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년, 생각해 봤어?" 광주의 젊은 작가 김은경의 클레이 애니메이션 작품 중 한 장면이다. 클레이로 만든 돌들의 대화다. 2050년은 지구 온난화로 빙하가 녹아 지구 주요 도시 중 일부가 잠길 것으로 예상되는 시기다.
질문을 받은 돌멩이는 뭐라 대답했을까. 답은 "아니."다. 20대인 작가는 대화를 통해 우리들의 현실을 보여준다. 우리 환경이 얼마나 파괴되는지, 그래서 우리는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말하지 않는다. 그저 환경 문제에 직면한 우리의 태도를 보여준다. 다양한 매체가 지구 온난화로 당장 30년 후면 지구 몇몇 도시가 잠긴다고 해도 우리에겐 그다지 심각한 문제로 다가오지 않는다. 지구 온난화의 속도를 줄이기 위한 일상 속 작은 실천을 고민해야 할 때지만 많은 이들의 머릿속 '나의 2050년'은 사적 미래로 그려질 뿐이다. 내 일상이 파괴될 수도 있는 문제 앞에서 아무런 관심을 갖지 않는 우리의 모습을 보여주며 작가는 관객 마음속 작은 종을 울린다.
작가의 작품은 광주시립미술관 어린이갤러리 전시에서 볼 수 있다. 전시는 생태환경 전시인 '나와 고래의 지구'.
이 전시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전시로 환경, 생태 문제에 대해 어둡고 딱딱하게 다가가지 않는다. 다양한 관점, 그에 따른 다양한 해석을 밝고 위트 있게, 때론 진지하게 전달한다. 어른들에게도 충분히 의미 있는 자리다.
일상에서 세계멸종위기종에 대한 관심을 충분히 이끌고 있는 의미 있는 브랜드도 참여했다. 디자인 브랜드 성실화랑이 세계멸종위기종들을 알록달록 귀여운 동물 캐릭터로 디자인한 작품으로 참여한 것. 이미 이 작품은 여러 디자인 상품으로 출시돼 큰 인기를 누리며 많은 이들에게 세계멸종위기종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고 있다.
평소 잡초의 생명력을 주제로 작업해오고 있는 김원정 작가는 '라이프 오브 마스'라는 귀여운 작품을 내놨다. 오염된 지구를 떠나 화성에 또다른 지구를 만들 때, 생명력이 끈질기고 적응력이 좋은 잡초로 화성을 일군다는 '잡초맨'이다.
방류된지 11일만에 해양쓰레기를 먹이로 착각하고 먹어 사체로 돌아온 3살 바다거북 부검 연구를 기록한 국립생태원의 영상물, 전국의 바닷가에서 주어온 쓰레기로 아름다운 섬을 만든 정재철의 '블루오션 프로젝트-크라켄 부분', 기름으로 인한 해양오염 문제를 다룬 엄기준의 평면 작품, 자연의 날 것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들꽃으로 전하는 박신영의 식물세밀화, 전세계 자연재해 모습과 지구의 온도가 조금씩 상승했을 때의 우리 일상을 영상으로 다룬 지역 청년 작가인 문창환의 작품 등도 관객들을 만난다.
환경과 생태를 바라보는 다양하고 참신한 관점의 작품들이 많다. 밝은 분위기를 유지하며 많은 이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환경생태작품을 선별하기 위해 많은 공력이 들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드는 좋은 전시다. '위드코로나'로 전환된 이때, 좋은 메시지의 전시 한편 관람해보면 어떨까.
