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지 성냥갑' 해결해야 광주 도시매력 살아난다

입력 2024.01.03. 17:01 이삼섭 기자
[‘아파트 혐오도시’ 광주, 공동주택 혁신하자]
⑥대단지에서 중·소, 가로형으로
스페인 바르셀로나는 주거와 상업이 혼합된 가로형 아파트가 주를 이룬다. 차로를 줄이거나 없앤 대신 보행자 위주의 도로 환경을 만들면서 주거 쾌적성과 가로 활성화, 안전을 확보함은 물론 광장의 역할도 하고 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아파트 혐오도시’ 광주, 공동주택 혁신하자] ⑥대단지에서 중·소, 가로형으로

대부분 APT 거주…소규모 블록형 '특징'

아파트·빌라 장점 혼합한 주택 위주 공급

'저층부 상가' 거리 활기차고 다양성 확보

공공이 공원·광장·넓은 보행로 확보 주력

국내 '성채화' 부작용…유기적 연결 단절

필수 시설 조성 민간에 전가 '사유화' 방치

펜스·녹지로 단절…가로 활성 기대 어렵다

지난 10월 중순 바르셀로나의 유명한 번화가 중 하나인 '그라시아' 거리 근처. 6~8층 내외의 아파트 주택들이 즐비한 도로가에는 사람들이 모여 쇼핑과 휴식을 즐기고 있었다. 상업시설과 주택들이 복합된 거리에는 많은 상점과 카페, 식당들이 늘어서 있어 다양한 색깔의 조화를 뽐냈다. 넓은 보행로에 자리 잡은 카페나 식당 테라스에는 커피와 와인을 마시는 인파로 가득해 거리를 더욱 활기차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관광객들은 바르셀로나 고유의 아르누보 양식이 두드러지는 공동주택들을 따라 걸으며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었다. 데칼코마니를 보는 듯한 아파트들은 비슷한 키를 유지하면서도 고유했다. 신식 아파트로 보이는 건물도 주변 건물들과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모습으로 재탄생하고 있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특히 아파트마다 발코니가 있어 입체감이 더해졌다.

한국인 관광객인 조상호씨는 "건물들 색감이 비슷한 듯 다르게 예쁘고, 테라스가 있어 예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면서 "숙소가 주거지역인데도 1층에는 상가들이 많아 활기차고 걷는 재미도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 비율 높은 바르셀로나 대부분 연도형

무등일보 취재진은 지난 10월 중순 '건축의 도시'로 유명한 바르셀로나를 찾았다. 지역성과 장소성을 무시한 채 성냥갑 세우듯 광주 도시 전역에 난립하면서 사회적 문제로 커진 광주의 아파트 문제에 대한 대안을 살피기 위해서다.

스페인은 국민 10명 중 7명 가까이가 아파트에 산다는 점에서 주거 형태가 국내와 유사하다. 특히 전세계 도시들의 '롤 모델'로 꼽는 바르셀로나는 단독주택이 거의 없는 '아파트 공화국'이다. 그럼에도 바르셀로나의 아파트가 국내에서처럼 시민들의 지탄받지 않는다. 오히려 바르셀로나의 아파트는 건물 하나하나가 도시 고유의 특징과 색깔을 드러내면서 유산으로서 또 볼거리로서 작동하고 있다.

바르셀로나의 아파트가 국내와 가장 크게 다른 점은 대단지가 아닌 연도형(가로형) 아파트에 소규모 블록형이라는 점이다. 흔히 국내 아파트에 익숙한 시민들은 유럽의 주택들을 부러워하곤 하지만, 인구 밀도가 높은 특성상 대부분 대도시들은 아파트가 주를 이룬다.

무엇보다 바르셀로나의 아파트들은 국내처럼 대단지로 지어지지 않는다. 공동주택들이 기존에 있는 도로에 접하면서 소규모 블록 단위로 지어진다. 또 상가와 주거가 분리돼 있지 않고 공동주택 1층 내지는 저층부가 상업용으로 사용된다. 대신 도시 곳곳에 광장이나 공원 등 공공을 위한 녹지와 여가공간이 주어진다. 자연스럽게 자동차가 아닌, 보행 중심의 활동이 이뤄지고 거리에 활기가 찬다. 특히 주거의 쾌적성과 보행을 통한 가로 활성화 두마리 토끼를 위해 차로가 좁고 보행로가 넓은 것이 특징이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한 거리. 1층에는 상가가 자리잡은 가로형(연도형) 아파트가 대부분인 바르셀로나의 흔한 도시 풍경이다. 특징 적인 것은 주거의 쾌적성과 보행자 편의, 가로 활성화를 위해 차로가 좁고 보행거리가 넓은 것이 특징이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광장·공원에 보행자 친화적 도로…"쾌적한 주거 가능"

실제 취재진이 찾은 바르셀로나는 중심 상업지역은 물론, 주택지구까지도 공동주택(아파트)가 빼곡하게 들어서 있었다. 저층의 고밀도로 개발됨에 따라 한국에서의 아파트와 빌라(연립주택)의 중간 형태처럼 보였다. 상당수 아파트는 가로형으로, 다양한 색감과 장식을 가진 외부 디자인이 특징적이었다. 또 많은 가로형 아파트 외벽에는 발코니가 있어 입체감이 두드러졌다.

