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만의 '易地思之'] 문재인 정권이 집값을 잡을 수 없는 이유

@강준만 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입력 2021.09.28. 18:08

문 정권이 4년 동안 내놓은 26번의

부동산 대책이 모두 실패로 돌아간 건

바로 그런 '부동산정책의 도덕화' 때문이었다

문 정권은 도대체 왜 그런 걸까?

'부동산정책의 도덕화'와 더불어

'임대성애자'이기 때문이라는 윤세경의

설명에 수긍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이분들은 국민이 전세보다 월세 사는 걸

더 선호하며 월세보다도 공공임대를

더 좋아합니다. 그러니까 왜 자꾸 시장은

공급을 이야기하는데 엉뚱하게 임대 공급으로

대답하는지 이해가 좀 가실 겁니다

지난해 4·15 총선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177석을 얻는 압승을 거두었으며, 위성정당인 열린민주당의 3석을 합하면 180석에 이르렀다. 야당의 압승이 예상되었던 선거에서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문정인은 에서 "여당이 참패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았지만 압도적으로 승리한 것은 문재인 정부의 효과적인 코로나 대응 정책 때문이다"고 했다. 김종혁은 에서 코로나 긴급재난지원금 효과에 무게를 두었다. 야당은 선거기간 내내 긴급재난지원금에 반대하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선거일을 불과 열흘 앞두고 방향을 선회했지만 민심은 이미 등을 돌린 뒤였다는 것이다.

어떤 효과가 더 컸건 4·15 총선은 '코로나 선거'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로 코로나가 선거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선거였다. 여당의 압승에 그 어떤 장점이 있건, 이는 수도권 무주택자들에겐 재앙으로 가는 길을 열어준 것이었다. 문재인 정권이 총선 결과를 잘못된 정책을 수정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강하게 밀어붙이라는 신호로 해석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는 오늘날 우리가 잘 목격하고 있지 않은가.

이런 이야기를 하다보면 표정이 심각해지기 마련이다. 그런 표정을 그대로 따라가는 심각한 어조론 독자들마저 심각하게 만들어 생각을 달리 하는 분들의 반발을 부르기 십상이다. 아무리 떠들어도 달라질 게 없다면 차라리 재미있게 말할 수는 없을까? 윤세경이 지난해 가을에 출간한 를 읽으면서 내내 웃은 건 물론 그의 탁월한 안목과 필력에 새삼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화가 나서 밥하다 말고 뛰쳐나온 아줌마"로 소개한 윤세경은 '삼호어묵'이란 필명으로 유명한 논객이다. 그와 인터뷰를 한 기자는 "단 몇 편의 글로 부동산 카페 수십만 회원들 공감을 얻어 '난세의 영웅'으로 떠올랐다"고 했다. '난세의 영웅'은 아닐망정 부동산 정책을 자신들의 도그마에 꿰맞춰 실패를 거듭해온 정부여당과 관변 전문가들보다는 훨씬 더 유능한 전문가라고 말해도 무방할 것 같다. 여권 전문가들의 문제는 무엇일까? 상식의 힘으로 그들을 능가한 윤세경의 해학적 분석을 감상해보자.

"이 사람들은 세상 모든 것을 옳고 그른 것으로 판단해요. 심지어 자본주의 경제 하의 시장마저도 옳고 그름의 문제로 봅니다. 자신들은 물론 옳은 쪽이죠. 그러므로 정책이 실패했다면 정책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정책에 따르지 않은 국민이 나쁜 것입니다. 나쁜 국민은 때려서라도 말을 듣게 만들어야지 우리의 옳은 정책을 수정해서는 안돼요. 그건 악과 타협하는 거거든요."

문 정권이 4년 동안 내놓은 26번의 부동산 대책이 모두 실패로 돌아간 건 바로 그런 '부동산정책의 도덕화' 때문이었다. 문 정권의 엘리트 자신들은 도덕을 초월해 살면서도 그러니 어이가 없지만, 정책의 일관성 하나만큼은 인정해줘도 좋을 것 같다. 그간 나온 정책 메시지는 대부분 "때려 잡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으니 말이다. 윤세경은 그 메시지를 다음과 같이 번역한다.

