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톨게이트 뭐야? 완전 있어보이네?"
설 연휴를 앞두고 오랜만에 광주를 방문하는 친구가 단체톡방에 사진과 함께 이런 메시지를 남겼다. '이제 알았냐'는 친구도 있었고 같이 놀라워하는 친구도 있었다. 어쩐지 모두 으스대면서 말이다.
이 톨게이트 상부엔 미디어아트 조형물인 '무등의 빛'이 설치돼있다. 무등산 형태의 LED화면에 의향, 미향, 예향을 담은 영상작품이 송출되는 조형물이다. 지난 2020년 5월에 설치됐는데 광주를 방문하는 외지인들에게도, 작품을 한 번이라도 본 시민들에게도 반응이 좋다.
미디어아트니 미술이니 하는 것에 관심 없는 기자의 남편이 이 톨게이트를 보고 "와 이건 좀 멋지네."하는 모습을 보고선 미디어아트가 시민의 일상을 파고들어야, 또 삶에 조금의 위로나 보탬이 되어야 비로소 유네스코 미디어아트 창의도시가 되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다.
'미디어아트'라는 단어를 듣기만 해서는, 전시장에 작품을 전시만 해서는 시민들이 이것을 인지하고 인식할 수 없다. 그렇게 된다면 광주는 반쪽짜리 유네스코 미디어아트 창의도시일 뿐이다. 미디어아트가 전시장을 박차고 나와 시민의 삶이 녹아있는 곳곳에 자리한다면, 그것을 보고 시민들이 '위안'과 같은 큰 감동이 아니더라도 '이것 참 멋지네' 할 때쯤이면 모두가 '미디어아트가 무엇인지' '이것이 우리 도시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그것이 나에게 어떤 혜택으로 다가올지'에 대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해 연말, 광주시는 미디어아트 창의도시 사업 중 하나인 미디어아트 창의벨트 사업의 첫 결과물을 선보였다. 미디어아트 창의벨트 사업은 도시공간을 미디어아트 자원으로 활용해 시민 일상으로 파고드는 사업으로 5개 권역에 해당 지역의 특성을 살려 진행된다. 처음으로 공개된 곳은 2권역인 금남로~구동 GAMP(지맵)일원 중 금남로공원이다. 이곳은 나비를 테마로 한 작품을 설치해 나비정원으로 탈바꿈했다. 오월의 한이 깃든 금남로의 상징성을 바탕으로 전남의 씻김굿인 고풀이에 착안한 메인 테마곡도 흘러나온다.
이후 금남로공원은 광주의 새로운 야경명소로 역할하고 있다. 특히 주변 주민들의 반응 또한 뜨거운 것으로 전해진다. 금남로 인근의 주민 일부는 '우리 동네에도 이런 걸 설치해달라'는 민원을 시에 건의하기도 했단다.
이를 시작으로 광주의 야경명소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1권역인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2권역 중 광주교 인근은 올 상반기면 시민에 공개될 예정이다. 이후 3~5권역도 내년까지는 완성된다.
이들 모두 도심 속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으로 일부러 찾아가지 않더라도 시민들이 일상에서 누릴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도심에 볼거리를 더해 관광활성화를 기대케한다. 관광이 활성화된다면 지역 경제 부흥은 불보듯 뻔한 일이 될테다.
