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다 갔다.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자니 만감이 교차한다.
올 초만 해도 더는 코로나19를 언급하지 않아도 되리라 기대했건만 한 해가 기울어가는 이 순간까지도 코로나를 빼놓고 글을 풀어낼 수 없는 이 상황이 개탄스럽다.
연말이면 으레 지난 한 해를 뒤돌아보고 새해에 대한 희망찬 계획을 세우기에 바빴다.
국내에서 코로나가 발병한 이후 두 해를 보내는 동안 이 같은 패턴은 바뀌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매번 세웠던 다이어트, 자기 계발, 건강 챙기기, 여행 가기 등 거창한 결심이 도무지 서질 않는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이전에는 당연했던 일들이 더 이상 당연해질 수 없음을 깨달았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알파부터 베타, 감마, 델타, 오미크론까지 변이 바이러스로 인한 팬데믹이 몰아치면서 엔데믹을 간절히 원했던 이들의 기대가 무너졌다.
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연일 기록을 경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입원율이 폭등하면서 의료 시스템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마저 높아지고 있다.
그렇다고 부정적 미래를 예단하기도 힘들다.
오미크론 출현으로 코로나가 계절성 풍토병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예측하는 전문가들 또한 많기 때문이다. 어쩌면 내년에는 코로나 확진을 감기에 걸린 것쯤으로 이야기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올해 초만 해도 '수영을 배우겠다', '여행을 다니겠다' 결심했었다. 연말인 이 시점에서 결심한 일들을 하나도 이루지 못했다는 생각에 잠시나마 절망했다. 도전한 것도 얻어낸 것도 없다는 사실에 한 해를 허송세월로 흘려보낸 건 아니지 아쉬움이 짙어졌다.
문득 '인생에 무의미한 일은 없다'는 말이 떠올랐다. 한 해를 뒤돌아보면 낙담하던 내게 오랜 친구는 "올해 숨만 제대로 쉬었어도 칭찬받을 일이야"라고 다독였다.
그랬다. 올해 계획했던 수영을 배우지도 여행을 가지도 못했지만 건강을 잃지 않았고 가족이나 주변에 큰 변고가 없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올해 얻은 수확이 적지 않음을 깨달았다.
매년 되풀이하듯 세웠던 계획보다 다가오는 새해에는 코로나가 더 이상 화두로 떠오르지 않길 바라본다.
아침마다 확진자의 수를 가늠하지 않아도 되기를, 쉴 새 없이 울리는 알림 문자가 더는 오지 않기를, 동료들과 술 한 잔을 기울일 수 있기를, 마스크를 벗어 던질 수 있기를,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서 함께 웃고 떠들 수 있기를,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마스크에 가리지 않기를…이같은 바람들이 희망사항이 아니라 다시 일상이 될 수 있기를 다시 한번 바라본다. 신문제작국 김현주 차장
- [무등의시각] 흔들리는 대통령, 흔들리는 지역현안 호남은 또 정치 클리쉐에 당한걸까.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만들겠다던 윤석열 정부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윤석열표 광주 약속은 물론 균형발전 약속 어느 것 하나 전진에 방향타가 맞춰지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12.72%'. 광주에서 가장 높은 지지를 얻은 보수진영 대통령 탄생이라는 이례적인 기록을 만들어 주었건만 불과 반년 만에 '그럼 그렇지' 볼멘소리가 심심찮게 터져 나오고 있다.얼마 전 윤석열 정부 첫 예산안이 공개됐다. 긴축에 초점을 맞춘 재정 기조를 감안하더라도 실망이라는 평가가 적잖다. 특히 지역화폐, 임대주택, 쌀값 등 소득부족과 물가 상승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는 서민을 고려한 조치 측면에서 아쉬운 대목이 많다. 야당이 '정부의 나라빚 걱정을 오롯이 시민들에게 떠넘긴 약자 실종 불공정 예산', '참으로 비정한 예산'이라는 쓴소리를 내뱉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물론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광주는 2년 연속 3조원 돌파라는 사상 최대 규모의 국비를 확보하는 성과를 냈다. 굵직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이 대거 포함된 덕이다.그렇다면 대통령의, 집권 여당의 호남 챙기기 의중이 반영된 결과일까? 답은 '아니오'로 기운다.인공지능, 반도체 등 신 경제 미래먹거리 분야에서 타 지역에서는 구현해내지 못한 무형의 아이디어를 대거 유형의 사업으로 전환했던 광주의 작전이 먹혀 들어갔다는 평가가 더 많다.윤석열 대통령의, 국민의힘 차원의 지역 현안 사업 국비 반영 노력이 아닌 광주시의 '개인기'가 더해진 결과일 뿐이라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윤석열 대통령이 선거 기간 우리 지역에 약속했던 공약 이행도 낙제점이다.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반도체나 인공지능, 미래차 육성 분야는 일부 포함됐지만, 공약 사업인 달빛고속철도와 서남권원자력의료원 등은 누락됐다. 대통령의 약속이 관계부처의 반대(구체적인 정부 기본계획이 수립되지 않았다는 이유도 포함되지만)에 발목이 잡혀버린 우스운 상황만 연출됐다.국민의힘이 전국에서 가장 먼저 광주를 찾아 개최했던 예산협의회에서 약속한 사업도 삐걱거리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난 7월 전남대학교병원 신규 건립과 관련해 "예산 당국에 부탁을 해서 1차적으로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으로 집어넣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당 차원에서 기획재정부와 전남대병원 새병원 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협의했다고 공식화 한 것이다.하지만 결과는 대상 자격 미달. 용도변경을 완료하지 않은 병원 측의 미숙한 행정 때문이라고만 몰아세우기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적잖다. 앞서 전북, 경북 등도 도시관리계획 변경 전 예타 대상 사업으로 선정된 경우가 있었고, 이번 예타 대상 포함 사업 가운데서도 유사 사례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균형발전에 역행하는 수도권 중심 정책도 '말뿐인 지방시대'로 가고 있다.반도체 학과 증원과 수도권 공장 증설 규제 완화 등과 같은 수도권 중심 정책 강화, 국정 과제에 포함된 기업의 지방이전 공약과 투자 촉진도 반대로 가고 있다.대통령의 지지율이 좀처럼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점도 '尹표' 지역혁안 정책 표류 우려감을 키운다.취임 불가 80일 만에 20%대까지 추락했던 대통령의 지지율은 현재까지도 30%대 초반을 겨우 회복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지지율 지진에서 버팀목이 되어 줄 여당마저 불협화음, 갈라치기 등으로 내홍 중인데다 여사를 비롯한 대통령 주변 논란까지 끊이지 않고 있으니 국정을 온전히 주도 할 윤 대통령의 모습을 언제나 볼 수 있을 지, 언제고 볼 수 는 있을런지 의문 부호가 달린다.겨우 5년이다. 대통령의 정책 집행을 위한 씨앗을 심을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초석이 제대로 쌓이지 못하면 '지역맞춤형 성과내기'도 난망에 그칠 것이다.윤석열 대통령의 지방시대가 허울뿐인 약속에 그치지 않기를 바라본다. 주현정 무등일보 취재1본부 정치행정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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