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지역 소상공 어떻게
‘위드코로나’ 논의 본격화 희망
점포 비중 감소 통신판매 증가
비대면 발맞춰 이벤트도 기획
“지자체 골목상권 지원 필요”
#광주 동구 충장로에서 카페를 운영중인 박모(47)씨는 지난해부터 배달을 시작했다.
가끔은 배달요금을 아끼기 위해 직접 음료 캐리어를 들고 자동차에 탄다. 박씨는 "특히 평일에는 일반 손님들보다 회사쪽에서 들어오는 단체 주문이 많다"며 "만원도 안 하는 음료에 배달비까지 떼면 오히려 손해를 볼 때도 있지만, 버티기 위해서는 배달이 필수가 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북구 운암동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김모(41)씨는 지난 3월부터는 식당 문을 닫고 배달에만 전념하고 있다. 김씨는 "코로나19로 손님이 줄어 어쩔 수 없이 직원을 줄이면서 홀장사를 포기했다"며 "애초에 홀손님이 많지 않고 매장도 좁아 배달에 더 많이 신경쓰고 있다"고 밝혔다.
광주 곳곳 골목상권에는 발길이 늘고 있지만 여전히 줄폐업과 상가공실이라는 코로나 생채기가 남아 있다. 각 거리에 살아남은 자영업자들은 '위드 코로나'라는 시대적 흐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변화하고 있다.
◆ 위드 코로나 성큼…밝아오는 골목상권
광주지역 상가 공실률이 올해 들어 감소하기 시작했다.
이는 실물경기가 회복되며 폐업이 감소하고 사무실 수요가 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광주지역 중대형상가 공실률은 코로나 이전인 지난 2019년 4분기 12.9%에서 증가세를 이어오다 2020년 4분기에는 15%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올해 1분기에는 14%, 2분기에는 13.4%를 기록하는 등 감소하는 추세다. 코로나19로 곤두박질쳤던 광주·전남 지역 소비자지출전망지수도 올해 3월부터 100을 넘겼다. 소비자지출전망지수는 소비자들의 지출계획이나 경기 전망을 환산한 수치로, 지난해 3월부터 10월까지 100이하에 머물렀다.
소비자지출전망지수가 두 자릿수를 기록한 것은 지난 2009년 이후 처음이었다.
정치권에서도 '위드 코로나'와 방역대책 완화가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어 경기회복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일 국회에서는 구윤철 국무조정실장이 "11월부터는 영업시간·모임인원 제한이 더욱 완화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 도심 침체, 점포 정리하고 비대면으로
코로나19는 비대면 소비로의 전환을 빠르게 앞당겼다. 유동인구가 급감하면서 충장로·상무지구 등 도심상권은 활기를 잃었고, 일부 소상공인들은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무점포 영업'을 선택했다.
지난 4일 발표된 산업통상부의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편의점은 주요 유통업체 중 유일하게 코로나19 속에서도 성장을 지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3월과 4월에는 각각 10.7%, 11.6%라는 고성장을 기록했다.
이는 외부활동이 줄면서 소비활동 시 접근성과 간편함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흐름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부동산원의 광주지역 주요 상권별 공실률 자료에 따르면, 전남대·상무지구·충장로 등 주거 인구가 적은 도심상권일수록 큰 타격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오프라인 상권과 점포의 중요성이 줄어들면서 '무점포 영업'을 선택하는 소상공인들도 크게 늘었다. 국세청의 '광주시 100대 생활업종' 통계에 따르면, 광주지역 통신판매업소는 지난해 7월 6천898곳에서 올해 7월에는 8천723곳으로 26.46%(1천825곳) 증가했다.
북구 문흥동에서 액세서리를 판매하는 장수경씨는 "원래는 동네사람들에게 수작업을 가르치는 공방느낌으로 점포를 운영했었는데, 코로나19 이후로는 가게를 정리하고 SNS를 통해 액세서리를 판매하는 것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며 "수강생이 줄었던 것이 주요 이유이다. 월세가 줄면서 점포 운영에 여유가 생겼다"고 말했다.
◆ "피할 수 없는 흐름"…살아남기 위한 변화
생활 패턴과 소비 트렌드가 변화하면서 소상공인들은 경쟁에 내몰렸다.
