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찾지 않아도 개봉영화 볼 수 있어 넘 좋아요"

입력 2023.03.14. 16:02 이예지 기자
[해남 새로운 문화명소 ‘해남시네마’ 가보니]
포근한 주말 맞아 관객들로 북적북적
개관 2년 만에 누적 관객 8만명 돌파
신작을 저렴한 가격에 상영 ‘입소문’
3D영화에 독립·예술영화까지 상영
지난 4일 오후 해남시네마를 찾은 관객들이 매표소와 매점 판매대 앞에 서 있다.

[해남 새로운 문화명소 ‘해남시네마’ 가보니]

"목포까지 가지 않고 해남에서도 영화를 볼 수 있어서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지난 4일 오후 해남군에 위치한 작은영화관인 '해남시네마'.

2개 상영관을 갖춘 해남시네마는 2000년 초반 해남읍에 있던 극장이 폐관된 뒤 장장 20여년만인 2021년 7월 군내에 문을 연 유일한 영화관이다. 이날 찾은 해남시네마는 최근 개봉한 6개 영화를 시간대별로 연령별 관객 맞춤으로 상영하고 있다. 관람석만 작을 뿐 3D영화까지 상영할 수 있어, 전국의 여느 멀티플렉스 영화관에 뒤쳐지지 않는다. 여기에 다양한 취향의 지역 관람객들을 위한 독립영화나 예술영화까지 상영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4일 찾은 전남 해남군에 위치한 '해남시네마'의 대기실 모습.

해남시네마는 영화관이 없는 전남 지역 시·군에 도민 편의를 위해 100석 안팎의 소규모 영화관을 건립하는 것을 골자로 전남도가 추진하는 작은영화관 사업의 일환으로 건립됐다.

코로나19라는 악조건 속에서 개관했음에도 불구하고 2년 만에 누적 관객은 해남군 인구(6만5천여명)를 훌쩍 뛰어넘는 8만명을 돌파하면서 해남의 새로운 문화명소로 부상하고 있다.

지역에 영화관이 없어 왕복 2시간을 꼬박 운전해 목포와 광주 등 인근 도시로 영화를 보러 다녀야 했던 군민들의 문화 예술 향유에 대한 갈증 해소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개관 당시 오후 1시~10시까지 상영했던 해남시네마는 최근 관람객이 부쩍 늘어나자 상영시간도 오전 9시부터 오후 12시까지로 연장했다. 지역에서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사례다.

지난 4일 오후 찾은 해남시네마의 한 상영관 모습.

실제로 이날 해남시네마는 포근한 주말을 맞아 개봉한 영화를 관람하려는 관객들로 붐볐다. 중학생부터 대학생, 중장년층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관객들로 영화관 내부는 활기를 띠는 모습이었다. 영화관 대기실에 앉아있던 20명 남짓한 관객들은 저마다 손에 영화표와 함께 고소한 내음을 풍기는 팝콘을 들고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웠다.

이곳에서 만난 평소에 '혼영(혼자서 영화 감상)'을 즐긴다는 윤모(77) 어르신은 해남에 영화관이 생겨서 좋다며 침이 마를 정도로 칭찬을 이어갔다. 윤 어르신은 "20년 전 해남에 극장이 사라진 후로는 목포는 물론 광주까지 가서 영화를 보고 오곤 했다. 해남시네마가 문을 열면서 한 달에 두 세 번은 꼭 와서 영화를 본다"면서 "이번주에도 벌써 두 편이나 영화를 봤다. 해남에 영화관이 생겨서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고 웃음 지었다.

몇 분 지났을까. 영화 상영 시작 10분 전이 되자 상영관에 입장하라는 직원의 안내와 함께 관객들이 속속 발걸음을 옮겼다. 이들을 따라 상영관에 가보니 100석 안팎의 소규모지만 여느 일반 상업 영화관 못지 않을 정도로 큰 스크린과 좋은 음향시설이 갖춰져 있었다.

친구와 함께 영화 볼 준비에 한창이던 정우룡(17)군은 "이전에는 버스를 타고 목포까지 가야만 영화를 볼 수 있어 불편했다"며 "해남에 영화관이 생겼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좋지만, 이곳은 영화표가 도시 영화관보다 훨씬 저렴해 더 자주 찾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곳의 영화 관람료는 성인 기준 6천원(오는 17일부터 7천원으로 인상)으로 일반 영화관의 절반 수준이다.

이하연 해남시네마 점장은 "더 많은 군민분들이 영화관을 찾을 수 있도록 최신 개봉영화를 비롯해 커피를 무료로 제공하면서 독립·예술영화를 정기 상영하는 '씨네브런치' 행사도 진행하고 있다"며 "좋은 환경에서 군민분들이 기분 좋은 문화 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예지기자 foresight@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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