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 던지고 찾은 농촌에서 힐링·성공 다 잡았다

입력 2022.08.24. 17:53 선정태 기자
[농촌 창업 청년들 성공스토리]
⑧강진 지앤유팜 정철 대표
잘가가던 기계공학 박사 던지고
귀농해 딸기 생산·체험·가공까지
융·복합 산업 새 수익모델 창출
지앤유팜 정철·조혜진 대표

[농촌 창업 청년들 성공스토리] ⑧강진 지앤유팜 정철 대표

내 생활없는 직장 결국 '번아웃'

10년 공부 후 취입 2년 만에 사표

가족 설득 후 발품 팔며 귀농교육

아이디어보다 철저한 사전 준비

정착지·작물·지원 정책 등 중요

가장 큰 도움은 주민들과의 화합

주택보다는 토지 구매가 더 시급

매출 부족해도 체험학습장 장점

편리성 추구한 체험농장 큰 인기

"10여년 간의 석박사 과정을 마친 후 시작한 직장생활이 지겹고 고통스럽기만 했습니다. 2년 만에 퇴사 후 시작한 농촌 생활이 제가 원하든 그것이었습니다. 가족과 함께 건강한 삶을 살고 싶은 욕구가 귀농의 길로 이끌었습니다."

지앤유팜 마스코트와 BI.

강진에서 딸기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정철 '지유앤팜' 대표는 길고 지루한 석박사 과정을 마치고 IT기업에 입사했지만, 얼만 지나지 않아 회사를 박차고 뛰쳐나왔다. 박사학위 수료까지 공부한 긴 시간과 연구원으로서 이제 막 경력을 쌓아갈 시기에 돌연 귀농을 선택한 것이다. 남들은 부러워만 할 학력과 직업을 가졌지만 '쳇바퀴 돌듯 살아온 10여년의 인생이 행복하지 않다'는 것이 이유였다. 소위 '잘나가는 스펙'으로 얻을 성공보다는 자연이 제공하는 선물을 통한 진정한 행복을 찾아 귀농한 것이다. 정 대표는 그렇게 강진에서 5년간 '승승장구'하며 딸기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지앤유팜 딸기농장 전경.

◆10년의 연구실 생활, 벗어나고 싶었다.

정 대표는 "석박사 과정을 밟는 동안부터 연구실에서 살다 싶히 열심히 일했고, 이후 들어간 직장에서도 최선을 다했다"며 "그런데 어느 날 아침 행복하지 않았다. 아무리 좋은 조건에서 일한다고 하더라도 그 생활에 만족감을 느끼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나 싶었다"고 밝혔다.

연구실과 직장에 매달려 자신의 생활이 하나도 없이 바삐 보내다 결국 '번아웃'이라고 판단, 곧바로 귀농을 결심했다. 그렇다고 현실이 싫어 도피하듯 아무런 준비없이 무작정 귀농을 선택한 것도 아니다.

지앤유팜 딸기농장.

정 대표는 "쉽지 않은 선택이었지만 용기를 냈다. 농촌에서 살기 싫다는 아내에게는 대학원과 연구원 생활로 소홀할 수 밖에 없었던 육아와 가정일을 도맡아 하겠다고 약속했다"며 "부모님들께도 힘들게 공부하고 잘나가는 직장을 그만둘 것이라는 말과 함께 귀농해서 어떤 작물을 기를 지, 어떻게 수익을 올릴 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지 등을 설명하며 설득했다"고 밝혔다.

그는 "귀농을 결심한 이유는 농업에 대한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농업은 단순히 생산만 하는 것이 아니고 경영의 기법이 들어가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며 "단순히 1차 산물을 판매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가공, 체험까지 가능하다. 연구원 때의 경험과 노하우를 농업과 접목하면 ICT와의 결합도 가능해 원하는 자연에서의 삶을 누리면서도 제 능력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아내를 설득해 직장을 그만두고 귀농교육을 받는 한편 농지, 토지 등도 알아보며 발품을 팔았다.


◆교육이 성공의 밑거름

여러 지역을 돌며 귀농, 농업경영, 농촌융복합 관련 교육을 들은 후 귀농지로 강진을 선택했다. 정 대표가 처음 교육을 받은 곳은 구례군, 이어 강진군에서 귀농 팜투어를 경험했다. 성공한 농장들을 방문해 귀농한 분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으며 농업에 대한 가능성에 확신이 굳어지고 여러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딸기 수확중인 정철·조혜진 지앤유팜 대표

귀농 후에는 전남농업기술원을 통해 경영, 귀농귀촌, 농촌융복합 산업 등의 교육을 받으며 재배 작물을 딸기로 선택했다.

