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군, 외국인 일손 구하기 '적극' 관리는 '뒷짐'

입력 2023.03.14. 15:17 강승희 기자
군, 주 1회 농장 방문 환경점검 설명 불구
최근 임금착취·근무환경 열약 민원 발생
관리·감독 부실 도마에…대책 마련 시급
“문제된 사업장 신청 제한 등 대안 마련”
무등일보 DB

해남군이 지역 농가 일손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외국인 근로자 구하기에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정작 이들에 대한 관리·감독에는 소홀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일부 외국인 노동자의 경우 사용자 측과 맺은 근로계약서와 다른 조건으로 일을 하면서 낮은 임금을 받는 등 열악한 환경에서 노동력을 착취당하고 있다는 민원을 제기했으나 해남군에서는 소극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드러나 관계당국의 진상파악 및 불합리한 노동사례 전수조사가 요구된다.

14일 해남군에 따르면 법무부 배정심사협의회를 통해 지난해 11월께 해남지역 50농가에 외국인 계절노동자 266명을 배정받았다. 이에 따라 현재 18농가에서 80명의 외국인 계절노동자가 일하고 있다.

이들 중 일부 외국인 계절노동자가 당초 체결한 근로계약서와 달리 최저 임금에 못 미치는 급여를 받고 있으며, 근무환경 또한 열악하다는 민원을 제기해 진상파악이 요구된다.

지난달부터 해남지역 B농가에서 일하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 A씨는 당초 농가 측과 근로계약서상 200만1천원을 한 달 급여로 약속받았지만, 이 돈을 30일로 나눠 하루 일당으로지급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A씨 등에 따르면 해남 B농가에서 일하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들은 하루 8시간 노동을 하기로 계약을 맺었으나, 9시간씩 일하면서도 추가 1시간 노동에 대한 수당은 받지 못하고 있다. 주1회(한 달 4번) 휴무키로 돼 있으나 농가 측이 갖은 이유를 내세워 일을 못하게 해 일주일분 일당이 깎였다고 A씨는 전했다.

결국 A씨가 한 달동안 받은 임금 총액은 당초 약속했던 200만1천원에 못 미치는 170만여원이었다. A씨 등은 곧바로 해남군 측에 부당한 임금에 대해 민원을 제기했으나, 현재까지 해당 농가에 대한 별다른 행정적 조치가 취해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 B농가 등 일부 해남지역 사업주가 급여명세서를 지급하지 않고 있어 각종 공제 후 얻는 수령액과 실수령액을 비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급여명세서 지급은 의무사항으로 신고 시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되지만 외국인 근로자들이 요구하기 어렵고 신고하더라도 급여명세서를 지급받지 못했음을 증명해야 하므로 사실상 이의 제기조차 불가능하다.

열악한 근무환경도 문제가 되고 있다.

A씨의 경우 20여명의 동료들과 화장실(샤워실 포함) 1개와 방 2칸의 숙소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이마저도 한 달에 1번 쉬는 조건으로 5만원가량 생활비를 내고 있다. 이같은 민원이 발생하자 해남군은 외국인 근로자가 사용하는 숙소 외부에 간이화장실 1칸을 더 설치하게 하도록 권고했다.

A씨는 "장갑과 칼을 가져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용자가 하루 일을 시키지 않는 등 부당한 이유를 내세워 강제로 일을 못 하게 하고 임금을 안준다"면서 "한 달 급여 대신 일당제로 임금을 받는 탓에 하루 일을 못 하면 손해가 커 사업주 눈치를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근로계약 시간보다 더 많이 일하면서 임금은 적게 받지만 사업주에게 문제 삼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사업주가 나가라고 하면 대체해 일할 곳이 없어 귀국해야 하므로 참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또 "SNS를 통해 서로 근무환경과 급여 수준 등을 공유할 수 있어 더 나은 환경으로 가려다 불법체류자가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불법체류자가 되더라도 적발되면 별다른 제재 없이 귀국하면 되기 때문에 '다시는 한국에 오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하는 거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해남군 관계자는 "주 1회 농가를 방문해 생활환경 점검을 하고 사업주와 외국인 계절노동자의 애로사항을 듣는 등 관리에 노력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는 시설점검을 꼼꼼히 해 사업장을 선정하고 문제가 된 사업주는 외국인 계절근로자 신청을 제한하는 방안도 고려해보는 등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전남도 관계자는 "외국인 계절근로자와 체결한 근로계약서대로 이행해야 한다"면서 "근로계약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해당 사업자는 앞으로 외국인 노동자를 받지 못하는 등 페널티를 받고, 피해를 본 외국인 노동자는 다른 사업장으로 옮길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외국인 계절근로자 프로그램은 파종기·수확기 등 계절성이 있어 단기간, 집중적으로 일손이 필요한 농·어업 분야에서 합법적으로 외국인을 고용할 수 있는 제도다. 시·군이 주체가 돼 외국 지자체와 MOU를 체결하고 법무부 주재로 고용노동부·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부·행정안전부로 구성된 배정심사협의회를 통해 지자체별 계절근로자 배정 규모가 확정된다. 경작 면적 등 기준에 따라 고용주별 9명까지 외국인 계절근로자를 고용할 수 있다. 외국인 계절근로자의 근무 기간은 5개월이다.

강승희기자 wlog@mdilbo.com·해남=윤창식기자

슬퍼요
2
후속기사 원해요
2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