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the economy, stupid(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1992년, 재선이 너무나도 확실시됐던 조지 H.W. 부시 대통령의 아성을 무너뜨린 것은 빌 클린턴의 '핵심 파고들기'였다. 미국인들은 냉전 붕괴와 걸프전 승리로 확인된 미국의 견고한 국방력에 환호하기보다 당장 눈앞에 닥친 경기 침체의 본질을 꿰뚫어봤던 리더를 선택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광폭 행보를 하다 어이없게 꼬여버린 광주 복합쇼핑몰 문제와도 일맥상통한다.
복합쇼핑몰 유치 이슈는 지난해 무등일보의 제언, 대통령 선거과정에서의 윤석열 후보 공약화, 강기정 시장의 약속까지 더해져 순항하는 듯 보였다.
실제로 광주는 최근 10년 여 간 대형마트, 백화점, 아울렛 등의 신규 출점이 전무했다. 그러는 사이 규모와 조직력을 갖춘 여러 중소형 브랜드의 식자재마트는 별다른 규제 없이 우리동네 곳곳을 파고들었고, '진짜' 동네슈퍼는 하나둘 자취를 감췄다.
여기에 지난 2015년, 7천억원 규모로 추진됐지만 지역사회 반대로 2년 넘게 시간만 끌다 결국 무산됐던 신세계 특급호텔 프로젝트가 대전 아트앤싸이언스로 구현되며, '우리 것을 빼앗겼다'라는 광주시민들의 내적 박탈감이 정치 시즌 바람을 타고 표면화 된 것이 유치 여론 형성에 원동력이 됐다.
한때 유통공룡의 골목상권 잠식을 우려하며 복합쇼핑몰 지역 입점에 반대 목소리를 내왔던 시민단체와 상인들도 마냥 반대만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물러섰다.
지역 여론 눈치만 보던 유통업계도 달라졌다. 현대백화점그룹이 광주에 전국 최고 수준의 시설 입점을 공식 발표한데 이어 신세계, 롯데 등 국내 대표 유통업계들도 앞 다퉈 광주 진출 계획을 구체화하는 등 그야말로 투자 급물살을 탔다.
지난해 첫 오프라인 시장에 진출해 성공을 거둔 패션 쇼핑 플랫폼 1위 무신사까지 광주 데뷔를 추진하고 있었다는 보도까지 쏟아지면서 '노잼'의 대표도시가 한 순간에 쇼핑 명소로 부상 할 조짐까지 보였다.
이대로라면 광주에 1개 이상의 복합쇼핑몰이 들어설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갔다.
하지만 지금, 복합쇼핑몰 이슈는 찬물을 제대로 뒤집어썼다.
'국가지원형'이라는 전제조건에 트램 등 교통수단을 포함한 9천억원 국비 지원 요청을 계획하고도 집권 여당은 물론 지역 언론 설득 절차 없이 일방적 요구에 몰입한 광주시의 설익은 행정이 문제일 수도, 입으로는 아낌없는 지원을 약속해 놓고 정작 실행에는 난색을 보이는 정부와 집권 여당의 무책임한 자세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생각지 못했던 균열을 틈 타 책임 추궁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7~8년 전과 오버랩이다.
그러는 사이 발 벗고 나서 정부 부처를 설득해주어야 할 집권 여당은 팔짱을 낀 채 상황을 관망만 할 것이다. 그렇게 둘 수는 없다.
요즘 가장 인기 있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라는 드라마에서 주인공만큼이나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주인공의 선임, 정명석 변호사다. 배려와 존중, 신뢰를 바탕으로 멘토의 정석을 보여주는 캐릭터인 정 변호사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배경에는 그의 유연성이 있다. 자신의 편견을 그때그때 걷어낼 줄 아는, 실수를 재빨리 인정할 줄 알아서다.
