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읍내 학교에 노란 스쿨버스가 하나 더 늘어난다는 것은 면단위에 소재한 초등학교가 하나 사라졌다는 것이지요."
등하교 시간에 먼거리까지 폐교지역 학생들을 태우러 나서는 어느 기사분의 말씀이었다. 사상 초유의 신입생 미달 사태를 맞은 일부 지방대학들은 존폐의 위기에서 줄이고 합치는 구조조정과 교원 감축으로 강도 높은 자구책을 강구하고 있다. 이미 교육부는 대학 신입생 및 재학생 충원율을 대학재정 지원평가에 비중 있게 반영해 왔기에 경쟁에 밀려나 재정난이 가중된 대학들은 문을 닫고 있다. 지역 대학 폐쇄는 그 지역의 상권과 인력분배 등에 문제를 낳고 결국 지방 소멸과 직결되는 현실이다.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인한 지방대 몰락 속도는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인구는 2019년을 정점으로 연속적으로 감소하는 수축사회로 접어들었다. 국토의 12%에 불과한 수도권 지역에 전 인구의 50%가 밀집되어 있다. 2020년 중앙부처 대학 재정지원 현황을 보면 수도권 전체가 2조7,527억 대비 지방 전체가 3조1,841억원으로, 수도권 1개 대학에 비해 지방 대학은 평균 30억 이상 적은 지원이며 심지어 국립대학 사이에서도 일인당 교육비 격차가 세 배에 달하고 있다. 인적·물적 인프라가 수도권에 몰리고 양질의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취업시장의 문제를 국가와 지역사회가 함께 대응하지 않고서는 해결하기 어려운 현실인 것이다.
지난해 12월30일, 교육부는 '대학설립·운영규정' 전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하였다. 자율과 혁신, 규제개혁이라는 명분이다. 그에 앞서 보름 전 보도자료를 통해 관련 정책을 흘린 것 외엔 고등교육의 이해당사자들과의 공청회 등 어떤 논의 자리도 없었던 기습적인 발표였다. 개정안의 요지는 대학의 기본적인 4대 요건(교사·교지·교원·수익용기본재산)의 기준을 낮추는 것이며, 특히 운영기준을 대폭 완화 혹은 철폐하고 있다. '자율'만을 내세워 신자유주의적 시장 만능주의로 고등교육체제의 파국을 자초하고 지역 파괴를 촉진하는 구조조정 정책이다. 더구나 현 정부는 지역대학에 대한 행·재정 권한을 지자체에 떠넘기는 발표까지 하였다. 선출직인 지자체장과의 친소관계에 따라 좌지우지될 가능성이 큰데다 고등교육의 전문성과 지원체계, 경험마저도 미흡한 단계에서 어떤 계획도 전략도 없는 위임에 고등교육계의 우려가 크다.
대학 생태계 교란을 자처하고 있다. 융복합 학문, 통합 학문은 기존 기초학문 뿌리가 튼튼해야 완성되는 열매이다. 단기적 성과를 노리는 인기학과와 외형적 수익성이 높은 분야 위주로 재편되어 인문학, 자연과학 등 기초학문과 소수학문이 고사되고 이를 필수로 하는 응용학문이나 첨단전공마저 모래 위에 성을 쌓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의 한 마디에 '첨단관련 학과'에 예산이 몰리고 대학들은 수 십년 동안 없었던 학생정원 순증 신청을 하고 있다. 경쟁력만을 내세워 마치 진공흡입하듯 독식하면, 나머지 근교 학교들의 정원 미달은 가속화 되거나 장기적 산업전망의 불확실성으로 선택 자체를 기피할 것이다. 공공재로서 대학을 지켜낼 것인가? 대학의 토지와 건물을 상업시설로 전환하기 쉬운 운영기준 완화로 연구와 교육이라는 본연의 사명과 학생, 교직원의 권익을 도외시해갈 사학 비리에 대한 문제도 안고 있다. 이미 이명박 정부 하에서 시장만능주의 교육정책으로 교육계는 큰 상처와 트라우마로 고통을 겪어왔다. 다시 10년만에 이미 드러난 오류와 한계를 무시하고 졸속으로 내놓은 부실과 퇴행성은 결국 대학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고 우리는 또 다시 돌이킬 수 없는 대학 경쟁력 후퇴에 맞설 것이다.
지역의 대학은 그 지역의 지켜내는 인재와 일꾼을 길러내는 교육기관 역할과 경제 창출의 기능을 수행한다. 교육과 연구 인프라로 유망 기업을 유치하고 산학협력을 통해 지역의 미래 먹거리를 지켜내고 있다. 진정한 '자율'과 혁신은 소통에서 시작이 된다. 지방 대학과 그 지역의 목소리에서 희망을 추려내길 바란다.
