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입주민과 교류·소통할 것"
다양한 문화행사, 결과는 성공적
청년 창업·공동체 회생 일거양득
지난 8일 오후 광주 북구 각화동 주공아파트 내 각화종합사회복지관 3층 강당. 10여 명의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은 가운데 무언가를 만들고 있다. 수십여분 동안 재료들과 씨름하던 중 한 아이가 "다 만들었다"며 손을 번쩍 들었다. 이 날 아이들이 만든 것은 각자의 휴대전화나 열쇠에 걸 키링. 파란 솜뭉치에 눈이 달린 키링을 만든 이 아이는 뿌듯해하는 표정으로 '선생님'을 불렀다. 키링 만들기 수업을 주최한 청년 창업가 안진영(36·여)씨가 이 아이에게 다가가 칭찬을 하는 사이 다른 아이들도 손을 들었다.
수업을 진행한 안씨는 "이 날 수업은 북구와 맺은 조건에 따라 진행된 주민소통 활동의 일환이지만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즐겁게 진행했다. 앞으로도 몇 차례 더 진행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광주 북구가 관내 청년 창업가들과 함께 영구 임대 아파트 단지내 입주민 공동체 활성화에 앞장서고 있다. 북구는 청년 창업가들에게 무상으로 아파트 상가 내 공실을 임대해주고 이들이 주민 공동체 회복을 위해 돕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12일 광주 북구에 따르면 LH·주택관리공단과 함께 관내 영구 임대 아파트들을 중심으로 입주민 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북구는 지난해말 LH로부터 각화주공 상가단지 내 공실 9곳을 임대받아 9곳의 청년 창업가 및 활동단체를 입주시키면서 관련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청년 창업가들이 입주한 각화주공은 지난 1991년 지어진 총 1천415세대 규모의 영구 임대 아파트다. 대부분이 고령, 저소득인 이 곳 입주민들은 자체적으로 꾸리는 공동체 활동이 전무하다. 공동체 활동이 멈추면서 이웃간 단절의 골도 깊어지고 있다.
북구는 각화주공의 이러한 사정을 청년들의 창업 마중물 사업과 연계시켰다. 청년 창업자들에게 일정 기간 무상으로 사무공간을 제공해주는 대신, 입주 기간동안 공동체 회복을 위한 주민소통 활동을 기획할 것을 조건으로 내건 것이다. 북구는 지난해 11월 청년창업가들과 약정식을 갖고 2년 계약으로 이들을 입주시켰다.
청년창업가들은 입주 이후 다양한 방법으로 주민들과의 소통에 나섰다. 네일샵을 운영하는 한 청년 창업가는 어르신들의 손톱 관리를 자처했다. 다른 청년 활동가는 아파트 인근의 무돌길 걷기 체험활동을 기획해 주민들과 직접 걷기도 했다. 이 날 진행된 안씨의 강의까지 포함해 현재까지 6팀이 주민소통 활동을 진행했다.
효과는 점차 빛을 보고있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던 주민들이 점차 청년들의 프로그램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문화생활을 누리지 못했던 주민들 사이에서는 청년들의 활동이 단비와 같다는 평도 이어졌다.
김대광(33) 각화사회복지관 소속 사회복지사는 "이 곳 입주민들은 공동체 중심의 문화생활을 하지 못해 늘 삭막한 분위기 아래 살아왔다"며 "청년들이 입주한 이래로 아파트에 활기가 돌고있다. 더욱 많은 활동들이 이어져 주민들이 모이는 구심점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영주기자 lyj2578@mdilbo.com
"청년에겐 기회를, 입주민들에는 활력을"
입주 창업가 안진영 '퍼플문' 대표
"이웃간 막힌 소통 트는 느낌 뿌듯”
"주민들 사이의 단절된 교류를 문화생활로 이어주는 저희의 활동이 입주민 공동체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는 것 같아 의미가 크다고 생각됩니다."
청년창업가 안진영(36·여)씨는 광주 북구청의 지원 사업 대상자로 선정된 후 벌써 3번째 주민소통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그간 다양한 연령대의 입주민들을 대상으로 주민소통 활동을 기획해온 안씨는 이번 아이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활동에서 특히 보람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안씨는 "참여 아이들이 강의를 어려워하지 않을까 걱정도 했지만 곧 잘 따라하는 모습을 보여 뿌듯했다. 특히 코로나19 이전 종종 아이들을 대상으로 공예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때가 떠올라서 감회가 남다르다"며 "저의 강의가 이제는 입주민들의 공동체 활성화에 보탬이 되는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안씨는 지난해 3월 수공예품 제작 전문 1인 기업 '퍼플문'을 창업했다. 마땅한 사무실을 찾지 못해 여러 곳을 전전해오던 그는 북구의 사업 소식을 듣고 신청했다. 같은 해 11월 이곳에 입주한 안씨는 북구가 내건 주민 소통 활동 조건에 반신반의하기도 했다. 주민들과 어우러지는 것이 개인 사업과 어떤 연관이 있느냐는 의문이었다.
안씨는 "처음에는 주민들의 삶과 청년 창업자들의 사업을 별개로 생각했지만 머지않아 주민들이 기본적인 문화생활조차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됐다"며 "이를 깨달은 후 적극적으로 주민 소통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씨는 "현재 사업과 관계없이 창업 이전 자신이 관심을 가졌던 주제로 주민 소통 활동을 진행하는 청년 창업가들도 많다. 청년 창업가들이 서로 협업한다면 현재 활동보다 더 알찬 프로그램을 꾸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그간 주민들 사이 막혀있던 소통의 물길이 청년 창업자들로 인해 트이는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영주기자 lyj257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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