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번쯤은 '다른 선택을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떠올린다. 지금의 나를 만든 수많은 선택들이 잘한 건지, 틀렸는지 돌이켜 생각해보는 것은 성숙한 사람이라면 할 만한 태도다.
나와 비슷한 길을 걷다가 점점 다른 방향으로 멀어지는 친구나, 완전히 다른 삶을 살다가 같은 길을 걷게 된 친구를 보면서 다양한 삶의 방식이 있다는 것을 배운다.
그러면서 용기내서 다른 삶을 살아보지 못했던 과거를 후회하기도, 부러워하기도, 안심하기도 한다.
지금과 다른 인생에 호기심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지금에 만족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영화나 드라마 소설 등에 빠지는 이유일 것이다.
이 때문일까. 다른 내가 돼서 또 다른 인생을 사는 '부캐'가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결혼식 때 신부가 손에든 작은 꽃다발 부케와 발음이 비슷한 부캐는 전혀 다른 뜻을 가지고 있다. '부 캐릭터'의 줄임말로 게임 등 가상세계에서 자신이 사용하는 주요 캐릭터 외의 캐릭터를 의미한다.
부캐의 쓰임은 비단 가상세계에서만 존재하지 않는다. 요즘에는 일상생활에서도 본업 외의 다른 일을 하면 부캐라고 불려진다.
직장인들에게 부캐는 대개 본업 이외의 활동으로 소득을 증진시키는 경우다. 평일에는 회사에서 노동을 하지만 주말 등 개인적인 시간에는 아르바이트 등 소일거리들로 시간을 보낸다. 주말에도 일을 한다니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하지만 부캐로 지내는 일이 꼭 피곤한 일만은 아니다.
본업이 필수라면 부캐는 선택의 영역이다. 때문에 취미로 시작한 사례가 많아 부담감은 다소 낮다.
주말여행을 다녀올 때면 자신의 SNS에 사진 올리기를 좋아하던 한 친구는 이것으로 새로운 수익구조를 만들어 냈다. 멋들어지게 찍힌 사진과 글로 팔로우를 늘리더니 인플루언서가 됐고, 나중에는 광고비를 받으면서 여행을 다니게 됐다. 유명해지는 것만으로도 돈이 되는 요즘이라 가능했다.
돈을 벌지 못해도 상관없다. 또 다른 나를 살아간다는 의미에서 부캐는 유용했다. 평소 정숙했던 또 다른 친구는 이미지와 180도 다른 운동을 배웠다. 클라이밍이다. 클라이밍을 시작한 후 자신감을 얻었고, 이성 앞에서 숫기 없던 모습은 사라졌다. 결국 좋은 배필을 만나 결혼에 성공했다. 클라이밍을 자신의 연장선이 아닌 부캐라는 마음가짐이 있었기 때문에 시작할 수 있었다.
우리뿐만 아니라 많은 연예인들도 부캐로 활동한다. 대표적으로 방송인 유재석이 있다. 평소 반듯한 이미지로 웃음을 줬던 유재석은 유라섹, 닭터유, 유산슬, 유두래곤, 지미유 등의 이름으로 여러 가지 인생을 보여줬다. 때로는 가수, 때로는 라면집 사장으로 시청자들에게 색다른 감동과 웃음을 안겨주기도 했다.
공장에서 찍어내듯 정형화된 삶을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다른 인생들도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인생에는 사람의 수만큼 다양한 길이 있다. 여유가 된다면 용기내서 부캐로 살아보는 것은 어떨까. 후회로 점철된 시간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슬럼프를 극복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열쇠가 되지 않을까.
