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 노후·정비 부족에 밸브잠김 발생
‘동작 시험’ 의무 불이행…사고 자초
대처 미흡 비판에 “문제 있었다” 인정
상수도관 정비 등 50여억원 추가 투입
2만8천여세대·사업장 등에 피해보상
덕남정수장 유출 밸브 고장으로 광주지역 2만8천여세대가 단수 피해를 입고 5만7천여t(톤)의 수돗물이 낭비된 것과 관련, 강기정 광주시장이 "예방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며 시의 과실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강 시장은 15일 광주시청 브리핑실에서 '덕남정수장 사고 원인 및 재발방지 대책'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과 같은 사고가 발생해 시장으로서 매우 송구하고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강 시장은 '사고원인규명 자문단'을 구성해 정확한 사고원인을 확인하겠다고 밝힌 한편 의무적으로 실시하는 진단 과정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고 밝혔다.
강 시장은 "1994년 설치 이후 상시 개방상태로 유지되던 밸브가 시설 노후화와 정비 부족으로 베어링과 기어축이 이탈해 밸브 잠김이 발생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018년부터 세 차례 점검이 있었음에도 재원 부족 문제 등으로 육안검사만 실시하고, 실제 작동에 문제가 없는지를 확인하는 '동작 시험'이 없었다고 밝혔다.
특히 2020년 정수장 기술진단의 경우, 수도법(제74조)상 동작 시험이 의무화돼 있었음에도 실시하지 않은 점을 인정했다. 사전에 예방할 수 있었던 기회를 놓쳤다는 점을 밝힌 셈이다.
동작 시험을 누락한 이유를 묻는 기자단의 질문에 강 시장은 "동작 시험이 현실적으로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안했을 거라는 유추만할뿐 더 확인해야 한다"고 답했다.
또 사고 발생 이후 대처가 미흡했다는 비판과 관련, 강 시장은 크게 ▲사고 즉시 재난상황실로 상황전파가 되지 않아 사고 수습이 지연된 문제 ▲재난 안내문자가 적기에 발송되지 못해 시민들에게 혼란을 야기한 문제 등을 들어 사고 수습에 매끄럽지 못했다는 비판을 수용했다. 또 재발방지 대책 매뉴얼을 이행하는 교육과 훈련이 부족한 점도 한 원인으로 들며, 대책 마련을 약속했다.
다만, 강 시장은 "상수도본부에서 밸브 오작동 문제를 인지한 이후 대규모 단수를 막기 위해 자체 노력을 기울였고, 시장에게 상수도본부장이 오전 6시45분 문자, 오전 8시 유선을 통해 오전 중 자체 복구가 가능할 것이라고 보고했다"면서 "11시 덕남정수장에 도착해 상황을 확인한 결과, 복구가 단시간 내에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해 시민들에게 안내 문자 발송과 생수 확보 등 후속 대책을 현장에서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강 시장은 이 같은 사태를 막기 위한 재발방지 대책으로 ▲용연정수장과 덕남정수장의 대형 송수관로 밸브 자체 점검 ▲전문가들과 공동으로 2차 정밀진단 ▲노후상수도관에 대해서 단계별, 연차별 정비 계획을 수립 등을 제시했다.
그는 "노후 상수도관 정비로 올해 지난 3년 평균 연간 94억원보다 높은 114억원을 반영했다"면서도 "이번 사고를 계기로 50억원을 추경 등에서 추가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피해를 입은 2만8천576세대에 대해서는 사고 기간(2월 12~13일까지) 수도요금을 일괄 감면 조치하고, 상가나 음식점 등 추가 피해를 입은 사업장에 대해서는 보상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신속히 보상금을 지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보상 신청은 온라인과 5개 자치구 상수도 요금센터를 통해 할 수 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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