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8인 8색 뭉쳐 시너지···"농사는 사업" 날개 돋쳤네

입력 2021.12.08. 14:55 선정태 기자
[농촌으로 U턴 청년 느는 전남]
<9·끝> 순천 청년 귀농인 '청순 농부'
도농복합도시라 매력적인 순천에서
'농업은 사업이고 경영' 뜻모아 함께
"다른 작물들이 모여 큰 시너지 효과
철저한 준비, 실패해도 포기말아야"
선진지 답사에 나선 '청순 농부' 멤버들.

[농촌으로 U턴 청년 느는 전남 <9> 순천 청년 귀농인 '청순농부']

올리브 나무를 심는 청년 농부. 체험 농장을 진행하고 박 공예품을 판매하는 귀농 부부. 부모님의 두릅농장을 이어받은 귀농인. 미나리를 키우는 청년, 오리 농장주, 누에를 키우거나 배 과수원을 하는 청년, 고로쇠를 채취하는 농부 등 순천에 귀농하거나 후계농 등 서로 다른 작물을 키우는 청년 농업인들이 한 곳에 뭉쳤다.

순천의 청년 농부라는 의미의 '청순 농부'는 8명으로 이뤄진 순천의 청년 농업인 연구 동아리다.

김근수씨는 '올리벳뜨 별량'농장에서 올리브와 허브를 키우고 있으며, 염승태씨는 '당신덕애'라는 오리 농장을, 탁상인씨는 '별숲농장'을 운영하며 두릅과 하늘마를 키우고 있다. 김택진씨는 '택진농장'에서 다양한 화훼를 키우고 있다, '달큰농원'을 운영하는 박선희씨는 배와 쌀을, 조윤진씨는 누에와 식용곤충을 키우는 '글로리아 농장'을 운영 중이다. 정범식씨는 고로쇠를 채취하고 누에를 키우는 '산들애 농장'을 운영 중이며, 서우원씨는 미나리와 쌀을 키우는 '미소나리'를 운영 중이다. 이들은 "농업은 농사가 아니다. 농업은 사업이며, 농업인은 경영인이다"고 강조하고 있다.


◆ 8인 8색의 스토리, 시너지 만든다

8명의 '청순농부'가 한 곳에서 인연을 맺은 것은 아니다. 회장인 김근수씨와 총무 탁상인씨, 또 다른 멤버는 대학원에서 만나 의기투합했다. 김 회장과 다른 멤버는 귀농학교에서, 어떤 멤버와는 청년공동체 행사에서 만났다. 농업인 연구동아리에서 맺은 인연도 있다.

1년을 정성 들여 키운 작물을 제값에 잘 파는 것이 농사의 핵심이다는데 뜻을 같이 하고, 어떻게 해야 잘 팔 수 있을까 함께 고민한 것이다.

'청순 농부' 발대식.

이들이 내린 결론은 '함께'였다. 자신이 키운 작물을 잘 팔아 새로운 터전에 적응하는 것이 우선이지만, 혼자서는 생각만 했던 아이템이 여러 의견을 거치자 실현된 것에 착안해 다른 작물의 사람들이 모이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청순농부는 조만간 협동조합으로 몸집을 키우고, 6차 산업화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계획이다. 한 작물보다는 여러 작물이 함께 하면 된다는 자신감도 얻었다.

탁 씨는 "농촌과 농업은 혼자 하는 일이라 고립될 수밖에 없다"며 "다른 작물이든 같은 작물이든 적극적으로 네트워킹을 해야 서로 도움받고 성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 순천이 좋아 모인 청년들

'청순 농부' 멤버들은 관광지가 인근에 있는 도농복합도시라는 장점이 순천의 매력이라고 꼽았다. 마트와 병원, 영화관이 30분 거리에 있는데다, 순천만 정원 등 관광지도 지척에 있으면서도 농촌 생활을 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광주에서 태어난 김 회장은 직장을 다니면서 '내가 원하는 것은 이런 생황이 아니다'는 생각에 미쳤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목가적인 생활'이라는 것을 깨달은 그는 2019년 아버지의 고향인 순천으로 내려와 올리브나무를 키우고 있다. 일본 쇼다시마섬을 여행하던 중 지역에 많던 올리브를 보고 한눈에 반했다.

'청순 농부' 회장인 김근수씨의 올리브나무 농장.

비슷한 위도에 위치한 순천에서도 키우는 게 가능하다고 판단해 선택한 것이다. 그렇게 4천여 그루의 올리브나무를 심었다.

지금은 작은 묘목에 불과하지만 일본의 경우처럼 관광상품화가 가능하다고 올리브를 콘셉트로 한 6차 산업도 계획 중이다.

김근수씨의 올리브 오일 드레싱.

총무 탁상인씨는 삼림휴양분야의 박사 과정을 준비 중인 두릅 후계농이다. 심림 휴양 분야 공부를 이어가고 싶었던 탁씨는 시간적 여유가 있는 작물을 고민하다 부모님이 키우고 있는 두릅을 키우기로 했다. 겨울부터 초봄까지 농사일을 하면 그 이후는 공부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탁상인씨의 두릅 장아찌.

