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만의 '易地思之'] 바보야, 문제는 '성격'이야!

@강준만 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입력 2022.10.05. 16:53

스타일이 서로 다른 것 같지만, 사실

윤석열과 이준석 두 사람은 중요한

특성에선 닮은 게 더 많다. 첫째, 오만하다

둘째, 말이 많다. 셋째, 말이 거칠다

윤석열의 '비속어 논란'도 이 세가지

특성이 합해져 일어난 것이지만, 잠시의

공백도 견디지 못하는 그의 다변(多辯) 체질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을

몇 분, 아니 몇십초의 공백을 참지 못해 상황도

살피지 않은 채 즉각 밖으로 발설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그 성급함 또는 경솔함은

자기 자신의 목을 조르고 있지 않은가

그 정도까진 아닐망정 이준석의

거친 다변도 국내 최고 수준이다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낼 수도 있었던 이른바 '비속어 논란' 사건을 이렇게까지 키운 윤석열 정권의 실력에 새삼 놀라게 된다. 사람들은 그 실력을 '무능'이라 부르지만, 내가 보기엔 '성격'이다. 주변에 강한 직언을 하는 사람을 두지 않음으로써, 아니 사실상 직언을 용납하지 않음으로써, 대통령실에 상시적인 '집단사고' 풍토를 조성한 대통령 윤석열의 성격이 만들어낸 비극이다.

윤 정권은 MBC를 '국기문란 보도'의 주범으로 몰아가는 방식으로 대응했지만, 실은 MBC를 보호하기 위해 발버둥친 격이었다는 걸 아는지 모르겠다. 문제를 일으킨 최초의 장본인인 윤석열이 일단 사과부터 한 후에 MBC의 문제를 분리해서 대응했더라면 MBC의 행태에 강한 문제의식을 가질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그런데 윤 정권은 내내 윤석열이 억울한 피해자인 양 '피해자 코스프레'를 연출하면서 MBC를 향해서만 손가락질을 해댔으니, MBC의 입장에선 큰 행운이 아닐 수 없었다. 윤석열에 대한 국민적 분노 덕분에 마땅히 맞아야 할 매마저 피해갈 수 있었다는 점에서 말이다.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미국에서 수입한 것이긴 하지만, 한국의 현실에서도 큰 울림을 주는 경우가 많아 정치권에서 자주 애용되고 있다. 이 표현을 원용해서 말하자면, 나는 이번 '비속어 논란' 사건처럼 큰 정치적 갈등을 볼 때마다 "바보야, 문제는 '성격'이야!"라고 외치고 싶을 때가 많다. 전 대표 이준석과 관련된 국민의힘 내분 사태도 바로 그런 경우인데, 이에 대해 말씀을 드리고 싶다. 이준석이 나흘 전 페이스북에 올린 글부터 감상해보자.

"핵을 가질 때까지는 어떤 고난의 행군을 걷고 사람이 굶어 죽고 인권이 유린돼도 관계없다는 휴전선 위의 악당들을 나는 경멸한다. 마찬가지로 당권, 소위 공천권을 갖기 위해서는 어떤 정치파동을 일으키고 당헌·당규를 형해화하며 정권을 붕괴시켜도 된다는 생각을 가진 자들에 대한 내 생각도 다르지 않다. 둘 다 '절대반지만 얻으면 지금까지의 희생은 정당화될 수 있고 우리는 금방 다시 강성대국을 만들 수 있어'라는 천박한 희망 고문 속에서 이뤄지는 집단적 폭력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준석이 잘 되기를 바라는 사람으로서 나도 모르게 "아, 이건 아닌데..."라는 탄식이 터져 나왔다. 나는 누가 옳으냐 그르냐 하는 문제엔 별 관심이 없다. 양쪽 모두 문제가 있다는 양비론이 무난하게 여겨지는 사안을 두고 우위를 따지는 게 무슨 큰 의미가 있겠는가. 나처럼 이 싸움을 '50 대 50'이나 '40 대 60'의 양비론으로 보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게다. 그런데 싸우는 양쪽은 100의 정당성이 자신들에게 있다는 식으로 주장하고 있다. 앞서 소개한 이준석의 글이 잘 보여주고 있듯이 말이다. 나는 양쪽 모두에게 "바보야, 문제는 '성격'이야!"라고 외치고 싶다.

