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 등 한국 갯벌 5곳 등재 1주년
세계·지역 각계각층 전문가 한자리
어업 환경·관광자원화 등 관련 논의
등재 후 어업 활동 크게 줄어들었다
소통·협업 위한 지자체 노력도 필요

보성-순천 등 대한민국의 갯벌의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 1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세계와 지역의 각계각층 전문가와 지역민 등이 한 자리에 모였다. 전남이 가진 갯벌의 중요성과 어업 환경, 관광 자원화를 어떻게 할 것인지, 세계자연유산 등재로 인한 어업인들의 삶의 변화를 점검하기 위해서다.
지난 18일 순천만국가정원 내 순천만국제습지센터에서 열린 '유네스코 세계 유산 국제심포지엄'에서 참석자들은 보성-순천 등 대한민국의 갯벌의 높은 가치를 알리되 지역민들의 지속 가능한 어업 활동을 위한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편집자주
◆등재 1주년 '보전' 한목소리
전남도와 순천시가 주최하고 무등일보가 주관한 이번 심포지엄에는 와덴해 공동사무국 헤럴드 부사무총장을 비롯해 김종석 무등일보 대표이사, 최석남 전남도 갯벌보전관리추진단장, 장홍상 순천만관리센터 소장, 육근형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실장, 김준 광주전남연구원 박사등과 지역민 등 50여명이 참석했다.
심포지엄은 ▲개회사 ▲환영사 ▲축사 ▲ 기조강연 ▲발제 ▲토론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최초로 세계자연유산에 등재한 와덴해 습지를 관리하는 공동사무국 부사무총장을 포함해 지역의 각계각층 전문가들의 제언이 이어졌다. 전남도는 이날 공론화된 갯벌의 보전 방향성과 문제점에 대해 공감하고 추후 자연 보호 방안에 대해 심도 있는 고민을 약속했다.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개회사에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한국의 갯벌은 모두가 지켜나가야 할 해양 생태계의 보고다"며 "전남은 200만 도민의 간절한 염원에 힘입어 지난 10월 국립 갯벌 세계자연유산보전본부 설립을 확정지었다. 전남 동부와 서부권에 각각 국립갯벌습지정원을 조성해 대한민국 대표 생태 관광 명소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노관규 순천시장은 환영사에서 "와덴해 갯벌은 지난 2009년 한국보다 일찍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됐다"면서 "이번 심포지엄을 통해 와덴해의 보존 노력과 활용사례 등 노하우를 공유함으로써 지속가능한 해양 생태계를 완성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EAAFP 사무국 더그 왓킨스 대표는 축사 영상을 통해 "람사르가 최초로 지정한 18개의 습지 도시 중 하나인 순천시는 지역사회 보전과 지속가능한 생태 관광 및 국제 협력의 중요성을 잘 보여준다"며 "순천만 모델이 다른 중요 서식지에 모범이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으며 성공적인 심포지엄 개최를 축하한다"고 말했다.
무등일보 김종석 대표이사는 축사에서 "전남은 대한민국 유인도 470곳 가운데 60%에 달하는 276곳을 가지고 있다"면서 "갯벌은 전남의 블루오션이자 아껴놓은 미래의 소중한 자산이다. 갯벌의 보존과 관광자원 활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어떻게 잡을 것인가에 대한 첫걸음이 되는 심포지엄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세계 최초 세계자연유산 등재 '와덴해 갯벌'
이날 심포지엄에 참석해 기조발언을 한 와덴해 공동사무국 헤럴드 부사무총장은 와덴해가 특별한 관리와 협력을 통해 하나의 갯벌로써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와덴해는 독일과 네덜란드, 덴마크 등 3국에 걸쳐 있는 총 면적 1만1천400㎢ 크기의 보호구역이다.
와덴해는 앞서 지난 2009년 갯벌로는 세계 최초로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됐다. 등재되기 전부터 독일과 네덜란드, 덴마크 등 3국은 각자의 구역을 관리, 모니터링하고, 생태 변화를 평가한 것 뿐만 아니라 3국이 공동으로 하나의 갯벌을 지키기 위한 시스템을 마련했다.
와덴해 갯벌은 지형학적, 생태학적, 생물다양성은 물론이고 모든 서식지와 생물 종이 완전하고 온전히 보전되고 있다. 게다가 와덴해 인근은 국립공원과 자연보호구역으로 설정돼 철저한 모니터링을 하고 있어 남쪽에서 북극으로, 북극에서 남쪽으로 향하는 철새들의 중간 기착지로서의 훌륭한 역할을 해오고 있다.
