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친구들이 많아져서 너무 좋아요"

입력 2022.04.08. 17:30 이정민 기자
■‘작은 학교 살리기’ 성공한 해남 마산면 북일초 새학기 풍경은
폐교 위기서 학생 2배 가량 늘어 '활기'
1대 1 수업하다 많은 질문에 '행복한 비명'
76가구 신청 22가구 100여명 이주 완료
적막한 마을, 아이들 웃음소리로 가득

"어린 아이들이 뛰어 놀고 웃는 소리가 나니까 마을 전체가 활기를 띠는 것 같아 너무 좋습니다."

폐교 위기에 놓였던 해남 북일초가 타지에서 이주한 학생들로 인해 학교를 살린 것은 물론, 마을 전체에 밝은 에너지를 북돋아 주고 있다.

특히 특정 학년에는 1명밖에 없을 정도로 학생수가 부족했지만 올해 이주한 학생들로 인해 전교생이 2배 가량 늘어나 학생, 학부모, 학교, 마을주민 할 것 없이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지난 6일 오후 1시 해남 북일면 북일초교. 방과 후 특별활동 시간에 아이들은 교실 책상에 둘러 앉아 3D펜을 활용한 학습 놀이를 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처음 접해본 3D펜이 신기한지 집중해서 갖가지 모형을 만들고 있었다. 한 아이는 옆 친구와 심각한 표정까지 지으며 만들기에 열중하고 있었고 다른 아이들의 얼굴에는 행복한 표정이 가득했다. 한 아이가 "선생님 이거 어떻게 해요"라고 질문하자, 다른 아이들도 덩달아 질문세례를 쏟아내 선생님이 진땀을 빼기도 했다.

이 학교 선생님은 "학생수가 적어서 그동안에는 거의 1대1 수업을 하듯이 했는데 이제 학생수가 많아지다 보니 정신이 없다"며 "그래도 아이들이 친구들이 많아지니까 즐거워해서 저도 함께 즐겁게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웃어보였다.

지난 1922년 개교한 이 학교는 올해로 개교 100년을 맞는 역사가 깊은 학교지만 최근까지 폐교를 걱정해야 할 만큼 위기에 처해있었다. 학생수가 턱없이 모자라고 앞으로 신규로 입학할 학생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위기로 인해 학생, 학부모, 교사들을 걱정이 태산이었다.

이 소식을 알게된 마을 주민들이 나서 서울 등지에서 '작은 학교 살리기'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이곳에 이주할 학부모들을 모집했다.

그결과 76가구가 이주 신청을 했으며, 그중 20가구가 선정돼 100여 명이 마을로 이사했다. 그중 북일초에는 34명의 학생들이 전학 오거나 신입생으로 입학했다. 오랫동안 조용하던 학교에 친구들이 많아지자 기존의 학생은 물론이고 이주한 학생들도 큰 만족감을 드러내고 있다.

부산 학교에서 전학와 학생회장까지 맡고 있는 차영우(6년) 학생은 "도시에 살 때도 좋았지만 해남에 오니까 마을 사람들의 온정을 느낄 수 있어서 너무 좋다"며 "기존에 있던 학생들도 우리를 낯설어하지 않고 반겨 줘서 고맙고, 환경도 좋아 이곳으로 이사 오길 참 잘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처럼 마을에 어린 학생들이 늘자 마을 전체가 활기를 띠며 밝은 분위기로 변했다. 실제 마을 주민들은 서로를 집으로 초대해 환영회를 연이어 열어주기도 하고 있다.

신평호 북일면 주민자치회장은 "작은 학교 살리기 프로젝트를 추진할 때 마을 사람들의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며 "하지만 예상보다 더 큰 반응이 오자 우리도 놀랐고 사업을 진행해 학교를 살릴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학부모들도 이곳에 와서 잘 적응해줘서 너무 감사하다"며 "지역에 젊은 인력들이 늘어나니 필요한 기업 등에 취업 알선도 할 수 있어서 서로 너무 좋은 것 같고 노인들만 있던 이곳에 아이들, 젊은 부부들이 함께하니까 마을 전체 분위기가 달라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학교가 다시 되살아나자 학교측에서도 다양한 학습 프로그램으로 이주 학부모들의 걱정거리를 해소시키고 있다.

김현영 북일초 교감은 "전학생 학부모들들이 시골학교에 자녀를 보내면서 학습에 대한 우려가 크겠지만, 그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학교도 많은 고민을 하고 노력할 것이다"며 "현재는 코로나19 때문에 제약이 있지만 계절별로 제철에 맞는 과일, 작물을 수확하는 체험하는 프로그램 등 학생들이 직접 보고, 만지고 느낄 수 있는 체험 위주의 학습을 중점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김 교감은 "인근 북평초와 공동 교육을 진행하며 소규모 학교가 단독으로 추진하기 어려운 부분을 보완해 나가며 학생들이 학습하는 데 부족함이 없도록 노력할 계획이다"고 강조했다.

이정민기자 ljm7da@mdilbo.com·해남=박혁기자 md18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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