"능력으로 정상에 오를 수 있지만, 정상에 머무르게 만드는 건 성격이다." 미국의 전설적인 농구 감독이었던 존 우든의 말이다. 자신의 능력으로 국민의힘을 이끄는 지도부의 정상에 섰지만, 그 자리를 오래 지키지 못한 채 윤석열, 아니 사실상 국민의힘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 이준석을 보면서 떠올린 명언이다.

이준석에게 호의적이었던 대구시장 홍준표는 이준석이 8월 13일 기자회견에서 "이 XX 저 XX 하는 사람을 대통령 만들기 위해 열심히 뛰었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왜 그런 욕을 먹었는지도 생각해봤으면"이라고 말했다. 나는 홍준표야말로 정말 이준석을 아끼는 좋은 조언을 해주었다고 생각한다. 이 조언에 대해 이준석은 '피해자 탓하기'라는 식으로 대응했지만, 과연 그런 건지 한번 더 생각해보면 좋겠다. 왜 자신이 받은 상처만 기억하고 자신이 남에게 준 상처는 눈치조차 채지 못하고 있는 건지 그런 자기중심주의 성격이 안타깝다. 이 갈등이 자신과 똑같은 성격을 가진 사람과의 충돌이라는 생각은 꿈에서도 해본 적이 없는 걸까?

스타일이 서로 다른 것 같지만, 사실 윤석열과 이준석 두 사람은 중요한 특성에선 닮은 게 더 많다. 첫째, 오만하다. 둘째, 말이 많다. 셋째, 말이 거칠다. 윤석열의 '비속어 논란'도 이 세가지 특성이 합해져 일어난 것이지만, 잠시의 공백도 견디지 못하는 그의 다변(多辯) 체질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을 몇 분, 아니 몇십초의 공백을 참지 못해 상황도 살피지 않은 채 즉각 밖으로 발설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그 성급함 또는 경솔함은 자기 자신의 목을 조르고 있지 않은가. 그 정도까진 아닐망정 이준석의 거친 다변도 국내 최고 수준이다.

이준석은 "세상을 나를 중심으로 돈다"고 생각하는 성격을 가진 사람이다. 이걸 싸가지 문제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게 아니다. 자기중심적 권위주의다. 예컨대, 이준석이 입당 전 윤석열을 '비빔밥의 당근' 정도로 비유하고, 입당 후 윤석열에게 '연습문제'를 내고 그걸 수행하면 자신도 선거전에 적극 나서겠다고 제안한 걸 상기해보라. 이건 싸가지를 훨씬 넘어선 수준의 문제이며, 이런 사례들이 무수히 많았다.

세상의 짐작과는 달리 이준석은 그간 젊은 나이 때문에 불이익은커녕 오히려 이익을 보는 경우가 더 많았다. 가장 큰 이익은 그의 자기중심적 권위주의를 은폐해주는 효과다. 권위주의는 성격의 문제임에도 나이의 문제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준석이 갈등을 빚는 주요 상대는 윤석열을 포함해 50-60대의 중진 정치인들이기에 이건 매우 중요한 문제다. 30대가 60대의 권위주의를 비판하는 건 다른 사람들의 지지와 공감을 얻기 쉬운 반면, 60대가 30대의 권위주의를 비판하면 사람들은 60대를 향해 포용력이 없다거나 나이 차별을 한다는 등 엉뚱한 꼰대 타령을 해대는 경향이 있다.

혹 이준석 자신이 꼰대는 아니었을까? 비빔밥론을 내세우면서 "저는 다른 생각과 공존할 자신이 있다"고 했던 지난해 6·11 당 대표 수락 연설은 어디로 갔는가? 다른 생각을 자신의 권위주의로 누르려고 했던 건 아닌지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 "성격은 인간의 운명"이라고 한 헤라클레이토스보다는 "진정 힘 있는 자는 자신의 성격을 스스로 만들 수 있는 사람이다"고 한 마키아벨리의 조언을 따르면 좋겠다.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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