업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이듬해인 2017년부터 3천억원을 투입해 대응에 나섰다. 가두리어장 조류 소통 개선, 양식수산물 재해보험 보장성 강화, 어장 환경 변화 대응체계 구축, 기후변화 적합 양식품종 개발 및 육성 등 10대 대응과제, 27개 세부사업을 2030년까지 추진한다는 것이 주 내용이다.

올해도 고수온·적조 대응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대응에 나섰다.

가장 먼저는 사전 예찰로 피해를 최소화하고, 피해 발생 후 경영 안정을 위한 지원 그리고 고수온이나 적조에도 잘 버틸 수 있는 품종 개발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것이 골자다.

전남도는 피해 최소화를 위해 양식어장 예찰 및 모니터링을 강화했다. 실시간 어장관측정보 관리시스템을 106곳에 구축하고 실시간 수온 정보 모니터링과 어업인 상시 정보를 '전남바다알리미' 앱을 통해 제공하고 있다.

액화산소공급기, 산소공급기, 저층해수공급장치, 차광막, 액화산소 등 양식생물 피해 최소화를 위한 대응장비를 조기 지원한다. 양식생물 조기 출하를 통한 피해예방과 사육밀도 저감 등 어업인 지도도 꾸준히 해오고 있으며 양식 품종 다변화에 해역별 상황도 달라 수온이 오르기 전에 미리 판매가 될 수 있도록 권장하고 있다.

전남도 양식수산물 재해보험 가입 품목은 전복·굴·다시마·농어·돌돔 등 23종이다. 태풍, 이상조류, 적조 등 재해 피해에 대해 양식수산물은 물론 시설물까지도 보상받을 수 있다. 올해는 어업인 부담을 10%로 대폭 낮추고 가입을 독려하고 있다.

하지만 고수온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는 특약은 보험료가 비싼데다 적용조건이 까다로워 어민들이 가입을 꺼리고 있다.

실제 올들어 완도 전복양식장의 경우 한달 가까이 이어진 고수온으로 평균 50% 이상의 폐사율을 보였지만 '3일 이상 28도'라는 기준에 맞지 않아 피해보상을 받을 수 없는 실정이다. 해양수산부가 정한 전복 한계 수온 기준은 28도로, 이 상태가 3일 이상 지속돼야 고수온 경보가 발령되고 피해 보상 조사도 이뤄진다. 이 기준 역시 지난 2015년에 정해진 것으로, 이상기후로 인한 재해빈도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을 반영한 보험 할증률을 낮추고 고수온 피해 수온을 내리는 등 제도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다시마 포자 작업을 하고 있는 어민들. 

◆고수온에 강한 품종개발 시급

기후변화로 직면한 위기를 타계하기 위한 방안으로 수산업 전반에 걸쳐 신품종 양식기술 개발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아열대성 어류, 고수온에 강한 해조류 등 고수온 적합 품종 양식을 확대해 양식어업 체질 개선으로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

전남도는 고수온과 저수온이 지역별, 계절별로 발생함에 따라 고수온에 강한 어패류를 중심으로 연안해역별 어류양식 유도 및 기술지도를 병행하고 있다.

도해양수산과학원 완도지원은 올해 전복 종자와 넙치 육상양식장 대상 양식 환경 및 사육 방법 개선 연구에 착수, 맞춤형 양식 매뉴얼 개발에 나섰다. 최근 고수온으로 전복, 넙치 폐사가 지속적으로 발생함에 따라 체계적 어장 환경, 양성 관리로 최적의 양식 매뉴얼을 개발해 도내 전 지역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국립수산과학원이 아열대 어종인 바리를 교잡한 대왕자바리는 무안에서 종자를 생산해 제주에서 양식에 성공했으며, 같은 교잡종인 대왕붉바리는 거문도 가두리 양식장에서 높은 생존율을 보이며 대체어종양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어류 품종 개발은 쉽지 않다.

출산 개체수가 1~2마리인 축산류와 달리 어류는 개체수당 적게는 수천에서 많게는 수억개의 알을 산란하기 때문에 유전체나 유전자 발현 연구를 진행하기가 힘든 여건이다. 이 때문에 현재는 고수온이나 적조 등 재해발생 후 살아남은 개체들을 중심으로 기후변화에 강한 어종이나 선발 육종을 추출해내는 방식도 진행하고 있다. 온도변화에 강한 숭어나 고수온 대체 품종으로 개발된 아열대 바리로 전환을 유도하는 한편 고수온이 발생했을때 위험성이 적은 곳에서 일시 양식하는 이동 양식도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전남도 관계자는 "기후변화 연구에 초점을 맞추고 안정적 어장 환경에서 수산물이 생산되도록 다양한 연구와 현장 지도를 병행하고 있다"며 "품종별 양식 환경 데이터 자료를 활용한 최적의 양성 방법을 마련해 안정적 소득 창출과 양식수산물의 고품질화 연구·개발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윤주기자 storyboard@mdilbo.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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