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의시각] 바보야! 문제는 설득논리야!

@주현정 입력 2022.07.21. 17:08

"It's the economy, stupid(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1992년, 재선이 너무나도 확실시됐던 조지 H.W. 부시 대통령의 아성을 무너뜨린 것은 빌 클린턴의 '핵심 파고들기'였다. 미국인들은 냉전 붕괴와 걸프전 승리로 확인된 미국의 견고한 국방력에 환호하기보다 당장 눈앞에 닥친 경기 침체의 본질을 꿰뚫어봤던 리더를 선택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광폭 행보를 하다 어이없게 꼬여버린 광주 복합쇼핑몰 문제와도 일맥상통한다.

복합쇼핑몰 유치 이슈는 지난해 무등일보의 제언, 대통령 선거과정에서의 윤석열 후보 공약화, 강기정 시장의 약속까지 더해져 순항하는 듯 보였다.

실제로 광주는 최근 10년 여 간 대형마트, 백화점, 아울렛 등의 신규 출점이 전무했다. 그러는 사이 규모와 조직력을 갖춘 여러 중소형 브랜드의 식자재마트는 별다른 규제 없이 우리동네 곳곳을 파고들었고, '진짜' 동네슈퍼는 하나둘 자취를 감췄다.

여기에 지난 2015년, 7천억원 규모로 추진됐지만 지역사회 반대로 2년 넘게 시간만 끌다 결국 무산됐던 신세계 특급호텔 프로젝트가 대전 아트앤싸이언스로 구현되며, '우리 것을 빼앗겼다'라는 광주시민들의 내적 박탈감이 정치 시즌 바람을 타고 표면화 된 것이 유치 여론 형성에 원동력이 됐다.

한때 유통공룡의 골목상권 잠식을 우려하며 복합쇼핑몰 지역 입점에 반대 목소리를 내왔던 시민단체와 상인들도 마냥 반대만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물러섰다.

지역 여론 눈치만 보던 유통업계도 달라졌다. 현대백화점그룹이 광주에 전국 최고 수준의 시설 입점을 공식 발표한데 이어 신세계, 롯데 등 국내 대표 유통업계들도 앞 다퉈 광주 진출 계획을 구체화하는 등 그야말로 투자 급물살을 탔다.

지난해 첫 오프라인 시장에 진출해 성공을 거둔 패션 쇼핑 플랫폼 1위 무신사까지 광주 데뷔를 추진하고 있었다는 보도까지 쏟아지면서 '노잼'의 대표도시가 한 순간에 쇼핑 명소로 부상 할 조짐까지 보였다.

이대로라면 광주에 1개 이상의 복합쇼핑몰이 들어설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갔다.

하지만 지금, 복합쇼핑몰 이슈는 찬물을 제대로 뒤집어썼다.

'국가지원형'이라는 전제조건에 트램 등 교통수단을 포함한 9천억원 국비 지원 요청을 계획하고도 집권 여당은 물론 지역 언론 설득 절차 없이 일방적 요구에 몰입한 광주시의 설익은 행정이 문제일 수도, 입으로는 아낌없는 지원을 약속해 놓고 정작 실행에는 난색을 보이는 정부와 집권 여당의 무책임한 자세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생각지 못했던 균열을 틈 타 책임 추궁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7~8년 전과 오버랩이다.

그러는 사이 발 벗고 나서 정부 부처를 설득해주어야 할 집권 여당은 팔짱을 낀 채 상황을 관망만 할 것이다. 그렇게 둘 수는 없다.

요즘 가장 인기 있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라는 드라마에서 주인공만큼이나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주인공의 선임, 정명석 변호사다. 배려와 존중, 신뢰를 바탕으로 멘토의 정석을 보여주는 캐릭터인 정 변호사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배경에는 그의 유연성이 있다. 자신의 편견을 그때그때 걷어낼 줄 아는, 실수를 재빨리 인정할 줄 알아서다.

정책을 셀프 부정 하라는 것이 아니다. 빼고, 채우고, 고치고, 다듬어서 제대로 된 설득 논리를 만들라는 뜻이다. 분명한 것은 지금이 다신 없을 기회라는 것이다. 주현정 무등일보 취재1본부 행정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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