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의시각] "가오리가 댕기는 길은 가오리가 앙께요."

@주현정 입력 2021.12.02. 16:07

"물고기를 알아야 물고기를 잡응께요. 홍어 댕기는 길은 홍어가 알고, 가오리가 댕기는 길은 가오리가 앙께요."

"학처럼 사는 것도 좋으나 구정물 흙탕물 다 묻어도 마다하지 않는 자산 같은 검은색 무명천으로 사는 것도 뜻있지 않겠느냐."

양반의 서자이지만 상놈의 자식으로 살면서도 자연의 이치를 깨달으며 언젠가 임금의 품에서 제대로 된 성리학을 펼치며 백성을 다스리고자 했던 창대. 명망 높은 사대부 집안의 학자로 글 밖에 몰랐지만 양반도, 상놈도, 임금도 필요없는 함께 사는 삶을 꿈꿨던 정약전.

서로를 깊이 알기 전까진 전혀 다른 '길'을 걷고자 했던 영화 자산어보 속 스승과 제자 관계인 두 주인공은 너무나 다른 듯 아주 닮아 있다. 창대 덕분에 실질적인 사물공부의 길을 걷게 된 약전은 그러나 정작 본인 덕분에 마침내 꿈에 그리던 입신양명의 기회를 얻은 창대를 만류한다. 자신이 이미 가보았던 길이기에 얼마나 험한지 알아서 였을 것이다. 자신과 너무나 다른 듯 아주 닮은 제자가 결국엔 꺾여 돌아올 것을 걱정했을 것이다.

약전의 염려처럼, 창대는 현실의 쓰디 쓴 경험을 직접 목도 한 후 자산으로 다시 돌아오고 나서야, 스승의 뒤늦은 죽음을 맞이하고 나서야 참 마음을 헤아렸다.

영화는 직선길, 갈림길, 샛길, 꼬부랑길, 비탈길에 서 있는 우리 모두에게도 깊은 울림을 남긴다. 나는, 우리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 또 그 곳에서 무엇을 보아야 할 것인지에 대한 많은 물음이다.

2022년, 우리는 많은 '길'을 마주하게 된다. 대한민국 20대 대통령을 뽑아야 하고 여덟 번째 민선 단체장을 선택해야 한다. 민주 4기 정부의 출범이냐, 정권교체를 통한 새로운 역사의 시작이냐의 갈림길에 놓였다.

때마다 혜안을 내놓았던 호남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호남만으로 대통령이 될 수 없지만 호남을 빼고서도 대권은 불가능하다'는 정치계의 정설은 결국 누구를 향할까.

종로 중심의 대한민국 정치 진영을 호남으로 재편한 김대중을 낳아 키워 반세기만에 첫 정권교체를 이뤄낸 호남이다. 그런데도 호남은 출신지에 연연하지 않았다. 오직 민주주의의 가치와 국가 경쟁력을 키울 면모를 갖춘 인물을 키우고 선택해 왔다.

단 2%대의 지지율로 만년 꼴찌 신세를 면치 못했던 영남 출신의 노무현에게 날개를 달아준 것도, 무사안일주의에 빠져버린 민주당에게(문재인에게) 따끔한 회초리를 든 것도, 또 다시 기회를 준 것도, 그래서 9년만의 민주정부 정권교체를 이뤄낸 것도 모두 호남의 역할이 컸다.

'그렇다면 여기까지….'라는 짧은 메시지만 남기고 무기한 당무를 거부한 채 잠행중인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당의 텃밭인 TK가 아닌 순천의 빵집과 여수의 카페에서 쌩뚱맞게(?) 포착(2일 새벽엔 여수에서 배를 타고 제주도로 넘어 갔다고)된 것도 내년 대선, 호남 민심의 무게가 전체 진영에 얼마나 큰 파도를 만드는 지를 방증하는 대목이다.

20대 대통령 선거가 채 100일도 남지 않았다. '지식보다 지혜를 깨달은 인물로 성장해야 한다', '통찰력을 가진 인물이 되어야 한다'는 영화 자산어보 속 약전의 가르침을 받아 든 호남은 어디로 향할까. 주현정 무등일보 취재1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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