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석의 발견과 되새김] 일상의 그물망 속 위기와 상실

@이하석 시인(대구문학관장) 입력 2022.10.25. 10:31

카카오를 비롯한 네트워크의 '독과점'에

대한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먹통 사태'를

계기로 'IT 공룡'의 실상이 드러났다고도 했다

관련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는 생각이

절실하게 든다. 이런 소통체계에 그냥 순응하고

따라 가는 나 같은 서민들의 간절한 바람이다

내비를 쓰면서 나는 실재의 길의 표정을

기억하지 못하는 수가 많아진다. 여행을 가도

무슨 길로 왔는지, 길 주변 풍경은 어땠는지,

어떤 우여곡절을 거쳐 왔는지 거의 기억이

나지 않는다.새삼 내비는 편리하지만,

내비로 인해 사람 간의 정서가 메말라지고

있는 게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카카오

갑자기 카톡이 두절된다. 대뜸 내 잘못인가 했다. 카톡으로 들어오는 영상 자료들이 엄청난데 그대로 둔 게 과부하가 걸려 먹통이 된 게 아닌가 지레 겁을 먹었던 것이다. 그런데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 여기 저기 전화를 하니, 카톡이 먹통이 됐으니, 복구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단다. 인터넷의 메일도 먹통이었다. 당장 청탁받은 원고의 마감 날짜가 되었는데, 부칠 수 없었다. 하루더 기다려보기로 했다. 통신 장애는 전에도 가끔 있었으나 이내 복구가 됐기 때문이다.

하루가 지났는데도 카톡은 물론 메일도 깜깜한 채였다. 원고 마감이 급해 잡지사에 전화를 하고 좀 더 기다려줄 수 있겠느냐고 양해를 구했다. 잡지사는 어쩔 수 없으니 그러자고 했다. 또 하루를 지났다. 그러는 사이에 카톡 이용 소상공인들의 비명들이 터져나왔다.

카톡은 복구된 듯 보였다. 안심이 안 되어 카톡으로 '밀려들어온' 사진 자료들부터 지워버렸다. 사진 자료들과 상관이 없는 데도 컴맹인 나는 여전히 나의 대응이 기민하지 못해서 이런 일이 일어난 게 아닌지 자책하는 것이다. 후배가 그런 내 행동을 두고 우습다는 듯이 "애먼 사진들 지우지 마시고…"하며, 카톡이 원활하지 않으면 문자로 소통하면 된다는 조언도 했다.

그러나 메일은 여전히 깜깜이었다. 잡지사에서는 메일 주소를 바꿔서 송고 하거나 휴대폰 문자로 원고를 보내라 하지만, 그런 소통에 익숙하지 않는 나는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고 부탁했다. 5일이 지나서 비로소 메일이 소통됐다. 겨우 원고들을 송고했다.

곤혹스러운 경험이었다. '국가 통신망'의 이런 '먹통 사태'에 분노와 불신이 커진다. 이런 사태가 불러올 엄청난 재앙 등의 만약의 사태에 대한 우려와 공포심마저 들었다. 정부와 정치권도 '먹통 사태' 사흘이 지나 국가·정부차원의 대응을 강조하기 시작했으나, 어정쩡한 대응인 듯 보여 불안하다. 이번 사태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 카카오를 비롯한 네트워크의 '독과점'에 대한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먹통 사태'를 계기로 'IT 공룡'의 실상이 드러났다고도 했다. 관련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는 생각이 절실하게 든다. 이런 소통체계에 그냥 순응하고 따라 가는 나 같은 서민들의 간절한 바람이다. 어쨌든 정부와 정치권이 이를 계기로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독과점 방지 및 개인 정보 유출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면 집단 소송이 가능하도록 하는 등 입법 차원의 재발 방지책을 추진하겠다는 목소리를 다급하게 하니 지켜보는 수밖에 없겠다.

우리가 별 생각없이 이용하면서 사소하게 여겼던 게 때론 엄청난 사태를 야기할 수 있다니…. 우리의 삶이 이런 소통 체계에 무방비로 노출된 채 아무 이의 제기도 못하고, 무반성적으로 대응해온 듯 여겨지면서 그런 내가 한심해보이고, 초라해지기도 한다.

-내비게이션

차를 타면서 '내비'(내비게이션) 이용을 거의 안 했다. 약간 불편할 뿐이지 하고 느긋하게 생각한 것이다. 하이페스 이용도 않은 채 IC 이용 때마다 티켓을 뽑고 카드나 현금 결제를 하는 나로서는 그런 불편도 이 정도 쯤이야 하고 여겼다. 길을 모르면 잠시 길가에 차를 세우고 행인에게 물으면 된다. 그러한 말 걸기도 하나의 대사회 소통이라고 여긴다.

그러나 나도 '결국' 내비를 달고 다니고 만다. 휴대폰에 내비게이션 앱이 있으니, 그걸 이용하는 것이다. 덕분에 교통 체계를 더 잘 읽을 수 있게 되었다.

내비를 이용하는 건 물론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니다. 범칙금을 줄이기 위해서다. 이건 사소하지만, 절실한 얘기다. 시내 교통 속도가 대개 시속 50km로 바뀌고, 학교부근의 어린이 보호구역에서는 시속 30km 이내로 운행되어야 하는데, 이를 제대로 지키기가 쉽지 않다. 걸핏하면 범칙금이 날아온다. 도처에 CCTV 감시망이 깔려 있어서 아차 싶은 사이에 불법을 저지르기 쉽상이다. 잔뜩 주의를 해도 깜빡 그냥 지나치는 경우도 있다. 교통 신호를 비교적 잘 지키려 노력해도 이러하니, 참 딱하다. 그런데 그걸 비켜갈 수 있는 '약'을 발견한 것이다. 내비다. 여성의 목소리로 자상하고도 친절하게, 끊임없이 주의를 환기시킨다. 도로 주행 속도와 도로의 특징과 요철까지 다 일러준다. 덕분에 범칙금 물기에서 거의 해방됐다.

자동차 대부분은 내비를 단다. 스마트폰에도 이러한 기능이 있어서 자주 이용된다. 이걸로 초행길도 어렵지 않게 찾아간다. 자동차 내비는 차의 현재 위치를 나타내고 목적지까지 길을 안내해주는 시스템이다. 내비로 자신의 위치를 알 수 있는 것은 GPS(Global Positioning System) 덕분이다. 미군이 군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 만든 시스템으로, 스물네 개의 위성(GPS 위성)이 보내는 전파로 목표물이나 자신의 위치를 표시한다. 최첨단 시스템의 승리라 할 만하다.

그러나 내비를 쓰면서 나는 실재의 길의 표정을 기억하지 못하는 수가 많아진다. 여행을 가도 무슨 길로 왔는지, 길 주변 풍경은 어땠는지, 어떤 우여곡절을 거쳐 왔는지 거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기계가 일러주는 대로 따라 왔고, 그렇게 기계적으로 와 있는 걸 확인할 뿐이다. 이러다간 주마간산 격이나마 풍경의 표정을 읽는 재미를 상실해가는 게 아닌가하는 우려가 일만하다. 그 뿐만 아니다. 내비를 통해 집과 길을 찾으면 되기에, 사람들에게 물어볼 기회가 없다. 가뜩이나 사람과 사람 간의 접촉의 빈도가 줄어 서로간의 정을 느끼는 경우가 점점 더 없어져간다는 데 말이다. 새삼 내비는 편리하지만, 내비로 인해 사람 간의 정서가 메말라지고 있는 게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그러나 한 번 받아들인 내비에의 의존심을 조금이나마 떨쳐버리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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