上 단조로운 스카이라인은 그만
아파트 30층·주상복합 40층 층수 제한으로
똑같은 디자인·높이 '병풍아파트'로 뒤덮혀
시, 층수제한 폐지 등 도시 높이 적극 관리
"품격있는 건축물·지역에 맞는 경관 확보"
[광주 도시·건축 디자인 혁신, 늦출 수 없다] 上 단조로운 스카이라인은 그만
고층의 회색 병풍 도시는 광주 도시 경관을 설명하는 표현이다. 글로벌 도시 간 경쟁 시대, 여전히 80년대에 머무른 광주의 후진적 도시·건축 환경은 도시경쟁력을 갉아먹는 요소로 평가됐다. 지역민들조차도 '어디에 내놔도 부끄러운' 광주의 하드웨어라고 자조한다. 달리 말해, 도시·건축 환경 혁신에 도시의 미래와 경쟁력, 지역민의 자긍심이 달린 셈이다. 때마침 민선8기 광주시가 도시·건축 환경 혁신에 팔을 걷어붙였다. 이에 무등일보는 광주시 구상을 토대로 상 단조로운 스카이라인은 그만 중 흉물에서 자부심 있는 건축물로 하 통합심의, 공공과 민간 '윈-윈' 등 3번으로 나눠 지역 도시·건축이 나아가야 할 길을 살피며 지역민의 시각을 넓혀본다. 편집자주
광주시가 최근 '도시경관 및 건축물 디자인 향상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하면서 지역사회가 술렁였다. '층수 제한' 폐지를 두고 갑론을박을 벌이면서다. 그러나 개선안의 핵심은 기존의 기계적인 규제 방식에서 벗어나 품격 있는 건축물을 유도하고, 지역과 장소에 맞게 경관을 적극적으로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공장에서 찍어낸 듯한 성냥갑 아파트가 병풍처럼 무등산을 가리고, 물길과 바람길을 막고, 시민들의 도시 조망을 망치게 한 과거의 후진적 방식과 '이별'하겠다는 의지다.
◆사업자만 배 불린 '층수 제한'
그동안 광주시는 고층 아파트 난립을 막겠다는 이유로 아파트 30층·주상복합 40층으로 제한해왔다. 규제를 풀면 도시가 고층 아파트로 뒤덮이고, 건설사가 막대한 이익을 챙길 것이란 우려였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층수 제한으로 이미 고층(30층 이상) 아파트와 사실상 아파트인 '무늬만' 주상복합이 병풍처럼 도시를 뒤엎었다. 거기에 이른바 복붙 건축물(모든 동이 똑같은 높이·디자인)은 사업자들의 수익만 극대화한 결과로 이어졌다.
쉽게 설명하면, 사업자들은 층수와 상관없이 시 조례에서 허용하는 용적률을 최대치로 채워 건축물을 짓는다. 일정 층수(통상 30층 내외)부터는 높아질수록 공사비가 더 크게 들어간다. 사업자 입장에서는 주어진 용적률을 채우면서 적당히 높은 건축물을 반복적으로 찍어내는 게 사업비 측면에서 유리하다. 광주의 대단지 아파트가 똑같은 디자인과 높이의 병풍 아파트로 뒤덮이면서 도시경관이 볼품없게 된 이유다.
지역의 부동산 개발업(디벨로퍼) 관계자는 "사업자 입장에서 아파트(주상복합 포함)가 40층에서 더 높아질수록 수익성이 떨어지므로 그 이상 짓기를 싫어하는 건 상식"이라고 말했다. 주거 건축물 최대 40층 제한이 되레 사업자들의 최대 수익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것을 인정한 대목이다.
또 이 같은 층수 제한은 '무늬만' 주상복합이 크게 증가하는 데도 영향을 미쳤다. 주상복합의 경우 아파트보다 용적률(일반상업지역 기준 400% 이하)이 높은 데다 수익성 좋은 40층까지 지을 수 있어 훨씬 더 많은 세대를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광주시는 주거용 외 용도 비율을 15%만 충족하면 주상복합을 허용해주고 있어 사업자의 편법을 독려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방치했던 높이, 적극적으로 관리
광주시는 층수 제한을 폐지하고 대신 중점경관관리구역을 중심으로 스카이라인을 탄력적으로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앞으로 도시의 높이(스카이라인) 관리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는 뜻이다.