그라시아 거리에서 몇 블록 떨어진 곳에 위치한 아파트 내부로 들어가 보니 중정 정원이 눈에 띄었다. 중정은 바르셀로나를 비롯한 유럽 도시에서 흔히 보이는 ㄷ자 혹은 ㅁ자 형태의 건축물 중앙에 위치한 마당 격이다. 작은 공원처럼 꾸며진 정원에는 의자와 벤치가 놓여 있어 외부의 소음에서 벗어나 편히 쉴 수 있어 보였다.

이곳 주민인 호세 씨는 "바르셀로나 중심지역은 대부분 아파트(5층 이상) 혹은 삐소(piso·4층 이하)에서 거주하고 있는데, 오래된 집들을 리모델링해서 쓰고 있다보니 낡은 것은 사실이다"면서도 "건물은 노후됐지만 사람이 살기에는 충분하다. 안에는 정원이 있고 바깥에는 가까운 곳에 광장이 있어 주거환경에도 만족한다"고 말했다.

주거와 상업이 혼합된 주거지역에 사는 것에 대해, 호세 씨는 "바르셀로나는 중심지는 번잡하지만 보행자 도로가 많고, 또 계속 만들어지고 있어 차로부터 안전하고 쾌적한 주거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바르셀로나 사람들도 소득 수준이 높아질수록 외곽에 지어진 신축 아파트나 단독을 선호하는 현상이 뚜렷하다고도 덧붙였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구시가지. 국내에서는 구시가지를 대단지로 개발함으로써 녹지와 공원을 단지 내에 조성해 사유화하는 반면 바르셀로나는 구시가지 소규모 블록으로 도시재생이 진행하는 대신 광장이나 넓은 보행로 등을 통해 녹지와 공원을 제공한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대단지와 차가 점령한 광주, 도시 매력 사라졌다

그에 반해 한국의 아파트 형태는 이른바 단지형 아파트, 특히 '대단지' 위주로 개발이 됐다. 급속히 공동주택을 공급하는 과정에서 공원이나 놀이터, 경로당 등 공공인프라에 쏟을 비용을 민간, 더 정확히는 분양가에 반영되는 입주자들에게 전가시키면서 효율적으로 주택 공급을 지속했다.

전국 특·광역시 중 주택 중 아파트 비율이 가장 높은 광주시의 경우 대단지 경향이 더욱 강하다. 2023년 9월 말 기준으로 광주시 내 아파트 단지는 총 1천222개다. 광주 내 세대 수(45만4천557)를 고려하면, 1단지 당 372세대가 살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 같은 대단지 아파트들이 섬 안에 '성채'로 자리 잡으면서 주변 도시 환경과의 유기적 연결을 막아버렸다는 점이다. 도로와의 접면은 담장 혹은 사실상 담장과 같은 방음벽 등으로 분절해 '걷고 싶지 않은 거리'를 만들고, 주거와 상업의 분리를 초래해 자동차 중심의 도시를 만들어 도시 내 활력을 떨어뜨려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대단지가 가능하게 한 대신에 조성토록 한 녹지나 공원, 놀이터 등을 단지 내에 조성하면서 사유재산처럼 이용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최근에는 운동시설이나 수영장, 각종 편의시설 등 주민들만 사용 가능한 시설이 건물에 들어서면서 인근 상권을 더욱 침체하는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과 인공지능(AI) 시대가 도래한 현 시대 대형 플랫폼이 독점한 온라인에 맞서 소상공인이나 지역경제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오프라인 경험', 즉 매력 있는 공간 조성을 통한 지역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단지형 해체 내지는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강하다.

함인선 광주시 총괄건축가( 한양대학교 건축학부 특임교수)는 "단지형 아파트는 도시 가로와는 펜스와 녹지로 단절돼 있고 주변 지역과는 사회적으로 분리된다"면서 "길이 펜스와 붙어 있어 아파트의 외연이 상가 등으로 사용되는 연도형 아파트와는 달리 이곳은 도시의 경계가 돼 가로 활성화는 기대할 수가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대신 도시 내 소필지들은 가로형 아파트로 재편하는 동시에 단지는 해체해 중·소규모 블록형 아파트들로 바뀔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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