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의 눈으로 기후위기·팬데믹 접근
취약 계층·집단일수록 피해·고통 커
교육의 장 통해 불평등 경험 등 공유
전세계적인 위협으로 다가온 기후위기로 환경·경제·문화 등 사회 전반에서 시민들에 대한 지속가능발전 교육이 강력히 요구되고 있다. 이 같은 추세에 맞춰 독서로 지속가능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다양한 요소에 대해 스스로 학습하고 일상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챌린지에 동참하는 광주 시민들이 있어 주목을 끈다. ‘내 삶을 바꾸는 챌린지’에 참여하는 시민들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 챌린지는 지난 6월부터 9월까지 광주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와 광주평생교육진흥원 지원으로 진행됐다. 무등일보는 이 운동에 참여한 시민들의 사례를 기사로 연재, 지속가능발전교육 시민실천 모델을 알리고 범시민적 운동으로 확산하고자 한다. 연재명은 ‘내 삶에서 지속가능 실천한다’는 의미의 ‘내삶지실’로 명명한다.<편집자주>
"처음에는 기후위기와 이주여성에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생각했는데 인종과 계급, 젠더가 교차하는 영역에서 기후변화의 악영향에 가장 취약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후위기와 결혼 이주여성과의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었어요."
20대 광주 청년 3명이 뭉친 '기다림'(기후위기, 다 함께 극복해야 할 임무) 팀은 기후위기가 결혼이주여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관심을 기울였다. 인권의 눈으로 기후위기와 코로나19라는 펜데믹을 설명한 '탄소사회의 종말'이란 책이 계기가 됐다.
류애솔 팀원은 "인권 관점으로 기후위기를 바라보니 집단에 따라 기후위기로 인한 어려움을 차별적으로 받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조하원 팀원도 "책을 읽고 전세계적인 기후위기 상황에서 취약계층이 더 큰 피해를 받고 있다는 것을 배웠다"고 전했다.
당장 최근 몇 년간 전지구적인 재난으로 인류를 고통으로 몰아넣은 코로나19 사태에서 보듯이 재난은 국가와 인종에 따라, 부유한 자와 그렇지 못한 자에 차별적으로 고통을 안겨줬다. 국내에서도 일용직 노동자와 음식·숙박서비스업 종사자 등에 큰 고통을 안겨준 반면 플랫폼 사업자 등에게는 유례없는 돈다발을 안겨주기도 했다.
기후위기처럼 다가올 재난에 이들은 이 사회 가장 취약한 계층으로 분류되는 결혼이주여성에 주목했다. 상대적으로 빈곤국가 출신으로 결혼이라는 매개에 종속된 이들은 사회에 만연한 인종, 성차별에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기다림' 팀은 결혼이주여성이 마주한 불평등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 그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듣는 게 우선이라고 판단했다. 결혼이주여성의 자립과 취·창업 역량강화를 돕고 있는 사회적기업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무'의 협력을 얻어 '업사이클 교육'의 장이라는 공간에서 결혼이주여성과 만날 수 있었다.
다 입은 청바지를 활용해 실내 슬리퍼를 만들며 이들은 결혼이주여성이 일상적으로 마주치는 불평등을 들을 수 있었다. 한국어에 익숙지 않은 결혼이주여성들은 "코로나19와 관련한 정보 대부분을 제대로 습득할 수 없었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또 식당 등에서도 '출입금지'를 당하는 등 일상에서 차별과 혐오가 심해졌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 지원 정책에서 배제된 경우도 많았다.
류 팀원은 "영주권만 있는 이주민들의 경우 4대보험부터 시작해 코로나19로 인한 긴급재난지원금, 공적 마스크 지원 등도 받지 못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송채은 팀원은 "오래 한국에 사시면서도 생계 유지를 위해 일하다보니 한국어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해 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계시고 그러다 보니 불평등에 더 노출되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수차례 교육을 진행하면서 이들은 코로나19 사태로 본 기후위기 상황에서 현재 결혼이주여성의 부족한 교육 문제가 가장 중요한 문제라는 점을 인식했다. 이들은 대학생, 청년층에서 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로 '이주여성 지원 사회적기업 창업' 등을 제안했다. 이주여성들이 각자 가지고 있는 기술을 활용해 일할 수 있는 일자리를 연계해주는 서비스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류 팀원은 "이주여성 대부분이 출신국에서 하던 일도 있고 잘하는 분야가 있지만 생계를 위해 원치 않는 곳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며 "아이들을 돌보느라 교육이나 역량강화 교육을 제대로 배울 수 없다는 점도 알았다"고 전했다.