단순히 부모님이 하시던 일을 이어받은 게 아니다. 생물로만 팔았던 두릅을 장아찌로 팔거나 건조해 판매하는 것도 탁씨의 아이디어다. 며칠 내에 판매해야 하는 시급함이 없어지고 1년 내내 판매할 수 있게 됐다. 그렇다고 봄 이후에 두릅 농사 준비가 없는 것은 아니다. 시기가 되면 가지를 잘라야 하는데다 더운 여름에는 덩쿨도 제거해야 한다. 가을에는 미리 비료도 뿌려줘야 한다.

서울 출생의 김택진씨는 대전에서의 직장 생활을 그만 두고 순천으로 내려왔다. 아이의 아토피 치료를 위해 귀농을 선택했지만 귀농을 두려워 하는 부인을 안심시키기에는 도농복합도시인 순천이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체험농장을 계획하며 귀농한 김씨는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다. 당장 생계 수단이 끊겼지만 좌절하지 않고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김택진의 박공예품 도깨비방망이와 표주박.

현재는 작두콩과 박을 키우며 박공예품을 판매하고 있다. 또 조경에 필요한 그라스류와 특수 약품을 발라 생화 느낌을 오래 유지하는 '프리저브드 플라워'도 판매하고 있다.

이들 외에도 미나리와 수도작을 하고 있는 청년, 배 과수원을 이어받은 청년, 고로쇠를 채취하겠다고 도전한 청년, 오리 농장을 시도한 청년, 누에를 키워보겠다는 청년까지 저마다 다른 이야기를 가진 귀농 청년 8명이 '청순 농부'를 이루고 있다.


◆농업은 농사가 아닌 사업이다

이들이 '농업은 사업이다'고 강조하는 이유는, 결국 잘 팔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넓은 면적에서 다량으로 키운 작물이 아니고서는 정기적인 판매처를 얻기 힘들다.

이들처럼 작은 면적의 농업인들은 늘 판매처가 불안해 근심과 걱정이 많다는 것에 착안, 함께 판매하보자고 시도한 것이다. 이것이 청순농부가 강조하는 시너지다.

힘께 한 효과는 좋았다. 지역 플리마켓에 꾸준히 참여하면서 판매량은 만족할 수준은 아니지만 '청순농부'라는 브랜드 인지도는 높아지고 있다. '청순농부'는 전남도에서 주관한 정보화대회에서 3등을 거머쥐기도 했다.

김 회장은 "저 혼자 출품했다면 이야깃거리도 적고 관심도 받지 못했을 것이다"며 "여러 명이 모이다 보니 스토리가 풍부해지고 볼거리도 많아졌다. 그렇게 행사에서 더 많은 조명을 받은 것 같다"고 밝혔다.

택진씨는 코로나19로 체험농장을 운영할 수 없게 되자 '찾아가는 체험 학습'을 진행 중이다. '오지 못하면 찾아간다'는 생각으로 추진했고, 체험활동에 목말라 하던 지역 학교들도 환영했다. 학교 등 여러 곳을 찾아다니며 자신이 키운 작물을 활용한 공예 수업을 진행 중이다.

'청순농부'는 지역 농업인들과의 융화도 노력 중이다. 브랜드 인지도가 생긴 '청순농부'에서 판매할 제품이 있는지 인근 농업인들에게 문의해 함께 팔고 있는 것이다.

MOU

◆ "귀농 만만하게보다 실패한 사례 많다"

'청순 농부' 8인은 실패 앞에서 좌절해 포기하는 사례를 많이 봐오면서 "버틸 수 없어 중도에 포기하고 돌아갈 거라면 시작도 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실제, 한 귀농인은 지난해 시도한 작물이 실패하면서 1년을 공부만 하면서 보냈다. 작물을 다시 키우기 위해서는 1년을 기다려야 했고, 수익이 없는 나머지 기간동안을 버티지 못하고 돌아갔다.

또 다른 청년 귀농인은 다니던 직장의 연봉이 적다는 이유로, 농사를 쉽게 생각해 귀농했다가 고된 농사일에 놀라 몇 달 만에 포기한 사례도 있다.

이들은 귀농을 계획하는 이들에게 '철저한 사전 준비'와 '실패에 굴하지 않고 버틸 수 있는 끈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택진씨는 귀농에 앞서 '살아보기' 프로그램에 참여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도시에서는 당연하던 포장도로나 CCTV가 농촌에는 없다. 걸어서 몇 분만에 가는 편의점도 없고 대형 마트가 없는 곳이 대부분이다"며 "도시와 다른 생활 패턴에도 적응하면서 살 수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에 의존하지 말라고 충고했다. 그는 "정부나 지자체에서 농지나 농기구 구입을 위해, 살 집 마련을 위해 저금리로 몇억원씩 대출해준다며 귀농을 권하지만, 공짜가 아니다"며 "자신이 빌린 금액을 결국 갚아 나가야 하는데, 이를 간과한 채 귀농했다가 빚에 허덕이다 포기한 경우도 봤다"고 밝혔다. 그는 "농촌은 도피처가 아니다. 농업은 가장 고독하게 혼자 결정해야 하는 사업이다"며 "노력하고 고민하면 무한한 가능성의 블루오션이 될 수 있지만 그만큼 큰 리스크도 있다. 어느 정도 기반을 조성한 후 도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정태기자 wordflow@mdilbo.com·순천=김학선기자 balaboda2@mdilbo.com

슬퍼요
0
후속기사 원해요
3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