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의 시각] 그토록 지키고 싶던 권진규의 영원

@김혜진 입력 2022.08.11. 18:17

한국 근대미술사에서 박수근, 이중섭과 함께 3대 거장으로 꼽히는 인물이지만 앞서 언급된 두 작가에 비해 많은 이들에게 낯선 이름이 있다. 조각가 권진규다. 1922년 함흥의 성공한 사업가 집안에서 태어났다. 늦은 나이 일본에서 유학하며 로뎅의 제자인 부르델에게서 사사 받은 시미즈 다카시에게 조각을 배웠다.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서울에 가마와 우물을 갖춘 작업실을 직접 만들고 작업에 열중했다.

당대에는 추상 조각이 주류를 이뤘지만 그는 구상 조각에 집중했다. 그의 조각은 구상 조각이지만 그의 이상향이, 영원이 담겼다. 당대 경향에서 비켜난 탓에 권진규는 크게 주목 받지 못했지만 자신의 이상을 조각을 통해 끊임없이 구현해나갔다. 이상이 너무 멀어서였을까. 1973년 그는 작업실에서 생을 마감했다.

이후 그의 작품은 '자신의 아이(작품)들을 잘 부탁한다'는 유서에 따라 그의 여동생 권경숙씨와 조카들이 관리해왔다. 작업하는 그의 곁에서 가장 오랜 시간 그를 지켜본 이들이기도 하다.

이 작품들은 어려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몇 년 전 한 기업이 '권진규 미술관'을 지어주겠다고 유족들과 협약을 맺고 작품들을 총액가의 절반도 안되는 가격에 사들였다가 협약이 성사되지 않으면서 유족들이 다시 어렵사리 찾아오는 일이 있었다.

지난해 유족들은 140여점의 작품들을 서울시립미술관에 기증했다. 여기에는 권경숙씨가 일본으로 건너가 직접 찾아온 의미 있는 작품들도 다수 포함돼있다. 그래서 권진규 유족들의 기증 정신에는 애틋함이 묻어난다. 누구보다도 그의 마음을 이해하고 있기에.

이 작품들은 서울시립미술관서 3~5월 '노실의 천사'전을 통해 만나볼 수 있었는데 다시 한 번 광주에서 만나볼 수 있다. 서울시립미술관과 공동으로 주최, 광주시립미술관이 새롭게 큐레이팅하고 기획해 '영원을 빚은, 권진규'로 선보이고 있다.

서울시립미술관에 기증된 권진규의 작품 외에도 그의 대표작인 '지원의 얼굴' 등 광주시립미술관이 국립현대미술관, 리움미술관, 가나문화재단 등 기관과 개인 소장자들로부터 어렵사리 빌려온 중요 작품들을 더해 전시를 풍성하게 구성했다. 그래서 이번이 아니면 언제 또 한자리에서 그의 세계를 만나볼 수 있을지 모른다.

지역 미술인 뿐만 아니라 전국의 미술인, 또 8차에 걸쳐 소장품 2천600여점을 내어준 하정웅 선생 등의 기증으로 지금의 자리에 오게 된 광주시립미술관. 올해 개관 30주년을 맞아 연이어 기증 정신이 담긴 기획전을 선보이고 있는 가운데 남다른 의미를 주는 전시다. 이 땅에 남은 그의 가족들이 지키고 싶어했던 권진규의 영원을 직접 느껴보길. 김혜진 취재2본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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