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석의 ‘발견과 되새김’] '인류세'의 비극을 그리는 작가들

@이하석 시인(대구문학관장) 입력 2022.01.11. 11:02

시인들과 소설가들은 일찍부터 

환경에 대한 위기를 감지하면서 

우려의 말들을 쏟아냈다

코로나 19 상황은 

인류가 처한 위기에 대한 

문학적 대응을 본격적으로 

드러내게 하는 계기가 된 셈이다

죽음의 질주로 인한 

공멸이 아닌 

서로에 대한 연민의 연대와 

욕망의 절제를 통해 

공생의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이다 


#코로나

올 1월로 만2년을 넘겼다. 2019년 말 중국 우한시의 화난(華南) 수산시장 야생동물 판매장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 19)가 발현(나중에 그 발상지가 우한시장이 아니라는 중국 의료계의 연구 보고가 나오기도 했다), 첫 감염자가 폐렴 증세를 보이더니 이내 집단적인 확산으로 번져, 이듬해 1월 10일 최초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 때 이미 중국내 감염자가 1천여명이 넘었다. 1월15일에는 일본에서 발병했고, 20일 한국에서 첫 감염자가 나왔다.

그동안의 과정은 기막혔다. 초기에는 질병관리본부의 의욕적인 대처로 가닥이 잡히는 듯했으나 2월18일 뜻밖의 확진자가 나옴으로써 통제가 헝클어졌다. 첫 사망자가 발생하고 확진자가 매일 엄청난 수로 번졌다. 신천지대구교회 교인 천여명이 자가 격리됐으며 청도 대남병원 환자 및 직원 등을 대상으로 한 역학 조사와 방역조치가 다급하게 진행됐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확진자는 더욱 늘어났다. 이로부터 경계단계가 심각단계로 상향 조정되고, 범정부 차원의 재난안전대책본부가 가동됐다.

유행성감기의 원인인 인플루엔자는 물론, 가축에 대한 전염성 높은 급성 바이러스성 전염병인 구제역과, 2012년 중동 호흡기 증후군 코로나 바이러스 곧 메르스 등이 잇달아 창궐, 인류를 공포에 몰아넣은 바 있는데, 코로나19는 그것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재앙의 규모가 컸다.

세계가 통째 이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이에 따라 국가 간 장벽이 세워지고, 개인 간에도 거리두기와 비대면의 관계로 바뀌었다. 마스크가 일상화되는 기이한 광경들이 이어지고 있다.

바이러스 방역 연구로 백신이 개발돼 1,2차를 거쳐 3차 접종을 하고 있지만, 감염의 확산이 막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바이러스의 감염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백신 접종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이 전 세계적으로 불거져 나오고 있다. 지옥 같은 인류의 삶이 2년이 지나도 숙질 줄을 모르는 것이다.

#섬뜩한 전망

코로나 재앙을 두고 인류의 위기를 느끼는 강도가 새삼 커지는 듯하다. 플라스틱, 미세먼지, 기후변화 등과 신종 전염병으로 인한 팬데믹 상황을 두고 '인류세'의 위기라 말하기도 한다.

네덜란드 대기과학자 파울 크뤼천이 2000년 처음 이 개념을 쓴 이래 그 공감의 폭이 늘어나고 있다. '인류로 인해 열린 새로운 지질시대'. 지구의 지질시대가 '홀로세'에 접어든 이래 1만년을 약간 넘긴 시점에서 갑자기 '인류세'라는 위기 상황으로 바뀌는 걸로 보는 것이다. 이 위기감은 심각해서 인류의 멸망에 대한 공포로 나타나기도 한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인류의 위기를 전망하는 작가들의 절망적인 시각들이 집중적으로 나타나는 것도 그 징후의 하나일 것이다.

듀나의 '죽은 고래에서 온 사람들', 정세랑의 '리셋' 천선란의 '레시' 등의 소설들은 2020년 이후 코로나 상황에서 나온 섬뜩한 전망들이다.

인류(호모 사피엔스)가 지구를 장악한 이후 지구 환경이 급격하게 달라졌는데, 기후 변화와 전염병 팬데믹 상황으로 지구는 결국 붕괴의 길을 걷는다. 듀나의 '죽은 고래에서 온 사람들'은 지구 멸망 후 가까스로 다른 행성으로 탈출, 고래로 불리는 군체(群體) 위에 겨우 실려서 바다를 떠돌며 '보트 피플'처럼 연명하는 지구인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이 군체-고래가 낡아서 해체되면 다른 군체-고래로 옮겨가야 하는데, 이때 문제가 되는 게 고래 병의 전염으로 다른 군체-고래 사람들로부터 기피되는 것이다. 고래 병을 감염시키는 숙주이자 바이러스는 바로 인간이다. 인류 멸종의 안타까운 잔영들이 섬뜩하게 묘사되고 있다.

#간절한 목소리들

정세상의 '리셋'은 23세기 미래 시간을 배경으로 한다. 거대한 지렁이가 인류 문명을 갈아엎는 얘기다. 인류가 황폐하게 만든 자연에서 지렁이가 더 이상 살 수 없어 오히려 인간을 공격하는데, 인간들은 그 지렁이를 '다 죽여버렸다'고 말하면서도 다시 지렁이가 돌아올지 모를 공포를 느낀다.

이 소설에서 작가는 지구가 리셋 될 수밖에 없는 것으로 무책임한 쓰레기 남발, 플라스틱 과잉 소비 등을 꼽는다. 그것들로 인해 지구는 병들고, 그리하여 이대로 가면 지구가 멸망, 인류는 멸종으로 갈 수밖에 없음을 강조한다.

천선란의 '레시'는 지구인과 외계 생명의 우주적인 접촉을 통해 간접적으로 지구인들의 황폐한 환경과 욕망으로 인한 왜곡의 삶터를 떠올린다. 거의 죽은 지구의 바다와 생명을 살리기 위해 우주로 그 방법을 찾아 떠나서 외계 생명을 만나지만, 외계 생명을 지구로 데려가는 것은 그 생물을 죽이는 것이므로 원래대로 그의 바다에서 살 수 있게 함으로써 생명의 의미를 깊이 있게 되돌아보게 한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무엇보다 지구 환경의 위기를 되돌아보면서, 그것이 인류를 멸망케 할 것이란 공포심을 반영한 것이다.

시인들과 소설가들은 일찍부터 환경에 대한 위기를 감지하면서 우려의 말들을 쏟아냈다. 수많은 관련 시들과 소설들을 통해 생태와 환경의 위기는 물론 인간 실존의 위기에 대한 말들을 해왔고, 해오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은 인류가 처한 위기에 대한 문학적 대응을 본격적으로 드러내게 하는 계기가 된 셈이다. 그리하여 죽음의 질주로 인한 공멸이 아닌 서로에 대한 연민의 연대와 욕망의 절제를 통해 공생의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이다.

작가들의 이러한 대응을 통해 우리는 위기의 시대, 생존의 문제로 불거진 지구의 간절한 목소리를 새삼 가슴 졸이며 되씹어보게 된다. 이하석 시인(대구문학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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