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도 집인가요? 광주 주택보급률 '과잉'에 숨겨진 진실

입력 2023.12.11. 20:31 이삼섭 기자
[‘아파트 혐오도시’ 광주, 공동주택을 혁신하자]
②단칸방 ‘원룸촌’의 그늘
광주 주택보급률 100% 넘자 "공급 초과" 논리 부상
1인가구 거주 '원룸' 등 단독주택에 포함돼 통계 착시
소형주택 공급 부족 심각…주거여건 개선 정책 '절실'
광주 동구 조선대학교 앞 원룸촌 전경. 사랑방부동산 제공

[‘아파트 혐오도시’ 광주, 공동주택을 혁신하자] ②단칸방 ‘원룸촌’의 그늘

광주 주택보급률은 2021년 기준 104.5%다. 2030년에는 광주의 주택공급률이 120%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광주에서는 '주택 과잉' 공포로 뒤덮혀 있다. 특히 아파트는 늘어나는 데 반해 인구가 줄고 있는 추세와 맞물러 도시슬럼화 우려로 주택을 더이상 공급하지 말자는 논리가 확산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공포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급속히 늘어나고 있는 1인가구 상당수가 최소한의 주거 기준만 갖추거나 그에 미치지도 못하는 이른바 단칸방 '원룸'에서 거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1인가구가 사는 원룸 혹은 투룸 등 다가구 주택은 '단독주택'에 포함됨에 따라 주택보급률이 이른바 '뻥튀기'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자칫 자연스러운 주거상향을 막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특히 광주는 아파트 아니면 원룸이라는 양극화된 주거형태가 자리잡고 있어 1인가구 등이 선택이 제한돼 있어 소형 공동주택(아파트 등) 공급 등의 대책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늬만 주택'에 주택보급률 '뻥튀기'

국토교통부가 발표하는 주택보급률은 일반가구 수와 비교해 주택 수의 비율을 의미하는 것이다. 가구 수에 비해 주택 재고가 부족한지 과한지 알려주는 양적지표다.

2021년 광주시 주택보급률은 104.5%다. 전국 102.2%에 비해 2.3%p 높은데 세종과 제주를 제외한 특·광역시 중에서는 가장 높은 수치다. 부산 102.2%, 대구 10.7%, 인천 97.5%, 대전 97%, 서울 94.2% 순으로 다른 특·광역시에 비해 광주의 주택보급률이 높은 것은 객관적 수치다.

이 같은 수치를 근거로 광주지역에서는 '아파트 혐오' 현상(무등일보 12월7일자 편리함과 불만족의 동거…콘크리트 병풍 결별할 때)과 더불어 아파트 공급 과잉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특히 강하다. 국토교통부가 중앙도시계획위원회 올해 7월 광주 광산구 산정·장수동 일대에 공공주택지구로 지정한다고 결정했을 때, 광주지역 일부에서 반대했던 논거도 주택보급률 과잉이었다.

하지만 주택보급률 산정 방식에는 함정이 있다. 다가구주택(가구 수)을 하나의 단독주택으로 집계한다. 그러면서 정상적인 주택이라고 볼 수 없는 다가구주택(원룸)이 하나의 정상 주택으로 포함하게 된다. 쉽게 말해 3평짜리 원룸이나 30평짜리 아파트가 똑같은 주택으로 간주되는 셈이다.

이 같은 방식은 열악한 주거 현황을 보여주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심지어 사람이 살 수 없을 정도의 열악한 집도 하나의 주택으로 인정되기 때문이다.

광주지역 주택보급률 현황을 살펴보면, 가구 수는 61만5천693가구인데 주택 수는 64만3천585개이다. 구체적으로 아파트가 43만8천338개(68.1%)로 가장 많고, 이어 단독주택이 17만9천816개(27.9%), 연립주택이 1만731개(1.7%), 다세대주택이 8천910개(1.4%), 기타 5천790개(0.9%)다.

아파트와 단독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이 96%에 달한다. 단독주택이 이토록 높은 것은 통칭 원룸이라고 불리는 다가구주택이 대다수일 것으로 추산된다.

정현윤 광주시 주택정책과장은 "주택보급률에는 다가구주택(원룸 등)이 포함돼 있어 단독주택 비율이 높게 나오고 있다"면서 "원룸 20개가 있는 하나의 건물이라면 단독주택 20개로 집계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측면에서 살펴보면 같은 해 기준 실제 광주지역에서 단독주택에 거주하는 비율은 14.1%다. 주택 수에는 잡히지만 실제 살지 않고 있는 주택이 13.8%p 정도로, 이는 원룸이나 주거환경이 극도로 열악한 주택 등 이른바 '무늬만 주택'으로 추산된다.

결국 광주시민들이 살고 싶은 아파트는 전체 주택 중 68.1%에 불과한 셈이다. 더군다나 광주시의 자가로 거주하는 가구는 61.1%에 머무르고 있다.

광주 내 원룸촌. 1인가구 급증과 함께 다가구주택(원룸 등) 또한 급증했다. 사랑방부동산 제공

◆40㎡ 이하 인허가 광주 22호 vs 대전 1천43호

광주의 주택 과잉 공포는 2019년 주택보급률이 107.0%를 찍으면서 절정에 달했다. 하지만 실제 2020년 106.8%, 2021년 104.5%로 하락했다.

주택보급률이 우려와는 다르게 하락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1인가구의 증가 속도가 빠르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2017년 20만 가구였던 광주 1인 가구는 해마다 증가해 지난해 기준으로 26만여 가구까지 증가했다. 모수가 증가하면서 주택보급률이 낮아진 것이다.

급속히 증가한 1인가구 상당수를 원룸과 같은 다가구주택이 흡수한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1인가구는 '원룸에 거주하고 싶어서'라기보다는 주거로서의 요건을 갖춘 마땅한 주택이 없는 이유가 크다. 다시 말해 1인가구가 살만한 '적정 주택'의 부재와 맞닿아 있다는 지적이다.

통계청 조사 결과, 2020년 기준 1인가구 절반은 전용면적 40㎡(약 12평) 이하 주택에 거주한다. 그보다 크면 임대료 부담이나 구입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광주시 내 1인 가구가 적정 임대료로 거주하거나 매입할 수 있는 40㎡ 규모의 주택의 공급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올해 8월부터 10월까지 광주시 40㎡ 규모의 주택의 인허가를 살펴보면 8월 7호, 9월 7호, 10월 8호 등 모두 22호에 불과하다. 이는 다른지역에 비해서 유난히 낮은데, 비슷한 인구규모를 갖춘 대전의 경우 3개월간 총 1천43호를 공급했다. 반면 같은 기간 대형평수인 135㎡를 초과하는 주택의 경우 광주는 3천291호, 대전은 1천257였다.

이 같은 기울어진 공급으로 인해 주거할 곳이 마땅치 않은 1인가구가 어쩔 수 없이 원룸이나 비주택(오피스텔) 등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셈이다. 무엇보다 정부와 지자체조차도 '양적 보급'에 초점을 맞추면서 원룸 공급을 장려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희철 한국지속가능발전센터장은 "(원룸과 같은 다가구주택은) 살고 싶어서가 아니라 지금 현재 자신이 선택하기에 제일 좋은 대안이기때문에 선택하는 것이다"면서 "좋은 주거로서는 잘못됐다고 우리 사회가 인식했다면, 특히 공공에서 다른 대안(대체재)을 우선적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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