'예술이 밥 먹여주냐!'는 말을 심심치 않게 들어왔다. 이제는 적어도 광주에선 '예술이 밥 먹여준다!'고 외쳐볼 날을 기대해본다. 김혜진 취재2본부 차장대우
- [무등의시각] 흔들리는 대통령, 흔들리는 지역현안 호남은 또 정치 클리쉐에 당한걸까.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만들겠다던 윤석열 정부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윤석열표 광주 약속은 물론 균형발전 약속 어느 것 하나 전진에 방향타가 맞춰지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12.72%'. 광주에서 가장 높은 지지를 얻은 보수진영 대통령 탄생이라는 이례적인 기록을 만들어 주었건만 불과 반년 만에 '그럼 그렇지' 볼멘소리가 심심찮게 터져 나오고 있다.얼마 전 윤석열 정부 첫 예산안이 공개됐다. 긴축에 초점을 맞춘 재정 기조를 감안하더라도 실망이라는 평가가 적잖다. 특히 지역화폐, 임대주택, 쌀값 등 소득부족과 물가 상승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는 서민을 고려한 조치 측면에서 아쉬운 대목이 많다. 야당이 '정부의 나라빚 걱정을 오롯이 시민들에게 떠넘긴 약자 실종 불공정 예산', '참으로 비정한 예산'이라는 쓴소리를 내뱉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물론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광주는 2년 연속 3조원 돌파라는 사상 최대 규모의 국비를 확보하는 성과를 냈다. 굵직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이 대거 포함된 덕이다.그렇다면 대통령의, 집권 여당의 호남 챙기기 의중이 반영된 결과일까? 답은 '아니오'로 기운다.인공지능, 반도체 등 신 경제 미래먹거리 분야에서 타 지역에서는 구현해내지 못한 무형의 아이디어를 대거 유형의 사업으로 전환했던 광주의 작전이 먹혀 들어갔다는 평가가 더 많다.윤석열 대통령의, 국민의힘 차원의 지역 현안 사업 국비 반영 노력이 아닌 광주시의 '개인기'가 더해진 결과일 뿐이라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윤석열 대통령이 선거 기간 우리 지역에 약속했던 공약 이행도 낙제점이다.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반도체나 인공지능, 미래차 육성 분야는 일부 포함됐지만, 공약 사업인 달빛고속철도와 서남권원자력의료원 등은 누락됐다. 대통령의 약속이 관계부처의 반대(구체적인 정부 기본계획이 수립되지 않았다는 이유도 포함되지만)에 발목이 잡혀버린 우스운 상황만 연출됐다.국민의힘이 전국에서 가장 먼저 광주를 찾아 개최했던 예산협의회에서 약속한 사업도 삐걱거리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난 7월 전남대학교병원 신규 건립과 관련해 "예산 당국에 부탁을 해서 1차적으로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으로 집어넣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당 차원에서 기획재정부와 전남대병원 새병원 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협의했다고 공식화 한 것이다.하지만 결과는 대상 자격 미달. 용도변경을 완료하지 않은 병원 측의 미숙한 행정 때문이라고만 몰아세우기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적잖다. 앞서 전북, 경북 등도 도시관리계획 변경 전 예타 대상 사업으로 선정된 경우가 있었고, 이번 예타 대상 포함 사업 가운데서도 유사 사례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균형발전에 역행하는 수도권 중심 정책도 '말뿐인 지방시대'로 가고 있다.반도체 학과 증원과 수도권 공장 증설 규제 완화 등과 같은 수도권 중심 정책 강화, 국정 과제에 포함된 기업의 지방이전 공약과 투자 촉진도 반대로 가고 있다.대통령의 지지율이 좀처럼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점도 '尹표' 지역혁안 정책 표류 우려감을 키운다.취임 불가 80일 만에 20%대까지 추락했던 대통령의 지지율은 현재까지도 30%대 초반을 겨우 회복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지지율 지진에서 버팀목이 되어 줄 여당마저 불협화음, 갈라치기 등으로 내홍 중인데다 여사를 비롯한 대통령 주변 논란까지 끊이지 않고 있으니 국정을 온전히 주도 할 윤 대통령의 모습을 언제나 볼 수 있을 지, 언제고 볼 수 는 있을런지 의문 부호가 달린다.겨우 5년이다. 대통령의 정책 집행을 위한 씨앗을 심을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초석이 제대로 쌓이지 못하면 '지역맞춤형 성과내기'도 난망에 그칠 것이다.윤석열 대통령의 지방시대가 허울뿐인 약속에 그치지 않기를 바라본다. 주현정 무등일보 취재1본부 정치행정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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