와덴해 공동사무국은 또 철새들의 이동경로에 있는 아프리카대륙 등에 전문가를 파견, 연안 물새 등을 모니터링하고 보호할 수 있는 다양한 국제 협력을 이끌어냈고, 필요하다면 각국에서 개발을 하지 않음으로써 갯벌의 효용성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점에 대한 강의도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 2009년 3월 '한국-와덴해 양해각서'를 체결해 조간대 습지 보전·복원·지속가능한 사용을 위한 공조와 갯벌 관리에 관한 지식과 경험 공유, 공동 워크숍과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있다. 양해각서 체결 이후 양국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까지 29차례 이상의 행사를 개최했으며, 전문가 480명 포함 2천700여명의 관계자들이 참여해 각자의 경험을 교류했다.
헤럴드 부사무총장은 "와덴해와 한국의 갯벌은 기본적으로 비슷한데 해수면이 급격히 상승한 조간대이며, 생태학적 공동점이 있다. 와덴해는 하나의 조간대이며 덴마크와 독일, 네덜란드 3국에 걸쳐 있어서 문화, 언어와 관련, 초국가적 여러 사안이 있다"며 "한국의 경우 주로 산악절벽계층을 통해 마련된 조간대이며, 여러 섬 사이에 조성된 만에 조습지가 분산돼 있어 와덴해보다 더 넓다. 하지만 보호·관리와 관련된 문제, 과제는 비슷하다. 해당지역을 벗어나서 글로벌지역으로의 책임감을 가져야하는데 다양한 솔루션을 통해 생태적 가치를 구현할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설명했다.
◆통합적 관리 필요성 강조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육근형 실장은 '한국의 갯벌 세계유산 통합관리' 주제 발언을 통해 "지금 생각해보면 정확히 20년 전 새만금 간척사업이 있었고, 당시 심각한 사회적인 갈등이 있었다"며 "특히 세계유산이라는 최고의 가치를 인정받은 갯벌을 이야기 하게 돼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한국 갯벌의 세계자연유산 등재까지는 무려 10년이 넘게 걸렸다. 2010년 10월부터 2021년 7월까지 준비과정이 있었고, 그 결과 세계자연유산으로의 성과를 보였다. 현재 세계유산은 5개 지역이다. 신안이 제일 넓긴 하지만 고창과 순천, 고창까지 빠짐없이 등재가 됐으며, 추가적인 곳도 관리를 해야하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5곳의 세계자연유산과 함께 중국도 우리나라 서해와 인접한 지역이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돼 함께 공조해야 할 사안도 많다.
그보다 육 실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어업활동이 잦을 수밖에 없다는 특수성에 대한 걱정이 컸다. 갯벌에서 자라는 다양한 생물을 채취해 생계를 유지하는 지역민들이 적정 채취 수준을 넘기며 어업활동을 하면 철새를 비롯해 갯벌을 유지해 온 다양한 생물들이 사라지며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육 실장은 또 우리나라 관광 사업의 문제점도 꼬집었다.
그는 "우리나라 일부 지역의 경우 관광업 활성화라는 측면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관광객들에게 조개 등을 캘 수 있는 해루질을 할 수 있도록 허가해주고 있다"며 "충남 지역의 경우 적정 수준 이상의 해루질로 인해 많은 생물들이 사라지고 있어 큰 문제가 되고 있지만 이를 관리할 수단이 없다. 대책 방안 마련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육 실장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통합관리의 중점은 자연과 인간의 공존이다.
우선 과학적 관리 기반을 확보해야 하며, 지역사회와 끊임없는 소통과 협력의 확대가 필요하다. 또 지역사회와의 조화, 유산 관리 역량의 성장 등이 우선돼야 한다.
또 주민의 삶에 대한 보다 정확한 이해와 입체적 공간관리 실현, 해양과 문화의 결합을 통한 시너지를 비롯해 주민 참여 속 지역 경제 활성화도 돼야 하며, 조직과 예산이 있어야 한다. 신안에 유치한 세계유산 보전본부 설립도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었다.
육 실장은 "지금까지 지자체 간 협력과 논의는 지자체 장들만 해왔다"며 "지역민과 어업 과계자들과의 지속적인 만남도 필요하다. 장기적으로는 서해를 맞대고 있는 중국도, 북한에 있는 무궁무진한 갯벌도 통합 관리의 대상이 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어 "세계 유산에 대한 교육과 공부할 수 있는 공간도 필요하다. 어민들의 경우 어업의 질 향상이 가능하다는 점, 국민들의 경우 깨끗한 수산물을 먹을 수 있다는 점 등 그 역할을 세계자연유산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어민들과 어우러지는 생태관광 추진도 필요하고, 각 지역별로 연구기능이나 철새 관리 기능 등을 할 수 있도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연말까지 지자체와 주민 등을 대상으로 2차 등재(9개 지역 추가 예정)를 위한 통합계획에 대한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해양수산개발원은 이를 위해 후보지역의 지자체와 문화재청, 환경부 등과도 소통할 방침이다.