신문제작국 차장 대우 한경국기자 hkk42@mdilbo.com
- [무등의시각] 흔들리는 대통령, 흔들리는 지역현안 호남은 또 정치 클리쉐에 당한걸까.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만들겠다던 윤석열 정부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윤석열표 광주 약속은 물론 균형발전 약속 어느 것 하나 전진에 방향타가 맞춰지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12.72%'. 광주에서 가장 높은 지지를 얻은 보수진영 대통령 탄생이라는 이례적인 기록을 만들어 주었건만 불과 반년 만에 '그럼 그렇지' 볼멘소리가 심심찮게 터져 나오고 있다.얼마 전 윤석열 정부 첫 예산안이 공개됐다. 긴축에 초점을 맞춘 재정 기조를 감안하더라도 실망이라는 평가가 적잖다. 특히 지역화폐, 임대주택, 쌀값 등 소득부족과 물가 상승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는 서민을 고려한 조치 측면에서 아쉬운 대목이 많다. 야당이 '정부의 나라빚 걱정을 오롯이 시민들에게 떠넘긴 약자 실종 불공정 예산', '참으로 비정한 예산'이라는 쓴소리를 내뱉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물론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광주는 2년 연속 3조원 돌파라는 사상 최대 규모의 국비를 확보하는 성과를 냈다. 굵직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이 대거 포함된 덕이다.그렇다면 대통령의, 집권 여당의 호남 챙기기 의중이 반영된 결과일까? 답은 '아니오'로 기운다.인공지능, 반도체 등 신 경제 미래먹거리 분야에서 타 지역에서는 구현해내지 못한 무형의 아이디어를 대거 유형의 사업으로 전환했던 광주의 작전이 먹혀 들어갔다는 평가가 더 많다.윤석열 대통령의, 국민의힘 차원의 지역 현안 사업 국비 반영 노력이 아닌 광주시의 '개인기'가 더해진 결과일 뿐이라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윤석열 대통령이 선거 기간 우리 지역에 약속했던 공약 이행도 낙제점이다.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반도체나 인공지능, 미래차 육성 분야는 일부 포함됐지만, 공약 사업인 달빛고속철도와 서남권원자력의료원 등은 누락됐다. 대통령의 약속이 관계부처의 반대(구체적인 정부 기본계획이 수립되지 않았다는 이유도 포함되지만)에 발목이 잡혀버린 우스운 상황만 연출됐다.국민의힘이 전국에서 가장 먼저 광주를 찾아 개최했던 예산협의회에서 약속한 사업도 삐걱거리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난 7월 전남대학교병원 신규 건립과 관련해 "예산 당국에 부탁을 해서 1차적으로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으로 집어넣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당 차원에서 기획재정부와 전남대병원 새병원 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협의했다고 공식화 한 것이다.하지만 결과는 대상 자격 미달. 용도변경을 완료하지 않은 병원 측의 미숙한 행정 때문이라고만 몰아세우기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적잖다. 앞서 전북, 경북 등도 도시관리계획 변경 전 예타 대상 사업으로 선정된 경우가 있었고, 이번 예타 대상 포함 사업 가운데서도 유사 사례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균형발전에 역행하는 수도권 중심 정책도 '말뿐인 지방시대'로 가고 있다.반도체 학과 증원과 수도권 공장 증설 규제 완화 등과 같은 수도권 중심 정책 강화, 국정 과제에 포함된 기업의 지방이전 공약과 투자 촉진도 반대로 가고 있다.대통령의 지지율이 좀처럼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점도 '尹표' 지역혁안 정책 표류 우려감을 키운다.취임 불가 80일 만에 20%대까지 추락했던 대통령의 지지율은 현재까지도 30%대 초반을 겨우 회복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지지율 지진에서 버팀목이 되어 줄 여당마저 불협화음, 갈라치기 등으로 내홍 중인데다 여사를 비롯한 대통령 주변 논란까지 끊이지 않고 있으니 국정을 온전히 주도 할 윤 대통령의 모습을 언제나 볼 수 있을 지, 언제고 볼 수 는 있을런지 의문 부호가 달린다.겨우 5년이다. 대통령의 정책 집행을 위한 씨앗을 심을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초석이 제대로 쌓이지 못하면 '지역맞춤형 성과내기'도 난망에 그칠 것이다.윤석열 대통령의 지방시대가 허울뿐인 약속에 그치지 않기를 바라본다. 주현정 무등일보 취재1본부 정치행정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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