조 팀원 또한 "결혼이주여성 대부분이 그들의 취·창업 역량을 높일 교육에 참여할 시간이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기후위기 재난 상황에 대비해 이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우리 사회의 가장 중요한 임무"라고 주장했다. 송 팀원은 "교육이야말로 그들에게 더 나은 삶과 더 나은 사회를 이루는 열쇠"라고 강조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 광주생활권 '기후위기 대응 거버넌스' 의지 있나? 광주광역시가 올해 6월 발표한 가뭄 대응 방안. 광주시와 인접 시·군 간 밀접한 물 관리 협조 체제가 핵심이다. 광주시 제공 2023 무등일보 특별 대기획 물(水)의 경고…재난의 양극화 제2부 본격화된 물 전쟁 ④광주시 기후재난 대책 분석해보니생명의 근원인 물을 둘러싼 지방자치단체들간 '물 전쟁'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광주·전남 지역에 지난해부터 지속돼 온 가뭄과 극한 호우, 폭염 등 기후재난이 잇따르면서 물 관리·운영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 커지면서다.제한급수 문턱까지 간 올해 초 불거진 섬진강과 영산강 물 사용을 둘러싼 '물 패권주의'가 대표적이다. 섬진강 유역 주민들은 광주권역 시·도민들이 영산강 대신 섬진강 수계 댐에 의존하는 데 대한 불만이 많다. 광주시민들의 식수원인 동복댐도 마찬가지.또한 영산강 상류에서 물을 가둬놓는 바람에 수질 악화를 겪고 있는 중·하류 주민들은 물론 농업용·생활용댐 물 사용을 둘러싼 다양한 갈등이 표출됐다. 평소엔 별 문제가 없지만 가뭄으로 물이 마르자 '물 전쟁'이 발발한 것이다.문제는 이상기후 탓에 이 같은 물 부족이 언제든 되풀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물 관리 주체인 정부와 지자체, 수요자 격인 시민과 기업 등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물 관리 거버넌스' 구축이 절실한 이유다.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은 올해 지난 6월 2일 광주 동구 전통문화관에서 열린 '기후위기 대응 상생협력 간담회'를 열고 광주 인접 5개 시·군 단체장, 관계기관장과 가뭄 관련 중앙부처 공동 건의사업 등을 논의 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광주시 제공강기정 광주시장은 지난 6월 광주와 인접한 나주·담양·장성·함평·화순 등 5개 시·군과 함께 기후위기에 공동 대응하는 '기후환경회의'를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극한 가뭄' 탓에 영산강과 동복댐 등의 '물 배분'을 두고 수면 아래에 있던 이해관계가 표출되면서 이를 합리적이고 지속가능하게 조정해야 할 협력체의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하지만 한정된 물의 효율적 관리라는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진척 없이 탁상공론에만 그치고 있다. 제한급수 위기에 지자체들이 분주하게 대응책을 마련했다가 위기가 사그라들면서 관심에서 멀어진 게 아니냐는 거다. 본보 취재 결과, 기후환경회의를 구성하기 위한 지자체간 협의는 강 시장이 제안한 이후 한 차례, 그것도 6월에 열린 게 전부였던 것으로 확인됐다.특히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별도의 기구를 만드는 데서 한발 후퇴해 다른 광역협력사업과 묶여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 사이 사업 추진 부서도 기후환경국에서 기획조정실의 광역협력담당으로 이관됐다. 이미 광주시와 인접 5개 시·군의 상생협력체인 '빛고을생활권행정협의회'가 있기 때문에 기후라는 하나의 의제만을 가지고 인접 지자체와 별도의 상설 협력체를 만드는 데 부담이 따른다는 게 광주시 측의 설명이다. 김종필 광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광주시가 기후환경회의 구상을 밝혔을 때 중요한 시기에 잘 나왔다고 생각했지만, 종합계획(로드맵)을 세워서 한 게 아니라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면서 "일반 실·국 단위에서 다른 부서나 지자체에 협조받아서 추진하는 것은 어렵고, 적어도 부시장급에서 중점적으로 추진할 별도 총괄 조직을 만들거나 기존 조직을 강화해야 실질적 추진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빛고을생활권행정협의회는 2019년을 마지막으로 아직까지 한번도 개최되지 않으면서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상황.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의제를 올릴 테이블이 없는 상태다. 미래 기후재난에 대비한 실질적 대이 어렵게 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에 황철호 광주시 정책보좌관은 "지자체 각 부서에서는 만나고 있는데 도시와 농업이 보는 관점이 다르고, 또 지자체마다 원하는 것들이 다르다보니 조심스럽게 접근하느라 속도가 느린 것이다"면서 "올해 혹은 내년 초에 지자체와 만나 구상을 구체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 · 뜨거워지는 바다··· 새로운 어장지도 만들어야
- · 드넓은 간척지서 혁신기술로 청년농들 꿈 일군다
- · 자연 그대로 땅 일구는 농부들…"벼농사로 ESG 동행을"
- · 광주·나주·담양·장성·함평·화순, 기후위기 공동 대응 나선다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