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원치 않게 정치인들의 진정성을 확인하는 경우가 있다.
선거철이면 시민들에게 간·쓸개 다 빼줄것처럼 말하지만 뒤돌아서는 말과 행동이 다른 이중적인 태도를 보일 때다.
언론사에서 근무를 하면서도 느낀다. 4개월 정도 남은 지방선거를 앞두고도 목격했다.
지역민을 위해 일하겠다고 출마한 A씨가 화정동 아이파크 붕괴사고가 일어난 바로 다음날 본보에 실린 자신의 사진이 마음에 안든다고 바꿔달라는 민원을 넣은 것이다.
광주에 충격적인 재난이 발생했던 시기였다. 38층에서 23층까지 16개 층 바닥이 무너져 내려앉았고, 현장에 있던 인부 6명은 생사를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너무나 처참한 광경에 광주시민들이 슬퍼하고 걱정하던 때였다.
수많은 정치인과 공무원들은 현장에 방문해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모색하고 노력했다. 또 유가족에게 찾아가 위로를 건네며 고통을 나눴다. 언론사들도 사고 현장에 기자를 대거 투입해 소식과 문제원인을 찾는데 힘쓰며 정신없이 바쁜 일과를 보내고 있었다.
민원을 넣은 '후보자님'은 하필 그때 사진을 바꿔달라고 했다. 수행비서가 아닌 자신이 직접 전화해서 요청했다.
다른 지역에 있어 참사 소식을 듣지 못했나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러나 그렇기에는 전국적인 알려진 이슈였다. 애써 뉴스를 피하지 않는 이상 모른척하기 힘들 정도였다.
지금 이 사람 마음은 어디에 있는지 궁금했다. 어쩜 이렇게 광주시민의 아픔에 둔감할 수 있을까. 이런 사람이 자치단체장이 될 수 있을까. 나중에 시장이라도 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나도 모르게 혀끝을 찼다.
좋은 정책안을 가졌다고만 될 일이 아니다. 자신이 펼친 정책 속에 살아갈 서민들의 마음을 헤아려야 한다. 서민들 가까이에서 마음을 읽고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이 걸림돌이 되는지 살피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자세는 지방선거 후보자에게만 요구되는 것이 아닐 것이다. 한달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 후보들도 똑같다. 표를 위한 비난과 입발린 소리보다 서민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진정성 있는 이야기가, 그리고 정책이 계속해서 제시되길 바란다. 뜬구름 잡는 소리가 아닌 와닿는 정책안으로 인해 설 연휴를 보내는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한경국 디지털편집국 취재1본부 차장대우
- [무등의시각] 흔들리는 대통령, 흔들리는 지역현안 호남은 또 정치 클리쉐에 당한걸까.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만들겠다던 윤석열 정부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윤석열표 광주 약속은 물론 균형발전 약속 어느 것 하나 전진에 방향타가 맞춰지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12.72%'. 광주에서 가장 높은 지지를 얻은 보수진영 대통령 탄생이라는 이례적인 기록을 만들어 주었건만 불과 반년 만에 '그럼 그렇지' 볼멘소리가 심심찮게 터져 나오고 있다.얼마 전 윤석열 정부 첫 예산안이 공개됐다. 긴축에 초점을 맞춘 재정 기조를 감안하더라도 실망이라는 평가가 적잖다. 특히 지역화폐, 임대주택, 쌀값 등 소득부족과 물가 상승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는 서민을 고려한 조치 측면에서 아쉬운 대목이 많다. 야당이 '정부의 나라빚 걱정을 오롯이 시민들에게 떠넘긴 약자 실종 불공정 예산', '참으로 비정한 예산'이라는 쓴소리를 내뱉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물론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광주는 2년 연속 3조원 돌파라는 사상 최대 규모의 국비를 확보하는 성과를 냈다. 굵직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이 대거 포함된 덕이다.그렇다면 대통령의, 집권 여당의 호남 챙기기 의중이 반영된 결과일까? 답은 '아니오'로 기운다.인공지능, 반도체 등 신 경제 미래먹거리 분야에서 타 지역에서는 구현해내지 못한 무형의 아이디어를 대거 유형의 사업으로 전환했던 광주의 작전이 먹혀 들어갔다는 평가가 더 많다.윤석열 대통령의, 국민의힘 차원의 지역 현안 사업 국비 반영 노력이 아닌 광주시의 '개인기'가 더해진 결과일 뿐이라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윤석열 대통령이 선거 기간 우리 지역에 약속했던 공약 이행도 낙제점이다.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반도체나 인공지능, 미래차 육성 분야는 일부 포함됐지만, 공약 사업인 달빛고속철도와 서남권원자력의료원 등은 누락됐다. 대통령의 약속이 관계부처의 반대(구체적인 정부 기본계획이 수립되지 않았다는 이유도 포함되지만)에 발목이 잡혀버린 우스운 상황만 연출됐다.국민의힘이 전국에서 가장 먼저 광주를 찾아 개최했던 예산협의회에서 약속한 사업도 삐걱거리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난 7월 전남대학교병원 신규 건립과 관련해 "예산 당국에 부탁을 해서 1차적으로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으로 집어넣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당 차원에서 기획재정부와 전남대병원 새병원 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협의했다고 공식화 한 것이다.하지만 결과는 대상 자격 미달. 용도변경을 완료하지 않은 병원 측의 미숙한 행정 때문이라고만 몰아세우기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적잖다. 앞서 전북, 경북 등도 도시관리계획 변경 전 예타 대상 사업으로 선정된 경우가 있었고, 이번 예타 대상 포함 사업 가운데서도 유사 사례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균형발전에 역행하는 수도권 중심 정책도 '말뿐인 지방시대'로 가고 있다.반도체 학과 증원과 수도권 공장 증설 규제 완화 등과 같은 수도권 중심 정책 강화, 국정 과제에 포함된 기업의 지방이전 공약과 투자 촉진도 반대로 가고 있다.대통령의 지지율이 좀처럼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점도 '尹표' 지역혁안 정책 표류 우려감을 키운다.취임 불가 80일 만에 20%대까지 추락했던 대통령의 지지율은 현재까지도 30%대 초반을 겨우 회복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지지율 지진에서 버팀목이 되어 줄 여당마저 불협화음, 갈라치기 등으로 내홍 중인데다 여사를 비롯한 대통령 주변 논란까지 끊이지 않고 있으니 국정을 온전히 주도 할 윤 대통령의 모습을 언제나 볼 수 있을 지, 언제고 볼 수 는 있을런지 의문 부호가 달린다.겨우 5년이다. 대통령의 정책 집행을 위한 씨앗을 심을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초석이 제대로 쌓이지 못하면 '지역맞춤형 성과내기'도 난망에 그칠 것이다.윤석열 대통령의 지방시대가 허울뿐인 약속에 그치지 않기를 바라본다. 주현정 무등일보 취재1본부 정치행정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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