그는 "강진의 주작목 배움교실 교육을 듣던 중 딸기 농가에서 교육을 받은 것을 계기로 딸기 농사를 해야겠구나 싶었다"며 "일주일에 1회로 5개월 정도 과정의 교육을 받는데 딸기뿐만 아니고 귀농에 대한 실제적인 교육까지 겸해서 현실적인 도움이 됐다. 특히 강진에서는 딸기 재배를 하면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등등 실질적인 교육으로 진행된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아내 조혜진씨도 곧 직장을 그만 두고 강진으로 내려왔다. 2019년 청년 창업농으로 선정돼 정부에서 영농정착지원금 등을 지원 받아 땅을 구입한 후 하우스 5동을 신축하고 딸기 농사꾼이 됐다.

딸기를 재배한 정 대표는 매년 매출이 큰 폭으로 늘었다. 계획하고 지원을 받아 농사를 시작했지만 그가 예상하지 못한 변수로 인해 난관에 부딪혔다. 자연재해였다. 몇 년 전 강진과 해남에 많은 비가 내리면서 하우스가 침수된 것이다. 그동안 뉴스에서나 듣던 자연재해를 처음 경험하면서 '멘붕'에 빠졌다.


◆ 조언대로 따라하니 순탄

교육을 받고 강진으로 귀농한 정 대표는 2018년 청년창업농에 선정됐다. 이후 관련된 청년창업농 교육을 모두 이수했다.

그의 귀농 정착이 순탄대로만 걷는 것은 아니었다. 귀농의 가장 기본이 되는 토지 구매부터 애를 먹었다. 다른 귀농인들 역시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다.

정 대표는 "다른 귀농인들도 한 번은 겪었겠지만 귀농귀촌의 가장 큰 어려움은 토지 구매다. 생활해야 하는 집을 구하는 것이 힘들다"며 "집을 지으려고 해도 토지부터 구해야 하는데, 주말마다 나주와 함평까지 돌아다녔지만 매번 허탕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행운이 찾아왔다. 강진에 땅을 가진 소유주가 광주 공인중개사에 거래 신청을 했기 때문이다. 보통, 팔려는 지역에 내놓고 거래하기 때문에, 정보가 빠른 지역 사람들이 모두 사버리기 때문에 지역 정보가 어두운 귀농인들은 땅을 구하기 쉽지 않았던 것이다.

지앤유팜에서 체험하고 있는 지역 고등학교 학생들.

또 정 대표가 빠른 시간에 농촌에 정착할 수 있었던 배경에 청년창업농 정책자금이 큰 도움이 됐다. 자본금이 거의 없는 상태였지만, 저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지원 제도 덕분에 쉽게 정착할 수 있었다.

정 대표는 "나름 열심히 귀농 준비를 했지만, 처음에는 정책자금으로 보조해 주는 사업이 있는지도 몰랐다"며 "멘토를 통해 이런 고급 정보를 얻어 사업을 신청했다. 정착하는데 매월 들어오는 자금은 마중물과 같은 고마움을 느꼈다"고 감사해 했다.

지앤유팜에서 체험하고 있는 지역 고등학교 학생들.

또 정착에 도움이 되는 것은 바로 지역 주민들과의 화합이다. 그중에서도 마을 이장님과 친해진 정 대표는 동네에서 필요한 것에 대해 도움을 받는 한편 정착할 수 있는 기틀 역시 이장님 덕분에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귀농귀촌 하려는 사람은 자신의 아이디어만 믿고 도전했다가 실패해 돌아가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사전 준비를 많이 하라고 권한다"며 "자신이 계획한 작물을 직접 스스로 조사하고 판로 역시 꼼꼼히 따진 뒤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집은 한번 터를 잡으면 되돌리기 힘들기 때문에 집을 먼저 사지 말고 토지를 먼저 구매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 편리성 추구한 체험농장으로 인기

정 대표는 딸기를 1년에 한번만 수확한다. 11월부터 6월까지 수확하고 나면, 나머지 기간은 다음 작기를 준비한다. 수확기에는 좀 바쁠 뿐 나머지는 충분히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가족들과 함께 보내기를 원했던 그의 바람을 만족시킨다.

정 대표의 농장은 다른 농장에 비해 매출은 낮은 편이지만, 체험학습장이라는 또 다른 강점을 가지고 있다. 그는 체험학습장을 위해 벤치마킹도 많이 다녔다. 기존의 소규모 체험농장이 아닌 편리성을 추구한 체험농장을 만들어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그는 "체험동을 2개 짓고 600평 정도 넓게 확보해 잔디밭을 만들고 팜핑을 할 수 있게 만들었다"며 "여기에 카페와 잼, 아이스크림 등 여러 가지 이벤트와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앤유팜 정철(오른쪽)·조혜진 대표

그는 "딸기 판매 수익은 다른 농가에 비해 낮지만, 최종 목표였던 체험장을 만드는 것이 더 빨라졌다"며 "농사에 시간을 더 빼앗기고, 체험장을 운영하면서 아내, 아이들과 함께 지낼 수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고 밝혔다.

선정태기자 wordflow@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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