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완도에서 사라진 조씨 가족이 끝내 주검으로 발견됐다. 조씨 가족 사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지난달부터 실종 직전까지 인터넷에 수면제와 암호화폐(루나 코인)를 검색한 정황이 드러난데 이어 인터넷에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글을 검색한 기록이 발견 돼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상당수 시민들은 조씨 가족의 비극이 정황상 투자에 실패해 일어난 것으로 보고, 빚에 대한 압박감을 이해하면서도 안타까운 결정에 슬퍼했다. 반면에 일부는 "역시 투자를 하면 안된다"는 말로 투자한 조씨 가족 잘못으로 지적하기도 했다.
여러 반응들을 보다보니 마음이 복잡해졌다. '이것이 누구의 탓인가'. '무엇이 잘못된건가' 곰곰이 생각하게 됐다. 위험 자산에 분류되는 암호화폐에 뛰어들어 실패한 것은 투자자의 책임일 것이다. 그러나 투자하지 않으면 뒤쳐지게 되는 사회구조도 문제로 보인다.
지난해 미국 중앙은행의 부양책으로 자산 유동성이 증가해 주식, 부동산, 암호화폐 등을 보유하고 있던 대부분 자산가들은 한순간에 큰 부를 얻었다. 이를 지켜보던 자산없는 이들은 '벼락거지'로 내몰리면서 늦게 투자하면 손해라는 분위기가 흘렀다. 그러면서 너나 할거 없이 많은 이들이 자산시장에 뛰어들게 됐고, 제대로 공부조차 할 시간이 없었던 이들은 격차를 따라잡기 위해 빚을 내서 투자하기도 했다.
그러다 과도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했고, 중앙은행은 이를 막기 위해 올해 금리 인상 등 긴축정책을 펼쳤다. 끝없이 오를거라고 믿었던 자산시장은 성장세가 둔해지더니 결국 방향을 바꿔 하락세를 그렸고, 투자자들은 폭락의 아픔을 겪게 됐다.
언론과 자산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을 향해 '빚을 내서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 '금리 인상이 다가오고 있어 리스크를 분산시켜야 한다'는 등 경고를 했지만 많은 이들은 이를 듣지 않았다. 아니, 들을 수가 없었다.
부동산 시장이 1년새 20~40% 가까이 상승하면서, 국민 평수로 불리는 30평대 아파트를 장만하기 위해 평생 일을 해야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평범한 직장인들의 경우에는 갑작스럽게 오른 부동산 시장은 절망적이다. 직장인이 매달 200만원씩 꾸준히 20년 정도 모아야 집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의 경우에는 40년 동안 일을 쉬지 않고 돈을 모아야만 가능하다.
여기에 더욱 절망스러운 것은 200만원씩 저축할만큼 급여가 높은 곳을 찾기도 쉽지 않아 취업연령은 높아만 지고 있다. 최근 한 취업사이트가 공개한 평균 취업연령 증가 추이를 보면 1998년에는 25.1세, 2008년 27.3세, 2018년에는 30.9세로 점점 높아지고 있다. 25세에 취업해서 50세에 은퇴하던 직장인이 31세 취업해서 50세에 은퇴하게 된 것이다.
이 때문인지 많은 사람들은 퇴직 후에도 일을 계속하고 있다. 한국 실질은퇴 나이는 72.3세. OCED회원국 중 가장 높다. 일본은 70.8세, 미국은 67.9세, 스웨덴은 66.4세다.
경제적 자유를 꿈꿀 수 없는 직장인들에게는 자산시장에 뛰어드는 것이 유일한 희망일지도 모른다. 열심히 산 서민들이 벼랑으로 내몰리지 않도록 사회적 안전장치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해볼 시기다.
취재1본부 차장대우 한경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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