"8·2 대책이 '집 사지 마라' 였다면, 9·13 대책은 '집 좀 사지 말라고 이 새O들아', 12·16 대책은 '아 집 좀 사지 말랬지 이 개OO들아!', 6·17 대책은 '집 좀 사지 말라고 (찰싹)!', 그리고 6·17 대책의 실패로 급하게 나온 7·10 대책은 '집(퍽) 좀! (퍽) 사지! (퍽)! 말라고! (퍽)' 정도가 되겠습니다. 좀좀 격해져 갈 뿐 메시지의 방향 자체는 그대로예요."

문 정권은 도대체 왜 그런 걸까? '부동산정책의 도덕화'와 더불어 '임대성애자'이기 때문이라는 윤세경의 설명에 수긍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이분들은 국민이 전세보다 월세 사는 걸 더 선호하며 월세보다도 공공임대를 더 좋아합니다. 그러니까 왜 자꾸 시장은 공급을 이야기하는데 엉뚱하게 임대 공급으로 대답하는지 이해가 좀 가실 겁니다. 쉽게 말해서 임대성애자라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20번째 대책과 21번째 대책 사이에 4·15 총선이 있었다. 뒤늦게나마 문 정권이 '임대성애'와 '때려 잡는 도그마'에서 탈출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는 뜻이다. 누가 그 기회를 무산시켰나? 윤세경의 답을 들어보자. "정부가 집값을 잡지 '않은' 것은 결코 정부만의 잘못이 아닙니다. 잘못이 있다면 우리 이니 하고 싶은 대로 다하라고 외쳤던, '대가리가 깨져도' 지지하겠다고 외쳤던, 결정적으로 집값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는데도, 또다시 177석으로 화답해준 바로 님들에게 있습니다."

윤세경은 부동산 가격 폭등 문제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강성 지지자들을 가리켜 '신앙인'이라고 부르면서 이렇게 말한다. "설마 세상에 이런 사람이 존재할까 싶죠? 친정부 성향 커뮤니티들 가보시면 수두룩합니다. 이분들 눈 감고 귀 막고 지지하는 거 부끄러워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랑스러워하죠. 자기들끼리도 주기도문 사도신경 외듯 끝없이 다짐합니다. 콘크리트 지지! 다이아몬드 지지!"

나는 실제로 그런 신앙인들을 몇번 만나본 적이 있다. 어떤 지인이 "부동산 가격 폭등은 전 세계적인 현상인데 도대체 뭐가 문제냐"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글로벌 통계 수치까지 들먹이는 실력을 과시하길래 다음과 같은 반론을 드린 적이 있다.

"OECD가 의존한 우리 정부 통계를 믿으세요? 아니 그게 맞다 해도 그건 부동산 가격 하락을 걱정하는 우리 전북 같은 지방 덕분에 물타기 된 통계죠. 수도권에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몰려사는 '수도권 공화국'이 한국 말고 이 지구상 어디에 있나요?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죽어나는 수도권 무주택자들 생각하면 너무 잔인한 말 아닌가요?"

감히 신앙인들을 비아냥대거나 비판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타인의 신앙은 존중의 대상이지 비판의 대상은 아니잖은가.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그런 '정치의 종교화'가 안타깝긴 하지만, 그게 우리의 역사적 업보라면 수긍해야지 어쩌겠는가. 국민적 불신의 대상이 된 기존 종교인들이 대오각성하고 분발해 하루 빨리 정치적 신앙인들을 종교의 영역으로 모셔가 좀더 평온하게 지낼 수 있게 해주길 바랄 뿐이다. 강준만(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광주·전남 대표 정론지 무등일보는 영남일보(경상), 중부일보(경기), 충청투데이(충청) 등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지역신문사들과 함께 매주 화요일 연합 필진 기고를 게재합니다. 해당 기고는 무등일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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