광주 곳곳의 골목상권들은 협력과 경쟁을 반복하며 살아남기에 나섰다.
배달은 비대면·온라인 소비 트렌드와 발맞춰 가장 빠르게 성장한 분야 중 하나다. 경찰청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이후 광주지역 원동기장치 자전거 면허 소유자가 약 8배 증가했다.
구체적으로 2018년에는 해당 면허 소유자가 4천987명이었으나 2020년에는 4만679명으로 늘었다. 배달판매가 업종에 가리지 않고 필수가 되면서 소상공인 사이에서는 해당 면허를 취득하는 이들이 늘었다. 북구 용봉동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김모(52)씨는 "수익이 너무 적어 고민하다가 올 여름부터는 낮 시간을 이용해 다른 가게에서 배달일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상권 차원에서 협력해 돌파구를 모색하는 상권도 많다. 동구 충장로·금남로 상권은 중소벤처기업부가 지역상권 재활성화를 목표로 진행하는 '상권 르네상스 사업' 공모에 참여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광산구 수완나들목상권은 지난 6일 고객 유치·지역사회 봉사를 위해 상권 내 점포가 힘을 합쳐 기획한 '스탬프 챌린지'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이웃돕기 성금 전달식'을 치르기도 했다.
한경록 광주전남연구원 융복합산업연구실장은 "오프라인에서도 골목상권 스스로 이벤트를 기획하고 이를 지자체가 지원하는 등 자생력을 강화하는 노력을 계속해 나가야 한다"며 "골목상권의 존재 가치를 차별화해 공존하는 방법도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안혜림기자 wforest@mdilbo.com
"비대면은 시대 흐름···변화 믿고 따라야"
한경록 광주전남연구원 융복합산업연구실장
골목상권만의 콘텐츠 기획 강조
축제·건축물·문화 등 결합 제시
'디지털 거리감' 좁히는 정책도
"방역대책·맞춤형 지원 마련 절실"
"지자체는 비대면·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을 추진해야 하고, 자영업자도 코로나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골목상권이라고 해서 못할 것은 없다는 인식 전환이 중요합니다."
한경록 광주전남연구원 융복합산업연구실장은 "위드 코로나 시대를 앞두고 백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디지털 전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강화해야 한다"며 "상권 공동화 현상을 막기 위해서 자영업자 모두가 스스로의 변화 가능성에 대한 신뢰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배달·온라인 등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소상공인의 사업도 디지털 중심으로 변해야 할 시점이다"며 "유통 트렌드를 거스르기는 어렵다. 골목상권 스스로도 이벤트를 기획하고 재방문을 유도하는 등 노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골목상권의 존재 가치를 차별화해 공존하는 방법도 선택할 수 있다"며 "상권이 축제, 건축물, 문화 등 다양한 지역적 요소와 결합해 이를 메타버스 등의 환경에서 스마트 기술로 구현해볼 수 있을 것이다"고 제시했다.
그는 지자체 차원의 골목상권 지원과 관련, "소비자의 불편을 강요하며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며 "서울시의 '전통시장 온라인 장보기 사업' 등을 벤치마킹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소비 패턴 변화에 대응해 새로운 판로를 개척하면서 소비자 안전과 매출 증가를 동시에 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디지털 전환을 어려워하는 상인들을 위해 거리감을 좁혀줄 수 있는 정책이 가장 중요하다"며 "각 소상공인의 디지털 인식 수준별로 핀셋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코로나19로 인한 골목상권 침체에 대해 "상권 회복이 우선해야 상권의 도약이 있을 것"이라며 "이런 관점에서 민생 현장과의 충분한 소통이 필요하다. 지자체는 자영업자의 고충에 귀를 기울이고, 심리적 불안감을 해소시키기 위한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는 "부채 증가, 폐업, 매출감소 등 각 상황에 따라 맞춤형 지원을 해야 한다"며 "세금 감면부터 임대료 인하, 대출 이자 인하, 손실보상금 확대 등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시민들이 안심하고 골목상권에 방문할 수 있는 환경 마련이 급선무"라며 "철저한 방역과 위생은 기본이고, 사회적 거리두기의 단계적 완화 로드맵 수립, 상시 위기대응 체계 구축 등 방역대책을 정교하게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혜림기자 wforest@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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