김혜진 취재4부 차장대우
- [무등의시각] 흔들리는 대통령, 흔들리는 지역현안 호남은 또 정치 클리쉐에 당한걸까.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만들겠다던 윤석열 정부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윤석열표 광주 약속은 물론 균형발전 약속 어느 것 하나 전진에 방향타가 맞춰지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12.72%'. 광주에서 가장 높은 지지를 얻은 보수진영 대통령 탄생이라는 이례적인 기록을 만들어 주었건만 불과 반년 만에 '그럼 그렇지' 볼멘소리가 심심찮게 터져 나오고 있다.얼마 전 윤석열 정부 첫 예산안이 공개됐다. 긴축에 초점을 맞춘 재정 기조를 감안하더라도 실망이라는 평가가 적잖다. 특히 지역화폐, 임대주택, 쌀값 등 소득부족과 물가 상승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는 서민을 고려한 조치 측면에서 아쉬운 대목이 많다. 야당이 '정부의 나라빚 걱정을 오롯이 시민들에게 떠넘긴 약자 실종 불공정 예산', '참으로 비정한 예산'이라는 쓴소리를 내뱉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물론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광주는 2년 연속 3조원 돌파라는 사상 최대 규모의 국비를 확보하는 성과를 냈다. 굵직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이 대거 포함된 덕이다.그렇다면 대통령의, 집권 여당의 호남 챙기기 의중이 반영된 결과일까? 답은 '아니오'로 기운다.인공지능, 반도체 등 신 경제 미래먹거리 분야에서 타 지역에서는 구현해내지 못한 무형의 아이디어를 대거 유형의 사업으로 전환했던 광주의 작전이 먹혀 들어갔다는 평가가 더 많다.윤석열 대통령의, 국민의힘 차원의 지역 현안 사업 국비 반영 노력이 아닌 광주시의 '개인기'가 더해진 결과일 뿐이라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윤석열 대통령이 선거 기간 우리 지역에 약속했던 공약 이행도 낙제점이다.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반도체나 인공지능, 미래차 육성 분야는 일부 포함됐지만, 공약 사업인 달빛고속철도와 서남권원자력의료원 등은 누락됐다. 대통령의 약속이 관계부처의 반대(구체적인 정부 기본계획이 수립되지 않았다는 이유도 포함되지만)에 발목이 잡혀버린 우스운 상황만 연출됐다.국민의힘이 전국에서 가장 먼저 광주를 찾아 개최했던 예산협의회에서 약속한 사업도 삐걱거리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난 7월 전남대학교병원 신규 건립과 관련해 "예산 당국에 부탁을 해서 1차적으로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으로 집어넣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당 차원에서 기획재정부와 전남대병원 새병원 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협의했다고 공식화 한 것이다.하지만 결과는 대상 자격 미달. 용도변경을 완료하지 않은 병원 측의 미숙한 행정 때문이라고만 몰아세우기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적잖다. 앞서 전북, 경북 등도 도시관리계획 변경 전 예타 대상 사업으로 선정된 경우가 있었고, 이번 예타 대상 포함 사업 가운데서도 유사 사례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균형발전에 역행하는 수도권 중심 정책도 '말뿐인 지방시대'로 가고 있다.반도체 학과 증원과 수도권 공장 증설 규제 완화 등과 같은 수도권 중심 정책 강화, 국정 과제에 포함된 기업의 지방이전 공약과 투자 촉진도 반대로 가고 있다.대통령의 지지율이 좀처럼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점도 '尹표' 지역혁안 정책 표류 우려감을 키운다.취임 불가 80일 만에 20%대까지 추락했던 대통령의 지지율은 현재까지도 30%대 초반을 겨우 회복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지지율 지진에서 버팀목이 되어 줄 여당마저 불협화음, 갈라치기 등으로 내홍 중인데다 여사를 비롯한 대통령 주변 논란까지 끊이지 않고 있으니 국정을 온전히 주도 할 윤 대통령의 모습을 언제나 볼 수 있을 지, 언제고 볼 수 는 있을런지 의문 부호가 달린다.겨우 5년이다. 대통령의 정책 집행을 위한 씨앗을 심을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초석이 제대로 쌓이지 못하면 '지역맞춤형 성과내기'도 난망에 그칠 것이다.윤석열 대통령의 지방시대가 허울뿐인 약속에 그치지 않기를 바라본다. 주현정 무등일보 취재1본부 정치행정팀 차장
- · [무등의 시각] 지구의 경고, 언제까지 무시할 건가
- · [무등의 시각] 그토록 지키고 싶던 권진규의 영원
- · [무등의 시각] "주택담보대출비율 80%로 완화했지만 누가 사"
- · [무등의시각] 바보야! 문제는 설득논리야!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