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비 지원 불확실…주요 사업 '차질' 불가피
국책연구원 "국비 없인 소상공인 도움 미비"
시민 "할인 받아 좋지만…더 필요한 곳 우선"
시의회 "필수 예산 지키는 게 나을 지 논의"

코로나19 당시 광주지역 소상공인에게 '한 줄기 빛'이었던 상생카드(지역화폐)가 '계륵' 같은 존재가 돼가고 있다. 국비 지원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유래 없는 재정 가뭄에도 불구하고 과감하게 내년 본예산에 관련 예산을 편성했지만, 미래 성장 동력이 될 사업들은 물론 광주시의 공약 사업 추진에도 부담을 주고 있다. 공을 넘겨 받아 본예산을 심의하는 의회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지역화폐가 지역 소상공인이나 소비자들에게 힘이 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사회적으로 더 취약한 계층이나 광주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지속가능한 사업에 더 힘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는다.
또 국비가 지원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역화폐 예산을 강행하기보다는 국회에서의 증액 결과에 따라 유동적으로 대처하거나 온누리상품권 사용을 독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 지역화폐 예산 435억원 편성
광주시는 내년도 본예산안에 광주상생카드 할인지원을 위한 지역사랑상품권발행(지역화폐) 예산 435억원을 편성했다. 한명에게 월 최대 50만원 한도로 7%를 지원하는 금액이다. 올해 편성한 756억원보다는 42.46%(321억원) 줄어든 액수다.
광주시는 큰 폭의 예산 축소와 정부의 국비 지원이 없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민생을 지탱하기 위해 상생카드를 발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작 예산안을 편성한 광주시는 마냥 편하지는 못한 상황이다. 올해 세수가 마르면서 내년도 재정 운용에 큰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광주시는 본예산안 6조9천83억원을 편성했는데, 지난해보다 2천19억원 감소했다. 예산 규모가 줄어든 것은 외환위기(IMF)였던 1998년 이후 25년만이다.
특·광역시에서 본예산이 감소한 것은 광주뿐만 아니라, 서울(-1조 4천675억원)과 대구(-1천443억원), 대전( 287억원) 등 4곳이지만 광역시 중에서도 유독 크게 줄었다. 공교롭게도 본예산을 줄인 특·광역시들은 지역화폐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다.
◆핵심 사업 '줄줄이' 조정…경쟁력 약화 '우려'
광주시로서는 인건비는 물론 고금리로 인한 금융비, 물가 등 어느 하나 안 오르는 게 없는데 허리띠는 더 바짝 졸라매야 하는 처지다. 실제 인건비 등이 포함된 행정운영경비는 223억원, 채무상황비는 320억원 등 법적·의무적 경비가 크게 늘어났다.
그에 반해 당장 굵직한 대형 사업들부터 '줄줄이' 사업 조정이 이뤄졌다. 지난 10월 건축설계 공모까지 마친 김대중컨벤션센터 제2전시장부터 기약 없는 사업 연기에 들어갔다. 또 광주의 '랜드마크'로서 도시경쟁력을 한껏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광주비엔날레 제2전시관과 광주대표도서관 등도 사업 조정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이뿐만 아니라 민선8기 주요 공약사업들도 차질을 빚고 있다. 민선8기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3대 공익가치' 수당 중 시민참여수당과 가사수당은 물론, '영산강 100리길, Y프로젝트'이나 대중교통 전환을 위한 예산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광주시 재정 운용이 극한으로 내몰린 상황에서 지역화폐 예산을 대거 편성한 데 따른 부담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 광주시 내부에서도 편성 과정에서 고민이 컸던 흔적이 있다. 주재희 경제창업국장은 "행정안전부 용역이나 지자체 용역 결과를 살펴보면 소상공인들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나왔기 때문에 효과를 고려하면 (지역화폐 예산 편성을) 해야 하는 게 맞다"면서도 "다만, 예산이 워낙 많이 투입되고 아직 국비 지원 여부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고민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10월부터 30억원 이상 매출액 사용 제한으로 내년에는 올해보다 적게 편성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고 덧붙였다.
◆국비 받을 땐 효과 있지만…시의회 "적극적으로 심의"
지역화폐가 광주시가 전액 시비로 충당하면서까지 기대하는 효과가 실상 크지 않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역화폐 사업은 2020년부터 코로나19를 겪으며 당시 급격히 위축된 지역경제를 살리고자 국비와 지자체가 사업비를 매칭하면서 급속도로 퍼졌다. 특히 국비가 지역경제에 직접 투하됐기 때문에 낙후된 지자체에 특히 효과가 컸다.