이는 민선8기 들어 뜬금없이 나온 구상은 아니다. 지난 2019년 총괄건축가제가 신설되고, 1기 총괄건축가인 함인선 한양대 건축디자인대학원 겸임교수를 중심으로 광주시 스카이라인을 역동적으로 만들 수 있도록 준비해왔다. 이를 위해 일종의 헌법 격인 광주 도시·건축 선언과 이행 메뉴얼, 무등산 조망확보와 원도심 도시·건축 관리를 위한 지침을 마련한 상태다.
시는 '성냥갑 아파트'가 도시 스카이라인을 대표해 온 것에 대한 반성과 더불어 지역에 맞는 조화로운 경관을 확보해 나갈 계획이다. 강기정 시장이 혁신안을 발표하며, "광주 전 지역 건축물 층수제한'을 시행해 왔으나 병풍형 아파트 양산이라는 부작용과 함께 단조로운 회색 도시는 더욱 심화돼 왔다"고 말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이번 광주시의 혁신은 도시 전체적 관점에서, 또 지역별로, 또 장소별로, 랜드마크를 중심으로 높이를 탄력적으로 적용하겠다는 의지다. 이른바 '높일 데 높이고, 낮출 데 낮추겠다'는 게 이 구상의 핵심이다.
무등산이라는 자연 랜드마크가 있는 구도심과 자연적 랜드마크가 없는 첨단지구의 높이를 달리하고, 천이나 강 주변으로는 높이를 낮춰 친수공간으로 조성한다. 랜드마크급 건축물이 있을 경우 주변에 새로 생기는 건축물의 높이를 조화롭게 조절한다.
예컨대, 동구와 북구 일부 지역 등은 무등산 조망에 방해되지 않도록 높이를 낮추는 대신 건폐율을 높여 볼륨감 있게 짓도록 유도한다. 현재 광주천변을 따라 우후죽순 들어선 똑같은 층수의 대단지 아파트의 경우에도 천변에 가까울수록 낮추고 멀어질수록 높이는 식이다. 사업성을 지켜주는 동시에 시민들의 조망권을 지켜내는 것이다.
광주시는 기존 4곳이었던 중점경관관리구역을 7곳으로 확대했다.
현행 ▲무등산녹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송정역세권 ▲영산강 등 4곳에 더해 ▲원도심(광주역 일원) ▲광천사거리 ▲백운광장 등 3곳을 확대하고, 광주천을 영산강과 함께 묶어 2040도시경관계획에 반영할 계획이다.
◆건축가들, 두팔 벌리고 "환영" 목소리
건축가들은 광주시가 층수 제한을 폐지하고 경관을 적극적으로 관리하기로 한 계획에 대해 환영의 입장을 뜻을 밝히고 있다.
광주를 대표하는 건축가인 박홍근 나무심는건축인 대표는 "지난 5년간의 광주시 도시경관을 결정짓는 도시·건축 행정의 결과물들이 지금 완성돼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며 "도시경관을 위한다고 층수로만 규제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현실이 돼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박 건축가는 이어 "유리천장에 막힌 획일적인 건물 높이, 정해진 용적을 찾으려니 옆으로 넓어진 덩어리, 빈틈이 보이질 않은 콘크리트 장벽의 아파트 숲이 도심을 채우고 있다"며 "상업지역 40층, 주거지역 30층 층수 제한 폐지로, 획일적인 높이가 사라지고 다양한 경관과 스카이라인이 형성될 것이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함인선 광주시 총괄건축가는 "최고 높이를 정해놓으면 '도토리 키재기'식의 건물을 똑같이 지을 수밖에 없게 되면서 다양한 건축물이 나올 수 없게 된다. 역동적 스카이라인이 없어지는 것은 둘째치고, 통경축이나 바람길이 없어지는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높이만 공공성의 척도가 아니라, 공공공간이나 통경축, 바람길, 주변과의 어울림 등 여러 공공적 요소를 한꺼번에 봐야 한다"며 "높이 제한 폐지는 더 촘촘하고 정교하게 (경관을) 규제하기 위한 시작이다"고 강조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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