◆여자만 전체 세계자연유산 등재돼야
광주전남연구원 김준 박사는 '여자만 갯벌의 어촌 문화' 주제 발언을 통해 "우리나라 기준 갯벌 보존과 이용이라는 염두에 둔다고 하면 공동체 성에 대해 다른 부분에 끼치는 영향이 상당이 크다"며 "향후 생태 관광과 지역관광이 연계되는 부분도 있고, 지역 문화와 연결되는 사슬들, 이들 때문이라도 보존이 돼야 하고, 생태계 복원이 중요하고, 어엽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것과 연결돼야 한다"고 밝혔다.
2002년 새만금 간척사업 이후 이후에 습지보존법이 만들어지면서 연안습지라는 개념이 등장했다. 그동안 이용과 매립 등 인간 중심이었다면 새롭게 갯벌을 보는 시야가 나타난 것이다. 이후 20년이 지난 2021년 세계자연유산 등재에도 성공했다.
하지만 여자만의 경우 내만(안쪽에 있는 만)만 등재돼 갯벌 보호의 지속성과 완전성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김 박사는 "여자만은 국가중요어업유산이고 람사르가 지정한 습지이며, 해양보호구역이다. 갯벌국가해양정원도 추진되는 곳이다"면서 "고흥 등 인접 지역에서 2차 등재 때는 여자만 전 지역 등재를 검토하겠다고 했는데 크게 환영할 일"이라고 밝혔다.
김 박사는 갯벌의 생태계 유지가 세계자연유산 등재의 가장 큰 이유로 들었다. 생물 한 종류가 사라지면 무형의 유산이나 기술, 음식까지 확대돼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벌교에서 참꼬막의 개체수가 크게 줄었는데, 참꼬막이 전부 사라지면 캘 때 필요한 도구와 관련된 음식이 사라질 수 있고 마을 분위기와 특징 등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게 김 박사의 설명이다.
김 박사는 "여행객들이 어떻게 여행을 할 것인가, 갯벌과 수산물을 소비할 것인가에 대한 지자체와 정부, 관광객의 노력이 절실하다. 필요하다면 소비자 운동 등도 해야 한다"며 "가치 지향적인 것과 연계한 생산적, 같이 문제를 풀 수 있는 게 중요하다. 슬로피시 운동 같은 국제 연대 운동에 참여하는 것 등도 좋은 방안이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또 "행정구역을 넘어서 여자만 전체가 세계자연유산이 돼야 한다. 이를 관리할 통합적인 운영체계도 필요하다"면서 "통합관광계획을 수립하고, 순환교통체계, 국가해양정원 추진, 여자만 갯벌 해설사 통합 양성 등의 노력도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이룬다면 여자만은 한국의 대표적인 갯벌로서의 브랜드를 취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어민들 "생계권 보장 필요"
심포지엄에 참석한 어민들은 생계권 보장을 위한 지자체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만석 순천시 어촌계협회장은 "순천만 갯벌이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됐지만 지역 주민들과 소통은 여전히 안되고 있다"며 "등재 당시만 하더라도 공무원들은 '세계유산이 등록된 이후에도 어업에는 제약이 없다'고 했는데 실제로 보니 어업 활동량이 크게 줄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관광과 연계가 있어야 하는데 그 부분도 안됐다. 위치 좋은 펜션 등은 모두 외부인 차지가 됐고 지역민들에게 돌아온 이익은 없었다"면서 "거주민들에 대해서만 인근 소규모 개발할 수 있도록 하거나 원활한 어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장동범 보성군 어촌계장도 "철새들의 중간 기착지로서의 갯벌의 역할도 중요하다. 하지만 어민들은 철새가 날아와 조개 등 폐류를 먹어버려 수확량이 줄어든 것에 대한 근심이 크다"며 "어업과 철새가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전했다.
또 "갯벌 서식 환경도 많이 바뀌고 있고, 어촌의 노령화가 심각해지면서 어업 활동에도 큰 어려움이 있다"면서 "지자체에서 '돌아오는 어촌'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방안도 강구해달라"고 발언했다.
이에 대해 최석남 전남도 갯벌보전관리추진단장은 "항상 주민들과 소통해 어업 활동에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최 단장은 "심포지엄에서 제기된 갯벌 관리 단일 공동 시스템 부분에 대해서는 더욱 고민하겠다"며 "어업 활동과 갯벌 보존에 대한 공존 부분에 대한 방안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관광객이 늘어나면 당연히 거주민들과의 갈등이나 갯벌 생물 훼손, 쓰레기 문제도 불거질 것인데 해당 문제 해결을 해결할 방안 마련에도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다"면서 "또 과학적 연구를 위해 갯벌 관리 종합계획도 수립할 계획이다. 전남은 17조8천억 이상의 가치가 있는 갯벌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민·관·산·학의 협력을 통해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순천=김학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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