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여성 총리', '최초 동독 출신 총리', '포브스 선정 4년 연속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이처럼 명예로운 수식어들이 가리키는 인물은 최근 총리에서 은퇴한 독일 정치인 앙겔라 메르켈이다.
메르켈은 독일을 위해 지난 16년 동안 지도자로 살아온 인물이다. 정계에 들어섰을 당시에는 동독 출신, 이혼자, 늦깎이 정치인 등 온갖 부정적인 시선이 있었지만, 우려와 편견을 이겨내고 마지막까지 최고의 찬사를 받았다.
메르켈의 업적들을 보면 놀랍다. 그가 암울했던 독일을 다시 일으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독일은 동독과 서독을 가르던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뒤 사회적 혼란과 막대한 통일 비용으로 인해 '유럽의 병자'라고 불리던 시기가 있었다. 실업률은 40년째 증가해 10%를 넘긴 상태였고, 통일 후 2000년대 GDP 성장률은 우하향했다. 여기에 세계대전을 일으킨 패전국의 이미지 또한 남아 있어서 주변국의 도움도 받기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2005년 메르켈이 총리로 임명됐다. 메르켈은 사회 안정과 경제 성장을 이룬 것뿐만 아니라 주변국으로부터 인정도 받아냈다
그가 총리로 재임 중 전쟁으로 인해 피해를 끼친 나라에 수차례 방문했다. 유대인 학살로 큰 아픔을 준 이스라엘에는 8차례 방문해 독일의 범죄에 대해 고개를 숙였다. 러시아에는 소련침공 80년째 되던 올해도 푸틴에게 전쟁의 슬픔과 고통에 대해 공감을 표명하며 사죄했다.
또 지지율 저하와 경제 우려가 있었음에도 난민 100만명을 수용하면서 대학살의 나라에서 인도주의의 나라로 이미지를 새로 썼다.
때론 단호하지만, 갈등을 줄이고, 잘못을 인정하는 용기와 진정성 있는 모습에 독일시민들과 주변 나라는 그를 신뢰하게 됐다. 이 때문일까. 독일 DAX 지수는 메르켈 재임 이후 3배가량 올랐고, 실업률은 점차 줄어들어 최근에는 3%대에 머물고 있다.
나라 안팎에서 훌륭한 성과를 남겼기에 그의 임기말은 레임덕은커녕 지지율이 80%에 육박했다. 마음만 먹었다면 연임도 가능했겠지만 그는 떠나기로 결심했다. "이제는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의 시간이다"며 물러난 메르켈. 그의 마지막은 독일 최초 스스로 물러난 총리로 남게 됐다.
퇴장하는 정치인의 모습이 이렇게나 아름다울 수 있을까. 우리 대한민국도 메르켈과 같은 지도자가 많이 나오길 희망한다. 그래서 출산율이 회복되고, 실업률은 줄고, 코스피지수는 3배 올라 국민 모두가 연임을 외치는 그런 날이 왔으면 한다. 정치철학도 딱히 없이 복수의 화신인 마냥 정권 심판 프레임만 들고 대선에 출마하는 후보는 줄어들길 바란다. 좋은 공약과 신천을 바탕으로 국민들에게 믿음 주는 지도자가 많아지길 바란다. 신문제작국 차장대우 한경국기자 hkk42@mdilbo.com
- [무등의시각] 흔들리는 대통령, 흔들리는 지역현안 호남은 또 정치 클리쉐에 당한걸까.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만들겠다던 윤석열 정부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윤석열표 광주 약속은 물론 균형발전 약속 어느 것 하나 전진에 방향타가 맞춰지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12.72%'. 광주에서 가장 높은 지지를 얻은 보수진영 대통령 탄생이라는 이례적인 기록을 만들어 주었건만 불과 반년 만에 '그럼 그렇지' 볼멘소리가 심심찮게 터져 나오고 있다.얼마 전 윤석열 정부 첫 예산안이 공개됐다. 긴축에 초점을 맞춘 재정 기조를 감안하더라도 실망이라는 평가가 적잖다. 특히 지역화폐, 임대주택, 쌀값 등 소득부족과 물가 상승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는 서민을 고려한 조치 측면에서 아쉬운 대목이 많다. 야당이 '정부의 나라빚 걱정을 오롯이 시민들에게 떠넘긴 약자 실종 불공정 예산', '참으로 비정한 예산'이라는 쓴소리를 내뱉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물론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광주는 2년 연속 3조원 돌파라는 사상 최대 규모의 국비를 확보하는 성과를 냈다. 굵직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이 대거 포함된 덕이다.그렇다면 대통령의, 집권 여당의 호남 챙기기 의중이 반영된 결과일까? 답은 '아니오'로 기운다.인공지능, 반도체 등 신 경제 미래먹거리 분야에서 타 지역에서는 구현해내지 못한 무형의 아이디어를 대거 유형의 사업으로 전환했던 광주의 작전이 먹혀 들어갔다는 평가가 더 많다.윤석열 대통령의, 국민의힘 차원의 지역 현안 사업 국비 반영 노력이 아닌 광주시의 '개인기'가 더해진 결과일 뿐이라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윤석열 대통령이 선거 기간 우리 지역에 약속했던 공약 이행도 낙제점이다.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반도체나 인공지능, 미래차 육성 분야는 일부 포함됐지만, 공약 사업인 달빛고속철도와 서남권원자력의료원 등은 누락됐다. 대통령의 약속이 관계부처의 반대(구체적인 정부 기본계획이 수립되지 않았다는 이유도 포함되지만)에 발목이 잡혀버린 우스운 상황만 연출됐다.국민의힘이 전국에서 가장 먼저 광주를 찾아 개최했던 예산협의회에서 약속한 사업도 삐걱거리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난 7월 전남대학교병원 신규 건립과 관련해 "예산 당국에 부탁을 해서 1차적으로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으로 집어넣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당 차원에서 기획재정부와 전남대병원 새병원 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협의했다고 공식화 한 것이다.하지만 결과는 대상 자격 미달. 용도변경을 완료하지 않은 병원 측의 미숙한 행정 때문이라고만 몰아세우기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적잖다. 앞서 전북, 경북 등도 도시관리계획 변경 전 예타 대상 사업으로 선정된 경우가 있었고, 이번 예타 대상 포함 사업 가운데서도 유사 사례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균형발전에 역행하는 수도권 중심 정책도 '말뿐인 지방시대'로 가고 있다.반도체 학과 증원과 수도권 공장 증설 규제 완화 등과 같은 수도권 중심 정책 강화, 국정 과제에 포함된 기업의 지방이전 공약과 투자 촉진도 반대로 가고 있다.대통령의 지지율이 좀처럼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점도 '尹표' 지역혁안 정책 표류 우려감을 키운다.취임 불가 80일 만에 20%대까지 추락했던 대통령의 지지율은 현재까지도 30%대 초반을 겨우 회복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지지율 지진에서 버팀목이 되어 줄 여당마저 불협화음, 갈라치기 등으로 내홍 중인데다 여사를 비롯한 대통령 주변 논란까지 끊이지 않고 있으니 국정을 온전히 주도 할 윤 대통령의 모습을 언제나 볼 수 있을 지, 언제고 볼 수 는 있을런지 의문 부호가 달린다.겨우 5년이다. 대통령의 정책 집행을 위한 씨앗을 심을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초석이 제대로 쌓이지 못하면 '지역맞춤형 성과내기'도 난망에 그칠 것이다.윤석열 대통령의 지방시대가 허울뿐인 약속에 그치지 않기를 바라본다. 주현정 무등일보 취재1본부 정치행정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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