한은미 ㈔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과실연) 상임대표·전남대학교 교수
- [독자권익위원 칼럼] 의료인 면허 박탈법은 온당한가 국회는 4월 27일 '의료인면허 박탈법'으로 알려진 의료법일부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간호사 협회를 제외한 대부분의 의료단체와 여당에서 이 법안을 반대하고 여러 대안을 제시했지만 민주당은 끝내 다수당의 힘으로 법안통과를 관철시켰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집행기간이 끝난 이후 5년간, 금고 이상의 형에 대해 집행유예 선고 이후 유예기간이 끝난 뒤부터 2년간 의사면허가 취소된다.여론이 말하는 의사면허 취소의 이유는 대체로 세가지 정도다. '강력범죄를 저지른 의사들이 버젓이 진료한다' 또는 '같은 전문직인 변호사도 유죄판결 시 자격정지되는데 왜 의사는 처벌받지 않는가' '의사들은 자정능력이 없다' 등이다. 높은 윤리성을 가져야할 의사라는 직업이기에 맞는 말처럼 들리지만 사실과 다른 부분도 많다.첫째, 성범죄자와 강력범죄자 의사들이 버젓이 진료하는가. 그렇지 않다. 의사 성범죄 경우 현행법으로도 면허가 사실상 박탈된다. 아청법에 의해 모든 성범죄에는 최장 10년간 취업제한 명령이 내려진다. 그 기간 동안은 모든 의료기관에 취업이 불가능하고 개업도 할 수 없다. 장기간 징역을 선고 받을 만큼 강력범죄를 저지는 의사는 인신구속 기간 동안 진료를 못하게 되니 이미 성범죄자나 강력범죄자들이 일정기간 진료를 못할 안전장치는 준비돼 있다.중요한 것은 금고형인 경우다. 중범죄가 아닌 부주의만으로도 나올 수 있는 형량이다. 교통사고를 일으키거나 폐원으로 인한 임금체불만으로도 금고형은 가능하다. 또한 의료정책에 반대하며 집회나 시위를 할 경우 해당될 수 있는 집시법 등으로도 금고형을 받고 면허취소가 될 수 있다.둘째, 변호사 같은 다른 전문직도 범죄시 자격이 정지되는데 의사는 왜 열외인가. 비교 대상이 잘못됐다. 변호사와 의사는 전문직이라는 공통점 외에는 하는 일이나 성격이 다르다. 변호사는 법을 다루기에 범죄행위와 직무관련성이 있다. 집시법을 위반한 의사가 법 위반에 대한 비난을 받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면허를 취소한다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 집시법 위반 사실과 의사로서의 능력은 상관관계가 없다. 전문직군 간의 국가적, 사회적 피해 정도에 대한 비교 없이 단지 전문직이라는 이유로 똑같이 면허, 자격 취소를 운운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심지어 변호사가 범죄를 저질러도 자격 자체는 유지된다. 변호사협회의 등록이 취소돼 개업을 못하는 것일 뿐이다. 김한규 전 서울변회 회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법을 다루는 직업이기에 엄격한 규제를 받는 변호사와 그렇지 않은 의사를 법적으로 같은 취급하는게 타당한지 의문이 든다. 보다 세밀하게 범죄를 한정하는 방향으로 고쳐야 한다'고도 말했다.셋째, 의사들은 자정 능력이 없는가. 실제로 의사들은 비윤리적인 동료 의사를 옹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일부의 범법 행위로 인해 의사 전체가 비난 받는 것으로 생각해 매우 비판적이다. 일부의 일탈이 전체 의료계에 대한 국민 불신으로 이어지는 데 대해 매우 우려한다. 이에 의협에는 전문가 평가제나 중앙윤리위 등 자정작용을 위한 기구들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경찰이나 공무원이 의료행위의 윤리성을 판단하기 어렵지만 의사는 판단을 쉽게 내릴 수 있다. 따라서 외국에서는 의사단체에 조사·징계 권한 뿐 아니라 면허 관리권한을 부여해 자율 정화할 수 있게 한다. 의료인 면허박탈법이 공표된다면 이런 자정 노력은 물거품이 되고 오직 법에 의한 처벌만이 능사가 될 것이다.2024년 어느 날, 이 도시에 단 한명 뿐인 흉부외과 교수가 밤새 수술 후 귀가하는 길에 졸음운전으로 교통사고를 크게 일으켜 금고의 선고유예형을 선고받는다. 환자들은 주치의를 잃게 된다. 너무 극단적인 예라고 생각말자. 우리 부모의 주치의일 수도 있다. 김상훈 광주시의사회 법제이사·광주병원 내과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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