정책을 셀프 부정 하라는 것이 아니다. 빼고, 채우고, 고치고, 다듬어서 제대로 된 설득 논리를 만들라는 뜻이다. 분명한 것은 지금이 다신 없을 기회라는 것이다. 주현정 무등일보 취재1본부 행정팀 차장
- [무등의시각] 흔들리는 대통령, 흔들리는 지역현안 호남은 또 정치 클리쉐에 당한걸까.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만들겠다던 윤석열 정부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윤석열표 광주 약속은 물론 균형발전 약속 어느 것 하나 전진에 방향타가 맞춰지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12.72%'. 광주에서 가장 높은 지지를 얻은 보수진영 대통령 탄생이라는 이례적인 기록을 만들어 주었건만 불과 반년 만에 '그럼 그렇지' 볼멘소리가 심심찮게 터져 나오고 있다.얼마 전 윤석열 정부 첫 예산안이 공개됐다. 긴축에 초점을 맞춘 재정 기조를 감안하더라도 실망이라는 평가가 적잖다. 특히 지역화폐, 임대주택, 쌀값 등 소득부족과 물가 상승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는 서민을 고려한 조치 측면에서 아쉬운 대목이 많다. 야당이 '정부의 나라빚 걱정을 오롯이 시민들에게 떠넘긴 약자 실종 불공정 예산', '참으로 비정한 예산'이라는 쓴소리를 내뱉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물론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광주는 2년 연속 3조원 돌파라는 사상 최대 규모의 국비를 확보하는 성과를 냈다. 굵직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이 대거 포함된 덕이다.그렇다면 대통령의, 집권 여당의 호남 챙기기 의중이 반영된 결과일까? 답은 '아니오'로 기운다.인공지능, 반도체 등 신 경제 미래먹거리 분야에서 타 지역에서는 구현해내지 못한 무형의 아이디어를 대거 유형의 사업으로 전환했던 광주의 작전이 먹혀 들어갔다는 평가가 더 많다.윤석열 대통령의, 국민의힘 차원의 지역 현안 사업 국비 반영 노력이 아닌 광주시의 '개인기'가 더해진 결과일 뿐이라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윤석열 대통령이 선거 기간 우리 지역에 약속했던 공약 이행도 낙제점이다.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반도체나 인공지능, 미래차 육성 분야는 일부 포함됐지만, 공약 사업인 달빛고속철도와 서남권원자력의료원 등은 누락됐다. 대통령의 약속이 관계부처의 반대(구체적인 정부 기본계획이 수립되지 않았다는 이유도 포함되지만)에 발목이 잡혀버린 우스운 상황만 연출됐다.국민의힘이 전국에서 가장 먼저 광주를 찾아 개최했던 예산협의회에서 약속한 사업도 삐걱거리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난 7월 전남대학교병원 신규 건립과 관련해 "예산 당국에 부탁을 해서 1차적으로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으로 집어넣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당 차원에서 기획재정부와 전남대병원 새병원 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협의했다고 공식화 한 것이다.하지만 결과는 대상 자격 미달. 용도변경을 완료하지 않은 병원 측의 미숙한 행정 때문이라고만 몰아세우기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적잖다. 앞서 전북, 경북 등도 도시관리계획 변경 전 예타 대상 사업으로 선정된 경우가 있었고, 이번 예타 대상 포함 사업 가운데서도 유사 사례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균형발전에 역행하는 수도권 중심 정책도 '말뿐인 지방시대'로 가고 있다.반도체 학과 증원과 수도권 공장 증설 규제 완화 등과 같은 수도권 중심 정책 강화, 국정 과제에 포함된 기업의 지방이전 공약과 투자 촉진도 반대로 가고 있다.대통령의 지지율이 좀처럼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점도 '尹표' 지역혁안 정책 표류 우려감을 키운다.취임 불가 80일 만에 20%대까지 추락했던 대통령의 지지율은 현재까지도 30%대 초반을 겨우 회복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지지율 지진에서 버팀목이 되어 줄 여당마저 불협화음, 갈라치기 등으로 내홍 중인데다 여사를 비롯한 대통령 주변 논란까지 끊이지 않고 있으니 국정을 온전히 주도 할 윤 대통령의 모습을 언제나 볼 수 있을 지, 언제고 볼 수 는 있을런지 의문 부호가 달린다.겨우 5년이다. 대통령의 정책 집행을 위한 씨앗을 심을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초석이 제대로 쌓이지 못하면 '지역맞춤형 성과내기'도 난망에 그칠 것이다.윤석열 대통령의 지방시대가 허울뿐인 약속에 그치지 않기를 바라본다. 주현정 무등일보 취재1본부 정치행정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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