하지만 전액 지자체 예산으로만 편성할 경우 재정 유입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울뿐더러, 유의미한 경제적 효과도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연구 결과(2020년)에 따르면, 지역화폐는 대형마트를 소형마트로 대체하는 효과나 할인율만큼의 소득효과 말고는 해당 지자체 소상공인들의 매출을 증가시킨다는 증거는 찾기 어렵고 오히려 광역지자체 인근 소규모 지자체가 피해를 입게 된다고 지적했다. 지역화폐 대신 온누리상품권 사용처를 확대하는 방식이나 지자체가 추가 할인을 하는 방식으로도 충분히 같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시민들도 비슷한 의견을 냈다. 상생카드를 자주 사용한다는 한 광주 서구민은 "어차피 신용카드나 현금으로 낼 때 몇 퍼센트라도 할인받을 수 있어서 상생카드를 쓰는 것이지 상생카드를 쓰기 위해 중소업체를 이용하지는 않는다"며 "취약계층 지원을 늘린다거나 무상교통을 확대하는 게 더 시민들에게는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예산안을 넘겨받은 시의회는 적극적인 논의를 거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국회 심의 과정에서 지역화폐 예산이 어느 정도 확보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한 입장이다.
이명노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은 "지역화폐를 통해 시민들의 가계를 안정시키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광주시의 입장은 확인했다"면서 "시 재정 여건이 안 좋은 상황 속에서 지역화폐를 살리는 방향이 나을지 아니면 재정 악화로 삭감된 필수적인 다른 예산들을 지키는 게 나을지 상임위와 예결위 심의 과정에서 진지하게 토론하겠다"고 말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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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안집히게···" 달빛고속철도특별법, 명칭·내용 '변경' 달빛내륙철도 노선도 5일 국회 법안심사소위를 앞둔 달빛고속철도특별법 명칭과 내용이 다소 수정된다. 명칭이 '광주대구철도'로 바뀌고 주변 지역 개발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요구도 철회하기로 했다. 기획재정부 등 일각의 '예비타당성 조사 무력화'에 대한 우려를 상쇄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보인다.4일 광주시 등에 따르면, 대구시와 합의해 국회 법안소위에 제출되는 특별법의 명칭을 '달빛고속철도'에서 '광주대구 철도'로 변경한다. 달빛고속철도는 달구벌(대구)와 빛고을(광주)의 앞글자를 따와 동서화합을 상징하는 의미로 명명했지만, 일반적인 철도 명칭으로 바꾸는 것이다. 통상 철도공단은 철도 노선명을 지을 때 '서→동', '남→북'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또 광주시와 대구시는 당초 특별법에 포함됐던 '철도 경유 10개 주변지역 개발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조항 역시 제외하기로 했다. 달빛고속철도 사업이 예타 제도를 무력화한다는 비판적 시각을 의식한 것으로, 특별법의 국회 통과를 위해 본 철도 건설과 크게 관계가 없는 사업들에 대한 예타 면제 근거를 없앤 것이다. 철도건설과 직접 관련성이 적은 지역주민 고용·체육시설 지원 근거도 없애기로 했다.하지만 철도건설을 위한 예타 면제는 그대로 관철하기로 했다. 해당 노선은 경제성이 목적이 아니라, 동서축을 연결하는 상징성은 물론 광주와 대구 사이 경유지역에 대한 낙후성 극복이라는 국가균형발전 목표를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특히 복선화도 유지하기로 했다. 정부는 사업비 문제로 복선이 아닌 단선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 강하다. 하지만 단선으로 건설될 경우 안전성 측면에서나 사고 발생 시 전 구간이 운행이 중단된다는 점 등에서 장기적으로 복선으로 건설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광주시 관계자는 "철도 건설에 중요하지 않은 것들로 흠이 잡혀 특별법이 통과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국회 전문의원실에서 검토했던 내용을 반영했다"고 말했다.다만, 특별법이 원활히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헌정사상 역대 최다인 여야 국회의원 261명이 공동발의한 법이지만, 기재부 등이 예타 면제 등에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여야 지도부가 국토균형발전이라는 대의를 가지고 정부를 어떻게 설득시킬 것인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한편, 달빛고속철도는 총길이 198.8㎞로 광주와 전남(담양), 전북(순창·남원·장수), 경남(함양·거창·합천), 경북(고령), 대구 등 6개 광역자치단체와 10개 기초자치단체를 경유한다.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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