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두 작가 "자연·인간美 넘치는 땅끝에서 창작의 영감 찾기를"

입력 2022.02.27. 16:10 이관우 기자
문학인의 창작공간 인송문학촌 토문재 탄생 배경
박병두 작가 "혼탁한 세상 속 인간성 회복 절실"
'더 좋은 세상' 만드는 데 일조하는 게 문학인 책무
박병두 작가

"자연미와 인간미가 넘치는 땅끝에서 창작에 필요한 영감을 찾아가기를 바랍니다."

문학인들의 창작공간 인송문학촌 '토문재'를 운영하는 박병두(59) 작가는 뛰어난 작품은 인간 내면의 미(美)로부터 영감을 받아 탄생한다고 강조했다. 박 작가가 사재를 털어 아름다운 절경과 사람 좋기로 소문난 해남 땅끝마을에 창작공간을 만든 이유이기도 하다.

박 작가는 토문재를 만든 이유에 대해 "돈과 명예, 권력에 집착하고 서로 갈라치기 하는 분열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인간성(人間性)의 회복이 절실하다"며 "세상을 깊은 사유와 남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문학인들의 책무는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 있다. 이들이 작품을 통해 세상의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서는 창작활동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동반돼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박병두 작가

토문재는 28일 1기 입주작가들의 합류로 첫 운영을 시작했다. 작가들은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전통한옥에서 짧게는 일주일에서 최대 1년 동안 자유롭게 창작활동을 한다.

박 작가는 입주작가들이 이곳에 머물면서 창작활동 시 요구되는 풍부한 상상력을 기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 작가는 "입주작가들이 인문학적으로 역사와 전통이 함께하고 있는 땅끝 해남에 머물면서 자연과 예술이 살아 숨 쉬고, 문화와 휴식이 있는 토문재를 좋은 작품의 자양분으로 삼으면 좋겠다"며 "한옥의 고즈넉함, 문살과 서까래, 따사한 햇살과 툇마루가 정겨운 풍경에서 영감을 얻어 글 쓰는 작가들의 모습을 상상만 해도 즐겁다"고 했다.

토문재는 이용료가 없다. 입주작가가 창작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갖췄다.

박 작가는 공직생활 중 모은 돈을 토문재에 쏟아부었다. 수익이 없어도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건 연금 덕분이다.

이런 박 작가의 배려와 나눔 정신은 성장환경의 영향이 컸다. 박 작가는 "어릴 적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나지는 않았지만, 부모님으로부터 '어려운 사람을 늘 생각해라'는 가르침을 받으며 성장했다. 한 번은 학교 납부금 일부를 어려운 지인에게 빌려주고 차액을 채우려고 아르바이트를 전전했던 적도 있다"면서 "토문재의 탄생은 공직생활을 하며 누린 혜택을 나누겠다는 의지에서 시작됐다. 또 작가로서 어려운 동료나 예비 작가들의 입장을 역지사지의 자세로 바라보니, 이들을 돕는 일이 옳은 일이라는 믿음이 들었다"고 했다.

박 작가는 입주작가들에게 "우리는 늘 성찰과 사색을 한다. 작가는 더욱 그렇다. 세상과 타협하는 삶이 아닌 역지사지, 측은지심을 실천하는 작가의 본령을 실천해 갔으면 좋겠다"며 "토문재에서 머무는 동안 귀중한 시간을 묵상하듯 자유롭고 영혼의 평안을 얻는 여유를 가지기를 희망한다. 저명한 작가보다는 숨은 인재들이 많이 찾아오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이관우기자 redkcow@mdilbo.com·해남=박혁기자

슬퍼요
1
후속기사 원해요
0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